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Code Pink 01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Diligitis May 25. 2017

한국의 Young Innovators

잠재된 슈퍼파워에 도전하는 사람들

걸스 인텍 X 페이스북 #SHEMEANSBUSINESS

 딸 부잣집에서 과학영재로 자랐던 저는 특별히 여성이라는 사실을 의식한 적이 없습니다. 10대에는 잔다르크처럼 남학생이 대다수였던 과학실험반을 이끌었고, 20대에는 예술가의 길을 걸으며 여성스러울 겨를이 없었습니다. 여성들이 모인 곳에 갈 기회가 없었기에, 여고를 다녔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었고, 그 후로도 정글 같은 남성 중심의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오랜 외국 생활로 익숙해진 '레이디 퍼스트'로 가부장적 문화를 마주할 때면 숨이 턱턱 막힙니다. 남녀평등이 생활화된 미국이나 중국에서조차도 성공한 젊은 여성 CEO는,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조부나 아버지를 둔 금수저 출신이거나 남편의 후광을 업은 경우가 아닌 이상 손에 꼽을 정도라는 푸념이 나오고 있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알게 된 '걸즈 인텍 (Girls in Tech)'은 여성 주도 모임이라 신선했습니다. 최근 국내 방송에서 원숙미 넘치는 걸 크러쉬 (Girl Crush)가 등장한 것으로 짐작컨대, 여성이 대외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올해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STEPI)이 3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개원 초창기 정치에 참여하는 과학자 이미지가 생소해서인지 시대를 앞서가신 분들의 업적이 폄하되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국책 기관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였습니다. 특히나 여성 연구원이 결혼하고 임신과 육아를 해도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정평이 나 있고,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영 이노베이터스 (young innovators)를 통해서 현장에서 살아 숨 쉬는 과학기술의 사회적 가치와 사업모델 (BM)를 다음 세대를 위한 혁신적 패러다임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30여 개의 스타트업 사례를 통해서 창업을 준비하는 청장년들에게 실행착오를 줄이고 롤모델을 삼을 수 있는 본보기를 제시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작년 50주년을 맞았던 한국 과학기술연구원 (KIST) 지난 반세기를 되돌아보며 과학기술분야의 노벨상을 향해 나아갈 만반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한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창조경제를 부르짖으면서 창업을 권장하면서도 비즈니스 모델 (Business Model)이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아쉬웠습니다.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기업가정신이며, '어떤 방식으로 가치를 전달하느냐'가 마케팅과 홍보에 해당하는 과정이고, 마지막 단계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를 만나다 보면 수익에 혈안이 되어 VC를 가장한 대부업자도 있어 황당했던 일도 있습니다. 외양은 얼마나 그럴듯하던지 판단을 흐릴 정도였습니다. 개인사업자인데 CEO 명함을 내미는 사람도 있고, 회비나 기부금을 낼 때면 분유 살 돈도 빠듯하다고 꼬리를 빼는 여사장님도 있습니다. 사업가가 자산 (Asset)을 구성하는 부채 (debt)와 자본 (Equity)의 개념도 없어, 법인으로서 정부지원이나 펀딩을 받으면 어떤 책임이 따라오는지 모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월급을 마다하고 창업을 하겠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그리고 국내의 역량 있는 싱크탱크 (think tank)를 활용하면 좋은데, KDI (한국 개발연구원), STEPI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서울연구원 등을 추천합니다. 


 페이스북 코리아에서 열린 스타트업 부트캠프의 메인 연사 힐러리 웨버 (Hilary Weber, Opportu Startup Innovation)의 강연을 시작으로 금요일 저녁부터 3일간의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IT와 스타트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일방적인 멘토링이 아닌 다각적인 엔젤링을 하는 'Inuit과 세상보기'로 유명한 김태원 대표 등 여성친화적인 심사위원들이 함께 했습니다. 70명의 엄선된 참여자와 함께 진행된 8개 팀에서는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사업성도 중요하지만 창업의 기본이 되는 기업가정신 (entrepreneurship)의 의미를 환기시킬 수 있었고, 평소 하나씩 품고 있던 아이디어를 피칭하는 과정을 통해서 모종의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대기업 리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적으로 복귀한 사례를 통해 이공계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매칭 하는 플랫폼도 인상적이었고, 반려동물 1000만 시대를 위한 맞춤형 장난감 구독 서비스, 아이와 부모가 함께 배우는 평생 코딩 교육, 아시아 DNA 은행 등이 우수 프로젝트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본인 혹은 누이, 어머니, 아내 등 가족이 경력단절을 대면하기 전까지는 강 건너 불구경일 수 있습니다.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기까지 긴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지척에서 벌어지는 폭력, 비리, 부조리를 마주하고도 내게 피해가 올까 무감각하게 지나가기도 하고, 내 코가 석자라 무신경해지기도 합니다. "유부녀에 경단녀이니 연봉은 중요하지 않지요?"라고 함부로 묻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경력이 많을수록 눈높이에 맞는 취업은 불가능으로 수렴합니다. 결국 NGO나 국제기구 등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데, 해외에서 예상치 못한 외국인들의 반응에 놀라곤 합니다. 형제의 나라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유린은 등한시한 채, 세계화를 외치는 것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이냐고 말입니다. 한글을 사용하는 나라가 한국과 북한뿐인데, 3만 명에 달하는 탈북자를 위한 창업에 소홀했구나 싶었습니다. 가까운 이웃도 돌보지 못하면서 글로벌 유니콘을 꿈꾼다니 부끄러워졌습니다. 새로운 헬스케어 창업을 앞둔 요즘, 어떤 세상을 만들지 구상합니다. 광야에서 방황하던 40년을 지나 원점으로 나를 돌려놓은 주님의 계획은 무엇일지 궁금해집니다. 주일에는 다시 신명기를 펼쳐보아야겠습니다. © Lisay G.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Code Pink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