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바라보던 틈으로 쓴 일기

by 이민정

이름을 가진


나는


걷고

달리고

만나고

맞이하고

마주하고

스치고

떠올리고

간직하고

보내주고

열고

닫는


나는


돌고

굴리고

바라보고

되감고

부르고

나아가고

읽고

옮기고

맛보고

웃고

흥얼거리고

깜빡인다


거리를

공간을

또 다른 나를

혹은 당신을.

햇살을

바람을

열기를

강물과 호수와

나무와 풀과 잔디

꽃과 바다

물속, 물 위를

눈을

손을

어깨를

얼굴을

이름을

시와 노래를

미소를

눈물을

박수를


묶고

푼다


천천히

천천히

느지막이

그래서 숨이 차게


라고

꼭꼭 적어도-


이 모든 게 내가 아니기도 하고

이 모든 게 나이기도 한.


지극히 나인

내가 만든

혹은 더 정확히,

내가 만난

나의 오늘.

나의 하루.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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