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동기

사부작 사부작

by 올망

나는 주말에 무언가를 사부작 사부작 하는 편이었어.

무언가 특별히 즐겁지 않아도

게으른 나를 용납하는게 어렵다고 해야할까.


그런데 그 사부작 사부작 속에

일주일을 시뮬레이션 하는 게 포함되어 있었어.

뭔기 계속 계획을 세우는 거야.


주중에 몇끼나 집에서 먹어야 하지?

밥 먹기 귀찮은데 뭐를 해놔야 그걸 해결 할 수 있을까?

최적동선은 어딜까?

동선이 안나오면 이렇게 해야겠다.

그것도 아니라면

어떤 사람과 이런 일을 하다가 잘 안되면

추가로 이런 무언가를 해야겠다.

대체적으로 플랜 B를 세우고 있었달까.




그래서 나는 스스로 계획적이고 효율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인줄로만 알았어


그러다가 ADHD증상 연구를 위해

도파민 수용체를 없앴다는 쥐였을까?

그런 이야기를 듣는데, 아차 싶었어.


도파민이 동기부여에 관여한다는데,

그 수용체가 없는 쥐는

입 앞의 먹이는 먹어도,

조금 떨어진 위치의 먹이는 바라만 보다 굶는다더라고.


그런데 나의 어린 시절에

엄마가 해서 냉장고에 들어가있는 반찬을

데워먹는 행위가 귀찮아서 밥을 먹지 않았던 내가 생각났어.


굳이 차려서 눈앞에 가져다 주면 먹었지만

내가 해먹지는 않았지.

우리 엄만 그런 내게 "꼭 대령을 해줘야 먹지"라고 푸념했고

난 굳이 밥 생각이 그정도로 없었을 뿐이라고 대꾸했지.


그런 나를 돌아보니,

나의 주말은 계획 자체가 좋았던 것이 아니라

하기 싫은 걸 안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를

최대한 궁리하는 쪽에 가까운 것 같았어.


주말에 슬쩍 하고 있는 코딩 공부들도

회사에서 하는 단순 노가다가 너무 싫어서

그걸 회피하려는 거구나 싶더라고.


나는 운동 조차도 머리가 흔들리는 게 싫어서

머리의 높이가 일정할 수 있는 게 나았어.

뛰는 것도 싫어, 수영도 싫어,

그래도 자전거나 스케이트는 좀 낫다 싶은 정도였지.



고등학교 땐 팬클럽을 가입할 정도의 열정을 가진 이들이

취미생활로 즐거워하던 이들이

추구하는 것들을 궁금해했고

그런 이들을 부러워했는데,

그런 것들은 하기 싫은 것을 회피하는 반대 급부로는 부족했던 모양이야.


그 와중에 지긴 싫어서

그들이 즐거워 하는 것들을 공부하고 습득이야 했지만 말이야.


마흔이 넘어서 겨우

나의 동기를 깨달았으니

뭘 하고 싶은건지는 그만 고민해 보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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