취업준비생의 아군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사진이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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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전 마지막 학기의 시작이었던 9월. 가브리엘관 휴게실에서 동기들이 무언가 쓰고 있었다. 흘깃 봤더니 취업 자기소개서라 했다. 언제부터 쓰는거냐 물었더니 지금부터 회사 채용이 시작된다고 했다. 영어 점수도 있어야 하고, 인적성이라는 시험도 쳐야 한다고 하였다. 몰랐다. 영어 점수도 없었고, 인적성이 뭔지도 몰랐다. 회사에 제출할 자기소개서가 없는 것은 물론이었다.
부랴부랴 영어 시험을 쳤다. 해커스 파랭이를 샀다. 자소설닷컴이라는 사이트를 즐겨찾기에 넣었다. 틈나는대로 자기소개서를 썼다.
그렇게 한 학기 내내 자기소개서를 썼다. 취업에 대한 준비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취업에 대한 기준도 없었다. 아 '첫 회사로 스타트업은 가지 않는다.'는 생각은 있었다. 인턴과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있었던 눔코리아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팀이 공중분해되어 팀원들이 흩어져야만 하는 경험은 내게 큰 충격이었다.
그렇게 막무가내로 원서를 넣었다. 70곳 가까운 회사였다. 그중 최종면접까지 이어진 곳은 3곳. 최종합격한 회사도 3곳이었다. 각각 홍보, 홍보, 광고 직무였다. 이중 2곳에는 현직자 선배를 찾아 연락을 드렸고, 나머지 1곳에는 IR담당에게 전화를 걸었다.
현직자 선배라 생각하며 연락드린 D건설의 선배는, 사실 현직자가 아니었다. 연락드린 때엔 이미 회사를 퇴사하고 다른 일을 하는 중이셨다. 그래도 현직 때의 경험을 빌어 몇 가지 질문을 드렸고, 그중 'D건설의 유의미한 매출은 재개발 사업에서 나온다.'는 내용을 듣게 되었다. 당시 나의 관점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였다. 면접에서 써먹진 못했지만 든든한 아군이 곁에 있는 기분이었다.
2년 반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이번엔 나를 현직자라 생각한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홍보 직무 지원자라 했다. 아쉽게도 난 홍보 직무의 현직자가 아니었다. 그래도 취업을 경험한 선배된 입장으로 메일로 보내온 질문에 답변을 남겼다. 내 이야기를 곧장 써먹을 수 있을진 모르겠다. 그게 곧장 도움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도 아군이 되어 줄 순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와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수만휘라는 카페가 중심이었다. 그때 쪽지를 주고받던 후배 몇 명은 실제로 학교 후배가 되었다. 공부의왕도 게시판에서도 그랬던 경험이 있더랬지. 나는 이런 류의 일들을 꽤나 잘하는 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일은 재밌고 신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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