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냉전 사이, 31년 평화의 강을 걷다
"나는 냉전의 종말을 보았고, 신냉전이 시작되는 그 곳에 다시 서 있었다."
'평화의 휴식기' 그리고 우리가 놓친 균열들
2022년 봄, 나는 몰도바의 수도 키시너우에 머물러 있었다. 평화롭던 도시의 고요함은 불과 몇백 킬로미터 떨어진 우크라이나 국경 너머에서 울려 퍼지는 포성 때문에 산산이 부서졌다. 내가 1991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유학생으로 경험했던 '오랜 냉전의 끝'으로부터 꼬박 31년이 지난 후, 나는 구소련의 가장 외딴 모퉁이에서 '새로운 냉전의 서막'을 목격하는, 아주 서글프고도 숙명적인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책의 제목, 《두 냉전 사이를 걷다》는 바로 이 두 역사적 장면—1991년의 냉전의 종식과 2022년의 신냉전의 서막—사이에 놓인, 안일했고 위태로웠던 31년의 평화를 걷고 기록한 개인적인 여정이다.
이 31년동안 우리가 평화라는 선물을 얼마나 당연하게 여겼는지, 세계 곳곳 역사의 그림자 속에서 자란 분열의 징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그 존재를 드러냈을 때, 비로소 실패한 평화를 자각한 우리의 실수는 어느지점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묻는 조용한 성찰과도 같다.
이 책은 전문적인 분석보다는 격변하는 세계를 바라본 한 여행자의 인문 에세이다.1991년부터 2022년까지, 나의 발길이 닿았던 세계의 가장 분열되고 혼란스러웠던 현장들을 조심스레 스케치했다. 나는 홍콩의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에서 짙게 드리워지던 자유의 그림자가 희미해 질 때, 스리랑카의 테러가 평범한 일상을 덮쳤을 때, 그리고 거대한 미국 사회가 극단적인 갈등으로 깊게 쪼개졌을 때를 회상하며 조용히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길고 긴 평화의 시간 동안, 우리는 대체 무엇을 놓치고 있었던 걸까?"
몰도바의 난민 구호소. 그곳에서 만난 여성들과 아이들의 눈빛은 세상의 모든 슬픔을 담고 있었다. 그들은 전쟁의 가장 여리고 무고한 증인들이었다. 그들의 고통은 바로 우리가 31년 동안 "평화는 깨지지 않는다"고 믿으며 외면했던, 크고 작은 시스템적 균열들의 최종적인 폭발이었다. 부의 불평등, 디지털 정보의 편향, 그리고 강대국들의 무책임한 외면... 이 모든 미세한 틈들이 결국 포화로 터져버린 것이다.
이 기록은 한반도의 또 다른 냉전을 살아가는 독자 여러분의 일상에 "당신의 평화는 지금 안녕한가요?"라는 질문을 건넨다. 신냉전의 서막이 오른 복잡하고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함께 더 평화로운 미래를 되살리기 위한 성찰을 시작하는 조용한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걸어가는 이 길 위에서, 다음 세대는 우리가 외면하고 놓친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다시 평화의 시대로 돌아가기를, 그 길에 여행자로 살아온 나의 기록이 작은 단초가 되기를, 그러므로 우리 모두가 진정 흔들리지 않는 평화를 향한 여정을 시작하기를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