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시험에 붙었다. 오랜만의, 어쩌면 이곳에서의 첫 공식적인(?) 성취라 더 좋다. 아직 하나 더 남았지만 시작도 못할거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의미가 크다. 불안한 마음에 믿을만한 구석 하나가 생긴것 같은 느낌이 드는것은 덤이고.
사실은 수요일 저녁에 술자리에 가면서 시험을 포기하려고 했다. 불합격시 30일 재응시 금지를 우회하는 유일한 방법은 결석이었고, 아직 읽지 못한 한자 가득한 종이가 수백장쯤 있었으니, 떨어져서 부끄럽고 고통스러운 기다림의 시간을 30일 연장하느니 결석하고 이주쯤 뒤에 다시 기회를 찾는게 가장 합리적인 상황이었다. 축구에서 우리나라가 독일을 이겨버리기 전까지...?!
스포츠를 보는 이유를 이해하게 된건 지난 평창올림픽의 극적인 몇몇 스토리들 덕분이었다. 마늘밭 옆에서 특별활동으로 시작해서 온갖 골리앗을 꺾고 이겨버리는 이야기를 보면서 스포츠 스토리가 만드는 에너지를 이해하고부터다. 그리고 이번의 경기가 내게도 그런 영향을 주었다. 그냥 포기하고 적당히 노는게 더 효율적이지만 왠지 마지막에 스퍼트를 달리고 근성으로 반전을 만들어내거나, 반전은 못해도 적어도 끝까지 달려봐야 하는건 아닌가! 라는 아이디어가 머리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영향력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영향력의 범위와 힘이 내 모티베이션인데 지금은 그게 높지가 않다. 그래서 공들여 기를 모어 헛발질을 하곤 한다. 왜인지 작년 생각이 나면서 더 불안해지곤 한다. 사람이 발전해야 하는데 나는 같은 상황에서 같은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왜 영향력이 높지 못할까를 고민하다보니 어떤 선배 생각이 났다. 나는 영향력이 없어도 되는 분야에서 자리를 찾고 싶었던듯 하다. 다음주부터는 다른 방향을 향해야지. 내것이 아닌 부분에 눈을 돌려봐야 힘들기만하지 달라지는건 없다. 이번에는 문제를 풀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