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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규인 Dec 06. 2023

비를 맞으며 드는 단상

오전부터 창밖으로 비치는 밖의 모습이 흐렸다. 곧 비가 쏟아질 것만 같았다. 점심 약속을 나가는 길, 날씨 검색을 하니 역시나 오후 3, 4시경에 비 예보가 있었다. 그 안에 집에 돌아오니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 비 예보를 철썩 같이 믿은 내가 잘못이었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때 시간이 오후 1시경이었다. 곧 그치지 않을까 싶어서 식사 후에 식당에 좀 더 머물렀지만 오히려 빗방울이 굵어질 뿐이었다. 결국 비를 맞으며 집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맞는 비였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사실 비를 맞는다고 큰일이 나는 건 아니니까. 비에 젖은 옷은 빨면 되고 몸은 씻으면 그만이지 않은가.


초등학교 시절 갑자기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아이를 마중 나온 엄마들로 붐볐다. 엄마는 비 예보가 있으면 아침에 우산 잘 챙기라고 말했다. 비가 오더라도 엄마는 일을 하니까 학교에 데리러 올 수 없었다. 행여 엄마의 말을 흘려듣고 우산을 챙기지 않으면 친구 우산을 같이 쓰거나 비를 맞고 와야 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엄마가 집에 있는 아이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사실 우산이 부러운 게 아니라 빈 집에 들어가지 않고 엄마랑 함께 들어가는 아이들이 부러웠던 거였는지도 모른다.


비 맞은 생쥐꼴이 되어 집에 오니 아이는 이미 하교해서 집에 있었다. 어쩌다 보니 전업주부인 이 어미가 밥을 먹고 오느라 늦어서 아이가 빈 집에 들어오게 만들었다. 아이는 사실 내가 집에 있건 없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어릴 적 나의 모습이 문득 떠올라 되도록 하교 시간에는 집에서 맞아주는 편이다. 이 아이는 그런 나의 마음을 알까? 아마도 모르겠지. 자식은 어미의 마음을 다 알아차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 같다. 나 또한 부모님의 깊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할 때가 많으니까. 시간 차가 있다는 게 문제 이긴 하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자식을 키우면서 그 당시에 엄마는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짐작할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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