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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원래 "원칙" 좋아하는 사람이잖아
by
어른이 된 피터팬
Jan 27. 2021
일을 하다 보면 case by case를 직면하게 된다.
"원래 이런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럴 때는 어떻게 하세요?"
"이제까지 이렇게 해왔는데 상부에서 다른 요구가 내려왔어요. 어떻게 하죠?"
그럴 때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내게 이런 말을 한다.
"너 원래 원칙 좋아하는 사람이잖아. 원칙대로 해."
원칙 좋아하는 사람.
다른 사람에게 나는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돌아보면 나는, "원래 이렇게 했었나요?",
"이게 원칙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사용했던 것 같다.
그래서 8~10년 이상 근무하신 선배들은
내가 원칙을 고수하는, 원칙을 따지는 신입으로 보였나 보다.
이에 대해 여기저기 물어보고 다녔다.
'원칙 따지는 사람' 하면 어떤 이미지인지 말이다.
융통성이 부족한 사람,
일머리가 없는 사람,
사회생활 경험이 적은 사람...
어떻게 생각해보면 원칙이란 것은 허상 같은 것이 아닐까?
현실에선, 현장에선,
일명 "케바케(case by case)"라는 예외 상황이 많아
원칙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객님, 원칙상 교환, 환불이 불가능하지만 이번 경우만...."
"담당님, 원칙상은 안되지만 너무 번거롭기 때문에...."
"원칙은 이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데 위에서 내려온 방침이니..."
우리 생활에서 원칙을 쓰는 공식은 이렇다.
although 원칙 is~ , but ~
원칙은 태어날 때부터 예외와 변수를 상정한다.
물론 어떤 경우든 꼭 지켜야 할 원칙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지켜지지 않을 것을 예견하고 만들어지는 것 같다.
사회생활을 오래 한 사람일수록
예외와 변수를 많이, 다양하게 보고 다루었기 때문에 원칙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
이 정도의 원칙 이탈은 괜찮다는 것을 감으로, 경험으로 알 수 있는 경지에 오른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경험 데이터가 쌓여 '이 정도는 괜찮다'는 또 다른 비공식적 원칙
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반면,
직장 생활을 오래 하지 않은 신입들은 예외와 변수 데이터가 적기 때문에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을 재량이라고 한다면,
그 재량권이 없을뿐더러 책임져야 할 리스크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융통성이 부족하고 매뉴얼에 의존하는 것이 신입의 특징일 수도 있겠다.
나도 나이가 들고, 경험 데이터가 쌓이면,
원칙은 원칙이요, 현실 매뉴얼은 이러하다는 융통성을 갖게 되리라.
이론상의 원칙과 통용되는 원칙.
그 둘 사이에서 수위조절을 해가며 매끄럽게 일을 처리하는 직장생활의 고수.
그렇지만 지금은 원칙을 더 공부하는 게 맞지 않을까?
기본을 알고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과
처음부터 변칙을 배우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약간이라도 마음의 불편함을 느끼고 못 느끼고의 차이.
더 큰 재량권을 갖게 되었을 때, 이 작은 차이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정답은 모르겠고
이런저런 물음만 많아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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