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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ligitis Dec 10. 2017

STEAM으로 뭉치다

미국식 융합인재교육

나비 서식지 근처의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입구 © Lisay G.

 휴가 때 D.C. 에 머무를 때면 스미스소니언 (Smithsonian Institution)에서 진행하는 에듀케이션 프로그램에 종종 참여합니다. 원데이 클래스부터 4주 과정까지 있는데, 나이 제한도 없고 시간이 될 때 듣고 싶은 강좌를 골라서 들으면 '개이득'입니다. 철저한 예약제이니 노쇼 (No Show)는 금물이지요. 미 동부는 뉴욕, 마이애미를 갈 텐데 D.C. 는 수도답게 품격과 여유가 있습니다. 특별히 미국에 갈 일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남영동에 위치한 주한 미국 대사관 아메리칸 센터 (ACK; American Center Korea)에도 STEAM (Science 과학 Technology 기술 Engineering 공학 Art 예술 Mathematics 수학) 교육의 일환으로 3D 프린팅, 코딩 (coding), 아두이노 (Arduino), 디지털 음악, 레이저 컷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상대적으로 치안이 좋은 워싱턴은 야경을 즐기기에 좋았습니다 © Lisay G.

 2017년은 세계 어린이 코딩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내년부터 한국에도 중고등 정규과목에 도입된다니 양질의 교강사 확충도 필요하고, 교육열이 높은 부모들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습니다. 앱스토어에서 추천하는 코딩 애플리케이션 중 재미있어 보이는 것을 다운로드하여 시작하세요. 쉬우면서도 몰입이 되고, 모종의 커리큘럼을 마치면 내 이름의 수료증도 받을 수 있습니다. 구글 두들 (Google Doodle)과 MIT가 개발한 프로그램 스크래치 (Scratch)로 토끼가 당근을 찾아가는 게임도 있습니다. '선무당이 장구 탓한다'는 속담이 하나 틀리지 않듯 무슨 도구를 쓰든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실제 일반인들과 팀을 이뤄 미니 게임을 만들어 코딩의 기본이 되는 루프 (loop), 하이퍼링크 (hyperlink), 함수 (function) 등의 개념을 시각적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저는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습니다. 딸이 셋이니 한 명은 음악의 길을 가리라 생각하셨던 모양입니다. 당시 일기장을 보니 80년대 초반 레슨비가 월 8만 원이었는데, 셋이 배우려면 공무원이셨던 아빠 수입으로는 불가능했습니다. 나중에 커서 알았지만 엄마가 친정에서 받아오는 용돈이 아빠 월급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동생이 가장 먼저 레슨을 그만두고, 저는 15살까지 쇼팽과 베토벤까지 배우다가 학업과 병행하기 어려워 그만두었습니다. 모범생 언니는 고3까지 배우다가 이공계로 진학하면서 피아노는 가구로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아무도 음악을 업으로 삼지는 않았지만 동생은 뮤지컬 기획을 하고, 저는 해외에서 DJ를 하고, 언니는 키보드를 치고 있으니 인생 밑지는 배움은 없는 것 같습니다. 친정에 들를 때면 그 시절 언니와 제가 휩쓸었던 국제 콩쿠르 대회 트로피들을 보며 "그때 피아노를 안 가르쳤으면 집을 몇 채 샀을 텐데" 라며 어머니는 푸념만 가득합니다.   

 음악은 제게 다채로운 색깔로 다가왔습니다. 시각과 청각이 언제부터 얽히게 되었는지 잘 모르지만 어렸을 적부터 꿈을 꾸면 항상 컬러였기에 다른 사람들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청각은 죽기 직전까지 살아있는 감각이고, 시각보다 반응 속도가 빠르고 노화가 더디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코딩을 하거나 운전을 하는 등 다른 일을 하는 멀티 태스킹이 가능한 것 역시 특화된 점이지요. 지나간 음악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빈 공간을 근사한 곳으로 만들어주기도 하니 이보다 좋을 수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피아노를 배우면서 시력이 나빠져, 남자라면 군대가 면제될 정도의 고도 근시가 되었습니다. 대신에 남들보다는 몇 배는 예민한 귀를 가지게 되었지요. 음악 하면 노래나 악기 연주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요즘은 애플리케이션 (App)이 잘 나와서 초보라면 굳이 비싼 악기를 구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GarageBand, Smule, Osmo 등의 앱을 다운로드하면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이 오카리나, 클래식 기타, 하프, 바이올린, 피아노로 변신하고 블루투스 마이크가 있다면 나만의 노래방이 되기도 합니다. 소셜 미디어 기능을 겸하고 있어, 내가 부르거나 연주한 곡을 공유해 전 세계 사람들과 합창이나 합주를 할 수 있습니다. 디제잉을 하거나 명상할 때 쓰는 앱들도 있는데, 키워드를 검색하거나 카테고리별 차트에 들어가면 다운로드 순위별로 추천해줍니다. 음악 천재나 전공자들에게 국한되었던 작곡도 프로그램을 이용해 초보자도 배울 수 있습니다. 작곡, 화성학 등 이론은 전문적으로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하겠지만, 지식이 소수에서 대중으로 확산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 Lisay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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