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준형 Apr 18. 2021

이슬람 금융

1. 서문


이슬람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샤리아(이슬람법)에 따르면 타인의 재산으로 이익을 증가시킨 행위는 신 앞에서 당당할 수 없다고 한다. 여기서 타인의 재산으로 자신의 이익을 증가시키는 행위는 바로 이자를 칭한다. 따라서 이슬람 금융을 이해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이 “리바(Riba – 아랍어 이자라는 뜻)의 금지를 이해해야 한다.


현대 자본주의는 모두 신용에 기반하여 설립이 되었고 이와 같은 신용의 대가로 투자 수익 즉 이자를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투자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신용 자체가 무너질 것이고 경제가 원만하게 작동되지 않을 것이다. 오늘 글에선 과연 이슬람 문화권에선 이와 같은 종교적 문제를 넘어 어떤 방식으로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2. 샤리아

이슬람 국가에서 종교는 국법의 지위를 갖는다


우선 이슬람 금융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전에 간단히 샤리아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샤리아는 이슬람 율법 학자들이 쿠란, 하디스와 같은 이슬람 경전을 토대로 만든 이슬람 세계의 법률 체계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브루나이, UAE,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나이지리아 등 수많은 이슬람 국가에서 샤리아를 엄격하게 국법으로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및 기타 다른 국가가 자국의 헌법을 엄중히 지키는 것처럼, 이슬람 세계권에선 종교가 국법의 지위를 갖는다.


금융과 투자에 관련된 샤리아 법률에는 앞서 서문에서 언급한 리바(이자)의 금지와 주류, 돼지고기, 포르노 등과 같은 금기 산업에 투자 금지, 불확실성의 금지 (도박을 막는 법률이지만 현재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자산에 대한 거래 또한 포함되기 때문에 파생상품이 금지된다) 등이 있다.


기존 금융에 신용리스크, 시장 리스크, 유동성 리스크가 존재하는 것처럼 이슬람 금융에선 샤리아 리스크라는 것이 추가적으로 존재한다. 샤리아 리스크란 금융 상품이 샤리아와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내려졌을 때 고객의 이탈 및 상품 판매의 중단 조치가 내려질 수 있는 것에 대한 리스크다. 샤리아 합치 여부는 이슬람 금융기관 회계감사 기구 AAOIFI (Accounting and Auditing Organization for Islamic Financial Institution)에서 정한 가이드라인을 따른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금융기관의 연례 재무제표에 샤리아 감사 의견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3. 규모


이슬람 금융은 18년도 기준 총 2조 달러 규모다. 자금 구조는 다음 표와 같다.


차후에 설명할 것이지만 여기서 수크크 (Sukuk)는 채권 (Bond) 그리고 타카풀은 보험으로 인식하면 될 것이다. 16년도 기준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의 일부 국가들이 이슬람 금융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집계가 되지 않는 이란이 1위인 사우디와 2위인 말레이시아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이슬람 금융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존재한다. 이란의 경우 1978 이란 혁명 이후 팔레비 왕가를 비롯한 서구 자본들이 모두 국가에서 쫓겨나면서 서구 금융을 따르지 않고 이슬람 금융을 따르고 있다. 또한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와 관계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공식적인 자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4. 이슬람 금융의 거래


상술하였듯이 이슬람 금융의 핵심은 리바(이자)의 금지이다. 따라서 이자를 받지 않는 금융 거래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샤리아에는 불확실성의 금지 또한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다양한 큰 리스크를 수반하는 파생상품 거래, 선물 거래 등에 제약이 존재한다. 이슬람 금융에선 다음과 같은 형태의 금융 거래를 아예 금지하거나 지양하고 있다.


- 마진 거래 : 남에게서 빌린 자본(레버리지)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지된다.


- 공매도 : 공매도 또한 주식을 대여해서 파는 것이기 때문에 금지된다. 또한 하디스 (무함마드의 생전 언행을 담은 이슬람교의 논어와 비슷한 경전)에서 “소유하지 않은 것을 팔지 말 것”을 주장했기 때문에 특히 더 금지된다.


- 데이 트레이딩(단타) : 주식 및 자산을 매우 짧게 보유하는 것 또한 진정한 의미의 소유가 아니라고 인식되기 때문에 이슬람적이지 못한 것으로 간주된다.


- 파생 상품 거래 : 당연히 불확실한 것을 금지하거나 지양하는 샤리아 법에 의해 금지된다. 이슬람 금융에선 현물을 동반하지 않는 거래는 대부분 금지된다.


