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위주스 Jan 31. 2018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딱 한 권만 넘으면 영어 울렁증이 사라진다

사람마다 영어에 대한 필요와 기대하는 수준이 다를텐데 나는 사실 큰 욕심은 없다. '다만 CNN뉴스와 영화를 자막없이 편한하게 듣고 영문 사이트, 원서, 레퍼런스를 한국어 읽듯 부담없이 읽어내려가는 정도만 소박하게 원한다'고 와이프에게 농담삼아 이야기하면 그건 소박한 게 아니라고 핀잔을 준다. 실제 내 영어 수준은 기대치에 한참 못미치고 영어로 쓰고 말하기는 듣기, 읽기보다 더 약하다. 따로 시간을 내서 영어 공부를 하지도 않지만 영어에 대한 목마름은 항상 있다. 


이 책은 사실 영어보다는 저자인 김민식PD에 대한 관심으로 읽게 되었다. 전설의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 2012년에 MBC파업 당시 현재 암 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등과 함께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 김민식 PD를 처음 알게 되었고, 결정적으로 약 3년 전 <진중권의 문화다방> 팟캐스트에 저자가 출연했을 때의 방송을 듣고 이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공짜로 즐기는 세상>이란 책을 찾아 읽기도 했고 저자의 블로그에 매일 들어가서 새벽에 업데이트 되는 그의 독서노트와 여러 글을 읽었다. 작년에는 김민식PD가 MBC 본사 건물에서 “김장겸은 물어나라!”라고 외치는 장면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생중계해서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고, 결과적으로는 그 사건이 기폭제가 되어 MBC파업과 사장교체로 이어지는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냈다. 현 MBC사장이 된 최승호PD의 <공범자들>이란 영화에도 저자가 여러 장면에 등장한다. 


시대가 그를 투사 이미지로 만든 면이 있지만, 저자는 낭만적인 덕후이고 지독히 성실한 노력가이다. 직장인임에도 1년에 200권 내외의 책을 읽고 일본 만화와 중국 드라마를 즐기기 위해 일상 속에서 일어와 중국어를 공부한다. 이 책을 읽으며 영어도 영어지만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와 열정, 열심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와! 이렇게 재미있게 아이디어를 찾고 노력하며 살고싶다’ 라는 의지가 마구 피어오른다.


이 책에서 저자는 쉬운 영어 회화책을 통째로 한 권 외우는 것, 만만하고 우습게 보이는 그 행위를 통해 말문이 트인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기초 회화는 수준이 낮은 문장이 아니라, 사용 빈도가 높은 문장들입니다... <voca 22000>에 나오는 단어나  <타임>지에 나오는 표현은 생활영어에서 거의 써먹을 수 없습니다..... 어학실력은 능동적 표현의 양을 늘리는 데서 판가름 나니까요” 라고 힘주어 강조한다. MBC에 입사해 방송사 PD가 되기 전에 독학으로 영어를 공부해 외대 통역대학원에 다녔던 전직 통역사의 말이니 믿고 그의 권유대로 실천해볼만 하다. 


나도 아주 오랜 전, 친한 지인과 중3 영어교과서 본문을 통째로 외우고, 거리를 걸으며 서로 순서대로 문장을 암송한 적이 있다. 쉬운 문장이지만 어쨌든 1시간 넘게 서로 영어로만 이야기를 하는 것의 힘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이렇게 쉬운 걸 외워야 하나? 좀 더 수준있는 걸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내 안의 의구심을 버리는 게 제일 먼저 필요하다. 작년 미국 여행 때 예전 만큼의 회화도 안되는 나 스스로에 살짝 당황했던 적도 있다. 영어에 대한 내 허영은 말 그대로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이 책의 권유대로 따라해볼까 한다. 나보다 영어를 잘 하는 와이프도, 이 책을 읽더니 같이 외우자고 한다. ㅎㅎ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