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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ligitis Dec 30. 2018

영원한 insider는 없다

관계는 화초 키우기와 같아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Happy families are all alike; every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
(Constance Garnett, 1901)

 <안나 카레니나 (Anna Karenina)>의 첫 문장은 문학사상 명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딩을 배우면서 마음대로 진행되는 일이 없다 보니 상황을 관조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경우는 다들 비슷비슷하고, 작동하지 않는 경우는 원인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오류가 있었습니다. 동시에 터미널을 띄우고 포크 해 컴퓨터에 설치했는데, 나만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에는 정말이지 억울해서 펄쩍 뛸 지경입니다. 장비가 구식도 아닌데도 말이죠. 그런데 컴퓨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모두 제가 잘못한 탓입니다. 아니라고 발뺌을 해도 로그를 보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오류가 생겨서 검색을 하다 보면 또 재미있는 양상을 발견합니다. 15억 인구만큼 중국은 버그도 스케일이 다릅니다. 나만 이런 줄 알았는데 똑같은 경우도 있고 풍부한 예제들이 있습니다. 반면 러시아 개발자의 코드는 심플하면서 천재적이라 배울 점이 많습니다. 단점이라면 러시아어를 모르면 구글 번역기를 돌려 읽어야 한다는 것이죠. 


밀당하는 사람들

코딩을 공부하면서 다양한 스승을 만났는데, 감동을 주신 분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29세 강사이셨습니다. 저 같은 사람도 따라갈 수 있도록 설명해주시는 것은 물론이고, 빛의 속도로 살피고는 수정해주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아무리 바보 같은 질문을 해도 아는 범위 내에서 답해주셨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까지 알려 주셨습니다. 이런 분에게는 나이가 어려도 감사와 존경을 표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게임을 만들고 싶은데 채팅앱으로 강의가 이뤄져 홀로 진도를 나가야 했습니다만 즐거웠습니다. 저는 사람을 볼 때 단 한 가지만 봅니다. 외모나 실력은 시간이 흐르고 노력으로 변할 수 있지만 근본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네 차례 인터뷰를 했는데 태도 (attitude)가 아니다 싶으면 인연을 내려놓습니다. 첫 만남부터 밀당을 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리고 매사에 암울하고 부정적인 사람과 어울리면 기운이 빠지기 십상이지요.     


착한 딸 신드롬

 다시 언니 이야기로 돌아와 이야기의 발단은 그렇습니다. 언니와 저는 2년 터울로 함께 자라면서 모든 면에서 비교가 많이 되지요. 다자녀를 키우는 가정에서 화두가 될 만한 것이라고는 외모와 학업성적이 있는데 언니와 동생은 연예인을 닮았다는 말을 주변에서 들었고 저는 딸인데 아버지를 닮았습니다. 지금은 출가해서 중년에 외모에서 자유로워졌으니 논외로 하겠습니다. 언니는 시험운이 따르는 사람이라 관악캠퍼스 전산학과를 가게 됩니다. 그런데 언니는 이과 출신인데 수학을 못합니다. 저는 언니보다 내신은 조금 더 좋았지만 입시운이 따르지 않아 연거푸 고배를 마시다가, 먼 미래에 총장까지 할 수 있는 사립대학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세 자매들에게 펼쳐진 인생은 흥미롭습니다. 결국 언니는 졸업이 늦어지면서 캠퍼스 커플로 꽃미남 형부를 만나게 되면서 졸업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언니는 졸업 후 결혼을 하고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 사회활동을 접었습니다.


삐딱하고 싶었다

과학기술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없다면 삐딱하게 살고 싶었던 저는 예술계로 돌아서면서 비단길을 걸었습니다. 교육시스템과 제도권에 대한 반감으로 외국으로 나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15년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어머니 칠순잔치와 아버지 팔순잔치가 있었지만 귀국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언니를 인정해준다는 서운함이기도 했고, '언니가 잘하겠지.' 하는 믿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귀국해보니 세월의 벽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 식사나 하자고 화해의 제스처를 건넸지만 냉담함뿐이었습니다. 20대 중반까지 활동반경이 겹치다 보니 언니와 공통 인맥이 많은데, 어쩌면 코딩을 시작하게 된 것도 화해를 위한 시도일지 모르겠습니다. 게임 덕후였던 언니를 위해 미니게임을 만들어 앱을 출시했습니다. 아직은 초급 개발자라 단순 퍼즐 게임뿐이지만, 레파지토리(Repository)가 쌓이면 언니가 검색하다가 보게 될 날이 있겠지 상상해봅니다.


너는 졌고 나는 폈어

 언니와 제가 거쳐간 과학영재 실험반 출신 중 유명인사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동문회보다 언론을 통해서 소식을 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똑똑한 사람들의 약점 중 하나가 잘 뭉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1인 창조기업 대표들이 수두룩하지만 큰 일을 이루기란 쉽지 않습니다. 샴페인을 일찍 터뜨린 안타까운 후배도 있지요. 원숭이처럼 약삭빠르게 전과를 해서 학부를 졸업하고 컨설팅 회사에 입사합니다.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등 유리한 점이 많지요. 몇 년 후 꿈에 그리던 벤처기업 CEO에 올라 부와 명예를 얻습니다. 젊은 이미지를 어필하기 위한 창립자의 악수 (惡手)였을까요. 의사 결정권이 없는 대표였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재임기간 동안 어처구니없는 실수들을 하게 됩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The one who wants to wear the crown, must bear its weight.)'는 말이 틀리지 않더군요. 결국 계열사에서 일괄 사임하고 해외에 칩거하고 있는데, 러브콜을 보내면 와줄지 모르겠습니다. © Lisay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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