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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호 Jun 03. 2018

피자 / 도쿄의 Seirikan

Ugly delicious 여행기 

Netflix에서 Ugly Delicious를 정말 재미있게 봤다. 있는 음식에 대해서 화려한 영상과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피터 미한과 데이비드 장이 음식에 대한 조리법, 취향, 문화 등등 관련해서 떠오르는 본인들의 생각을 정말 솔직하게(상대방이 싫어할 것 같은 포인트까지도?) 나누는 토론이 좋았다. 시즌1이 총 8편으로 되어있는데, 몇몇 편은 2-3번 정도 돌려볼 정도였다. 쭉 보다가, 거기 나오는 가게들이 가보고 싶어 졌다. 그리고 도쿄 여행을 계획했다. 


- Ugly Delicious에 나오는 음식점들의 목록은 eater.com에 잘 정리되어있다. 참고하시길. 


나온 가게들 중에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덴마크의 Baest이다. 완성된,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는 Product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만드는 것은 무리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적재적소에 잘 가져다 쓰는 것은 꼭 필요한 능력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본인의 원하는 Product를 위해서 바퀴부터 만드는 사람들을 보면 항상 존경하게 된다. Baest는 피자 편에 나오는 곳으로 모짜렐라 치즈를 위해서 저지종 젖소를 사서 우유를 짜서 썼다(실제로 소를 사서 가져오는 샷을 남긴 인스타). 

Seirinkan에 가면 1층에서 이 쉐프를 만날 수 있다. from netflix


두 번째로 인상적인 가게는 Seirinkan이었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재료를 공수해와서 만든 피자가 맛있는 것이 아니라, 신선한 재료를 공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이 가게를 통해 이야기한다. 그래서 찾아가 봤다. 


입구 모습

위치: 나카메구로역에서 5분 거리 (Google maps)

tabelog: 3.72 (link)


참고로 온라인 예약은 되지 않지만, 오픈 전부터 줄을 엄청나게 서는 가게는 아니다. 평일 오픈 시각인 저녁 6시에 맞춰서 예약해두고 정시에 들어갔는데, 7시쯤 되니까 자리가 꽉 차기는 했다. 오픈 시점에 맞춰서 간다면 무리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어글리 딜리셔스: 세린칸편 from netflix

피자는 두 가지 종류만 있다. 마르게리타랑 마리나라. 치즈를 쓰지 않는 마리나라도 궁금했지만, 만드는 과정이 넷플릭스에 나왔던 마르게리타를 시켰다. 가격은 둘 다 1500엔이다. 

일단 마르게리타 피자

피자는 크지 않다. 1인용으로 먹어도 될 정도이다.

안 쪽부터 베어 물면 치즈와 토마토소스, 바질의 조화가 잘 느껴진다. 그리고 도우까지 먹게 되면 단단하게 붙어 있는 소금기가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누군가는 이걸 짜다고 말할 것 같기도 하지만, 여기서 소금은 도우를 감칠맛 나게 먹을 수 있도록 해주는 재료다. 이 도우만 사먹으라고 해도 먹을 정도. 


루꼴라 샐러드 

사실 피자보다 먼저 서빙된 루꼴라 샐러드도 신맛과 소금기가 적절하게 들어가 있었다. 소금 알갱이가 느껴지기도 하는데 전혀 짜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식욕을 자극할 정도의 적당한 간이 느껴졌다. 

두 메뉴 다 기본기에 충실하다는 생각.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기본기에 충실하기는 쉽지 않다. 기본에 무언가를 더 첨가하고 꾸미면, 기본기로 한 것보다 손쉽게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본기를 충실하게 높여서 결과물의 레벨을 높이게 되면 그건 분명히 꾸밈으로 레벨업한 것보다 더 큰 차별화가 된다. 

요리 레시피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는 모두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나폴리는 제게 피자를 줬어요. 이걸 제 형상대로 만든 거죠. 
- Susumu Kakinuma, Seirinkan 


외국의 것을 가져와서 만드는 것이지만, 자기가 제대로 소화한 뒤 해석해서 내놓았다는 셰프의 이야기가 진심으로 느껴졌다. 

도쿄에 다시 가면 꼭 다시 먹을 것 같다.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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