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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ligitis Feb 04. 2019

스타는 타고나는 것일까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쉽다

초파리의 겹눈을 떠올리며 © Lisay G.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처음에는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습니다. 그저 한계까지 제 자신을 담금질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젊은 시절 꿈을 이룬 사람도 있지만, 저는 모든 것이 늦되는 것 같습니다. 여성의 절반이 겪는 빈혈을 해결하기 위해 자그맣게 <간사한 농장>의 프로토타입을 완성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던 중 후쿠시마 방사능 피폭으로 일본 친구들과 친구 남편의 연이은 부고를 접하면서 근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CTO로 내정된 멤버가 하차하면서 잠시 혼란에 빠졌지만 제가 찾는 '선한 인재'를 포기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벼랑 끝에 섰을 때, 잊고 있던 코드가 떠올랐습니다. 20여 년 전에 어깨너머로 했던 일이라 좌뇌가 그때만큼 움직일지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히나단 앱을 만든 80대 개발자의 뉴스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미러볼에서 영감을 받아 아이콘을 만들었습니다 © Lisay G.

예술가라는 호칭 You can call me artist

상황은 저와 비슷했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앱을 만들어달라고 이리저리 부탁하다가 수차례 거절을 딛고 독학으로 개발을 하셨습니다. 프로그래머 (programmer)와 개발자 (developer)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남이 시킨 코드를 타이핑하고 있다면 기술자이고, 스스로 기획하고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사람을 개발자라고 부릅니다.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에서 시키는 과업이나 외주로 하는 일은 클라이언트의 취향에 맞춰야 합니다. 나의 주장이나 개성을 넣을 여유가 없습니다. 반면 자신의 브랜드가 있는 디자이너라면 전문 분야에 있어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 세상이 인정하는 경지에 오르면 남들이 '아티스트'라 불러줍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성공 공식이 있는데, 뭐든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쉽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작품을 만드는 것도, 아마도 책을 쓰는 것도 그럴 것입니다. 첫 번째 앱을 출시할 때에는 모든 것이 처음이라 심사를 포함 석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마치 결혼식이나 재판이 처음인 사람이 혼인 서약이나 양심 서약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제기를 하면서 생긴 해프닝이었습니다. 새로운 IDFA 가이드라인으로 2019년 앱 제출 방법이 조금 달라지기는 했지만, 잠들기 전 올리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앱이 출시되어 있었습니다.      

뺄 것이 더 없을 때까지

두 UX의 차이점이 보이나요? 디자인적으로 훌륭한 예는 아니지만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우측을 택하겠습니다. 둘 다 동일한 카테고리에서 추천 앱으로 다운을 받았는데 좌측은 다운로드하자마자 삭제를 했습니다. 우측에는 비회원 모드인 '건너뛰기 (skip)' 메뉴가 있어 서비스 둘러보기가 가능했지만, 좌측은 로그인을 할 만큼 매력적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최선의 디자인이라면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입니다. 디자인은 기능적 아름다움이 우선합니다. 그렇다고 국내 건축학과처럼 공과대학에 넣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해외에서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건축학과가 예술대학에 속해 있는 사실이었습니다. 주변의 아파트나 건물만 둘러보아도 왜 그런지 답이 나오긴 합니다. 크리에이터 혹은 아티스트를 하려면 스토리텔링도 하고 최소한 직원 월급은 밀리지 않고 줄 수 있는 책임감도 있어야 합니다. 촬영, 후작업, 편집을 하려면 영상 프로그램이나 웹사이트도 기본적으로 알아야 합니다. '돈이면 다 된다'라고 반문하실 분도 있을 텐데 속칭 '현금을 태우는' 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필드에서 일련의 과정을 배우거나 직접 겪어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엄청납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두 번째 앱이 출시되었습니다 © Lisay G.

페임 Fame

유명해지고 싶나요? 그런데 유명세에는 대가가 있습니다. 쌩얼로 외출을 하거나 대중교통을 편하게 이용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평생 외로운 성에 갇혀서 지낼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당신의 후광을 보고 모여드는 사람들로 진실한 관계를 분별하기가 어렵습니다. 동고동락하던 때나 학창 시절 친구를 사귀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올라갈 때는 하루하루 설레고 즐겁지만 떨어질 때는 끝이 없습니다. 올라갔다가는 내려와야 하는데 추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잘 내려와야 합니다. 반짝이는 빛이 다하면 사람들은 추풍낙엽 떨어지듯 떠나갑니다. 한 명이라도 끝까지 내 곁에 남으면 인생을 잘 살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돈만 있으면 반려동물과 함께 외롭지 않을 것 같나요? 죽을 때에는 모두 빈 손으로 갑니다. 아무리 많이 벌어도 이를 남겨줄 대상이 없으면 사회에 다 환원하거나 탕진해 버리고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갑니다. 참으로 허무합니다. 부와 명예와 미 (美)가 그렇습니다. 영원할 것 같지만 금세 지루해지고 새롭고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 것이 인간의 본능입니다.



스타 이즈 본 Star is born

켄터키 프라이드치킨 설립자로 유명한 커넬 샌더스 (Colonel Sanders, 1890 – 1980)는 칠순이 가까운 나이에 창업을 했습니다. 아직 그 나이가 되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명예나 큰돈을 바라고 사업을 시작하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젊었을 때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하셨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허송세월을 보내다 보면 젊음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고, 돈 쓰는 것이 물 쓰는 것보다 쉽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열심히 해도 대중의 사랑을 받거나 큰돈을 벌거나 상을 타는 것은 의외의 사람에게 돌아가 분노하기도 합니다. 성경에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고린도전서 1:27)"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2019년이 제게 어떤 시간이 될지 모르겠지만, 초파리의 영롱하고 빨갛게 빛나던 눈을 마주한 설렘을 되새기며 겸허하게 출발해보려 합니다. © Lisay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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