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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ligitis Dec 15. 2018

내가 앱을 만들다니!

기억과 망각의 썸 타기

FlyRoom 버전 0.1 스크린샷

 

새 버킷리스트를 채우며

 작가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sns를 끊기로 작심한 지 거의 1년 만입니다. 2018년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지만 올해는 미련이 없습니다. 버킷리스트를 바닥까지 비워낸 한 해였거든요.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다."라는 말처럼, 1년 전 내가 아닙니다. 2017년부터 준비해오던 스타트업 웹사이트를 시작으로, 개발자 타이틀로 앱도 출시하고, 나만의 AI 스피커도 만들고, VR 시뮬레이션과 블록체인 DApp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예술가보다는 백스테이지에서 빛나는 기획자나 개발자도 잘 맞는다는 것을 확인했고, 코드로 세상을 바꿀 수 있겠구나 희망을 발견한 시간이었습니다. '한 생명이 벼랑 끝에 몰리면 초능력이 나오는구나!' 실감했던 한 해였습니다. 몇 년 전 갭이어 (gap year)를 지나고, 인생 2막을 시작하면서 불가능해 보이는 꿈같은 버킷리스트를 적어보았습니다. 언젠가는 글로벌 광고 모델을 한다거나, 레이디 가가 (Lady Gaga)의 <Bad Romance> 같은 예술적인 뮤직비디오를 찍어보겠다는 것처럼 말이죠!



세렌디피티의 법칙

브런치 구독자라면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의 법칙'을 믿는 사람입니다. 질문하기를 즐기고 정해진 카테고리로 분류하거나 규정하기 힘든 아웃사이더입니다. 친하지 않은 사람이 “뭐하는 분이세요?”라고 영혼 없이 물으면 “백수예요!”라고 답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화려한 타이틀로 나를 알리기에 급급했다면, 나이가 들면서 여유가 생겼습니다. 어차피 모든 사람에게 좋을 수 없으니까, 인맥을 다이어트하기로 했습니다. 의미 없는 소셜 네트워크를 정리한 것도 그 일환입니다. 관심종자도 연예인도 아닌데 SNS에 시간을 허비하며 모래성을 쌓느니, 현실에서 책을 내거나 운동을 하거나 재테크로 통장 잔고를 불리거나 건물을 짓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데 체면 때문에 해왔던 일은 내려놓고, 진짜로 원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여전히 낯을 가리는 AAA형 소심쟁이지만, 강한 자에게는 호랑이 같고 약한 자에게는 비둘기 같은 사람입니다.  


초파리와 사랑에 빠지다

지난 1년간 저의 뮤즈가 되어준 대상은 빨간 눈의 야생 초파리입니다. 과일을 반나절 놓아두면 어디선가 나타나 날아다니는 흔한 생명체입니다. 포도, 오렌지, 복숭아 등 새콤달콤한 과일을 좋아하지만 바나나향을 특히 좋아합니다. 작은 미물이지만 비밀을 알고 나면 스펙이 엄청납니다. 왜냐고요? 지금까지 인간을 대신해 우주선에 가장 많이 탑승하기도 하고, 노벨상을 여섯 번이나 수상한 경력도 있습니다. 나비나 꿀벌처럼 인기가 있거나 친근하지는 않지만, 벼룩이나 모기처럼 인간에게 해를 주지도 않습니다. 그런 녀석들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초파리 수명이 한 달 남짓하기에 자자손손 대를 거듭해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벌레 한 마리 죽이지 못하는 제가 초파리로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다가 초파리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작업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JS와 Python

결론적으로 올 한 해 초파리와 함께 눈 부신 비상을 했습니다. 온갖 버그를 마주하면서 좌절하기도 하였고 앱을 출시하기까지 리젝을 당하기도 하고 배움의 길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Python, Object-C, Swift, Solidity 등 기초를 다지면서 그동안 수박 겉핥기로 알고 있던 JS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React Native, Node-RED, Web3 js 등 오픈소스를 활용해서 웹과 앱을 개발했습니다. 며칠만 지나면 3년 차 주니어 개발자입니다. 12년 기획 경력과 15년 디자인 노하우는 덤입니다. 프로그래밍을 잘 알지 못할 때는 업체가 부르는 게 값이고 제가 원하는 능력을 가진 개발자를 찾기 어려웠기에, 미지의 세계를 열었다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애플 정식 개발자 등록도 했으니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앱을 만들어 실행해 볼 생각입니다.  



개발자 포럼을 향해

앞으로 연재하는 글을 읽으면서 겨울 휴가 동안에 웹과 앱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학창 시절 알파벳을 배우고 시를 끄적이던 순수함과 호기심이라면 모종의 결과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제로에서부터 시작할 용기가 있다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 새로운 것을 배우기에 예전 같지 않다고요? 종양 수술로 전신마취를 여러 번 했던 저는 잠자는 뇌세포 탓을 하며 그동안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게임 개발을 부탁하다가 6개월 만에 히나단 (hinadan) 앱을 만들고 WWDC 개발자 포럼과 UN에서 초청 강연을 하신 일본의 82세 할머니께 도전을 받았던 것처럼, 목표와 의지만 분명하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것이 인간이 가진 슈퍼파워는 아닌지 추측해 봅니다. 기억력이나 속도로는 컴퓨터를 따라갈 수 없겠지만, 통찰력과 망각의 힘은 인류의 역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에베소서에 나오는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라."는 성경 구절을 건망증으로 승화시키는 것도 정신 건강을 위해 좋겠습니다. 오늘 배운 무언가를 내일이 오기 전에 깨끗이 잊어버린다면 당신은 능력자입니다! 미래 (未来)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미 내 곁에 와 있습니다. © Lisay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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