위험한 거래를 어느 정도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자는 물론이고 공매도, 레버리지, 파생 상품 등을 떼어놓곤 현대 금융 시장에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이슬람 은행가들은 샤리아에 위배되지 않는 방향으로 여러 가지 다양한 대안 모델들을 고안해냈다. 지금부터 주요 이슬람 금융 모델들을 몇 가지 살펴보도록 하자.


5. 무다라바 (Mudarabah)

무다라바는 수동적인 자본 제공자인 투자자(rabb-ul-mal)와 액티브하게 이를 운용하는 전문 경영인과 유사한 개념인 무다립(Mudarib)간의 계약이다. 무다라바는 서구 금융의 투자 신탁 그리고 벤처캐피털과 유사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6. 무라바하 (Murabaha)

이슬람 금융에선 이자를 금지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대출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때 구매자가 필요로 하는 상품을 은행과 같은 구매 대행자가 사전에 구입한 뒤, 구매 원가에 마크업이라고 불리는 이윤을 추가한 가격을 할부상환 형식으로 실 구매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무라바하라고 한다. 무라바하는 이슬람 금융에서 가장 자주 사용되는 금융 모델인데 전체 거래에서 약 80%를 차지한다고 한다.

출처 : Research Gate


7. 이자라 (Ijarah)

이자라는 리스 및 렌트 계약이다. 전통 이슬람법에 의하면 이자라는 특정 기간 동안 특정한 가격에 누군가를 고용하고,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고 자산의 이용 권리를 가지게 하는 계약을 일컫는다. 이자라는 이후 설명할 수쿠크에서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


8. 수쿠크 (Sukuk)

수쿠크는 서구 금융의 채권 (Bond)에 해당되는 개념이다. 일반 채권과 마찬가지로 수쿠크 또한 만기가 존재한다. 그러나 수쿠크 홀더는 이자 수익을 받는 것 대신 만기일에 해당 자산의 명목상의 소유권을 받고 그 자산이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받는다. 따라서 수쿠크와 채권의 큰 차이점은 채권이 자산을 담보로 발행된다면 수쿠크는 자산을 기반으로 발행이 되는 것이다. 더 자세한 프로세스는 아래 표를 참고하도록 하자.



주목해야 할 점은 채권 구매자(투자자)와 사업자/채무자 (차입자) 사이에 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간에 특수목적회사 (Special Purpose Vehicle)를 중개인으로 세우는 것이다. 수쿠크 발행 시 채권 발행자는 자산을 SPV에 매각하고 궁극적으론 이슬람 투자자에게 파는 형식을 취하고 채권 발행자는 이자 대신 자산 사용료를 지불하고 만기가 되면 반대 매매로 소유권을 원상회복하는 것이다.


9. 타카풀 (Takaful)


샤리아에선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거래를 금지하기 때문에 통상적인 보험업을 전개할 수 없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구현한 것이 바로 타카풀이다. 타카풀에는 몇 가지 유형이 존재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래의 표의 Wakala 모델이다.

참여자들이 자금을 한 곳에 모아 타카풀 기금을 조성하고 이렇게 모은 자금을 운용하여 그 수익을 배당 또는 할인의 형태로 지급받는 것이다. 타카풀의 목적이 자금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에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상조회사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10. 이슬람 금융을 꼭 알아야 하는가?


이슬람 금융을 주로 사용하는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카타르와 같은 중동 국가들과 이란 그리고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와 같은 동남아 이슬람권 국가들이 있다. 중동 석유 부자 국가들의 경우 원유의 매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이들 국가에 투자를 하고 이슬람 금융을 잘 아는 것에 대한 메리트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원유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슬람 금융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들 국가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원유의 매력이 떨어져 감에 따라 중동 국가들은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더욱더 공격적인 대외 투자를 감행할 것이고 그 대표적인 예시가 오랜 기간 비상장을 유지하다 최근 자금 공모를 위해 상장한 아람코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중동은 원유의 의존도를 낮추면서 반대급부로 더욱더 긴밀하게 세계와 소통할 것이고 따라서 이들의 금융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란 또한 현재 미국과 여러 갈등을 빚으면서 폐쇄적인 노선을 가고 있지만 나는 결국 경제적인 것이 승리할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이란의 개방은 그리 멀지 않은 사건이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하고 따라서 이슬람 금융의 이해가 그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적절한 자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글 임준형




작가의 이전글 미국 국채 금리가 뭐길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