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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ligitis Feb 08. 2019

개발자 모임에 갑니다

 명품 밋업의 조건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처럼 현상에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 Lisay G.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도 있듯이 소재나 서비스는 비슷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이를 만드는 것은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철학과 디테일입니다. 인과관계가 분명한 과정이 있다면 그것은 진정성이 있습니다. 아무리 모방하려고 해도 따라갈 수 없는 것이 있지요. 보이는 대로 흉내 내는 것은 쉽지만 미묘하고 섬세한 마무리는 보고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스타벅스가 커피를 판다고 커피로 승부를 보려고 한다면 어리석은 일입니다. 스타벅스는 태생부터가 IT회사로 핵심 멤버들 역시 엔지니어 출신이고 기술로 무장한 회사입니다. 사이렌 오더와 드라이브 스루 결제로 1조 원을 넘게 움직인 핀테크 기술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 커피를 팔다 보니 분위기 좋다고 입소문이 나고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극한직업>에서 마약조직을 소탕하려고 치킨집으로 변신해 잠복수사를 시작했는데, 그만 맛집으로 대박이 난 것처럼 말이죠.   



커뮤니티를 들어가 보면 주최 측이 사람을 돈으로 생각하는지 인격체로 대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댓글이나 입맛에 맞지 않는 포스팅은 걸러 삭제하는 것은 다반사이고 유저가 올리는 콘텐츠로 생존하는 곳인데 그 마저도 광고비를 내라고 요구합니다. 그것도 모자라 사용자들을 볼모로 몰래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좋아요 등 취향과 고객 인맥으로 성장한 회사인데, 공은 자기들이 취하고 사용자에게 요금을 매기는 행태에 좋은 인상을 가질 리 없습니다. 사회공헌을 해도 전혀 와 닿지 않습니다. 반면 좋은 것이 있으면 하나라도 나누려고 애쓰고,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 밋업이 끝나고도 개인적인 시간을 할애하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을 엽니다. 개발자를 위한 밋업이지만 참가자들을 위해 정성스레 간식을 준비하고, 달력이나 티셔츠까지 아낌없이 나누는 곳이라면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 편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1인 가구가 2000만에 육박하면서 다양한 밋업이 활황입니다.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행사부터 어학 능력이나 티켓으로 제한을 두어 참가자를 모으기도 합니다. 명품 밋업의 조건 두 번째는 단연 참가자의 퀄리티입니다. 주최자의 네임밸류가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이 오느냐가 관건입니다. '가재는 게 편,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도 있듯이, 결국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보면 흥미롭습니다. 월례행사나 주주총회, 조찬모임, 동창회 등 많지만 어떤 목적으로 모이는지가 밋업의 분위기를 좌우합니다. 2011년 비트코인이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때, 베이징에 블록체인 투자자 모임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비행기를 타고 와 반나절 모임에 참석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대인관계에서 상대를 존중하는 것은 매너입니다 © Lisay G.

 앞의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장소는 부수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출신이나 배경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태어나고 어디에 사는 것이 중요할지 모르겠지만, 그것보다는 어떻게 누구와 교제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뉴욕에서 10년을 살았다고 모두가 같은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이는 유학생의 신분으로 돈을 쓰면서 시간을 보내고 어떤 이는 주재원으로 외화를 벌었다면 삶의 스펙트럼은 천지차이입니다. 호텔이든 펜트하우스든 공유 오피스든 대사관저든 누가 오는지가 중요하겠지요. 절대적이고 상대적인 시간은 물리적 공간을 초월합니다. 회사나 대학 캠퍼스를 가면 구성원들이 만들어내는 아우라가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단시간에 배우거나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몇 년 전 온오프라인을 잇는 플랫폼으로 유명한 CEO의 투자자 성폭행 사건은 국내 스타트업계의 뜨거운 이슈였습니다. 미국에서는 대기업이나 스타트업 성추행 사건으로 CEO가 사임하는데, 국내에서는 유감스럽게도 기득권이 두둔하면서 유야무야 덮이게 됩니다. 범죄와 사생활도 분간하지 못하는 실망스러운 의견이 나올 정도로 한국은 여전히 성공지향적 사회입니다.

도메인을 구입하면 회사 이메일을 100개까지 덤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코딩에 몰입하면서 느낀 점은 사람들과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컴퓨터는 분명한 이유가 있지만 사람은 이유 없는 행동이 허다하지요. 프로그래밍을 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까지 들었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혼자 살아갈 수 없습니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탄생의 순간부터 연약하기에 보호가 필요하고 자라면서 취향과 취미에 따라 삼삼오오 모이게 됩니다. 박사 후 과정까지 정규 교육을 마쳤더라도 배움에 대한 갈증은 영원합니다. 배우는 사람은 하루하루가 새롭습니다. 유아독존인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정신 수준은 유아기적 단계에 머무릅니다. 환갑이 되어서도 본인 자랑만 늘어놓는다면 주변에 좋은 벗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남을 돕고 기부할 줄 아는 이타주의적 사람일수록 삶의 만족도가 크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코딩으로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등장한 것이 블록체인의 하이퍼 레저이니까요. 명품은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라벨을 떼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도 그 특별함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는 안목입니다. 90년대 가족과 같던 넥슨 매각설로 뒤숭숭한 가운데, 앞서간 천재 개발자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 Lisay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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