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Diligitis Jun 17. 2019

마르쉘 뒤샹과의 조우

예술로서의 코딩

귀염 뽀짝 초파리 체스 앱이 출시되었습니다 © Lisay G.

초파리 체스 완성

 2017년 스타트업을 구상하면서 가장 만들고 싶었던 것은 다름 아닌 체스 게임이었습니다. 체스는 승패를 겨룬다기보다 여러 가지 형태로 합의가 가능하면서 바둑보다 경우의 수가 많지 않고, 킹이 끝까지 살아남습니다. "체스를 두는 사람은 모두 예술가이다."라는 마르쉘 뒤샹의 말처럼 두 사람이 마주하고 체스를 두는 광경은 그야말로 인간적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마르쉘 뒤샹 회고전을 보면서 체스 앱을 만들어야겠다는 열망은 불타올랐습니다. 괴짜이자 스타 작가였던 뒤샹의 작품은 여러모로 영감을 줍니다. 4월 입원이라는 돌발상황으로 게임 출시는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지난 두 달간 몸을 추스르면서 컴퓨터를 한 번도 열지 않았습니다. 코딩을 잊지 않기를 바라면서 머릿속으로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해볼 뿐이었습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서

 기획자와 디자이너이면서 개발자 밋업에 참석한 지 만으로 1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행착오를 기록으로 남길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처음으로 깃 (git)을 만들고 앱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남모를 좌절과 성취감도 느꼈습니다. 그리고 2019년 위워크와 함께 스타트업에 올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생각했던 공유 오피스 이상이었습니다. 오래 앉아서 일하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에 저는 거의 자리에 없습니다. 재미있는 이벤트가 있거나 중요한 미팅이 잡히면 움직입니다. 크래프트 맥주와 테라로사 커피가 무제한이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술은 입에 대지 못했고, 커피도 건강을 생각해서 하루 석 잔 이내로 마시고 있습니다. 대신 평소에 거의 마시지 않던 물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과일수라 물이 맛있을 수 있다니 습관을 바꾸는 동기가 생겼습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멤버들과 요트나 카약도 타러 가고 국가대표와 함께하는 암벽등반이나 PT에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던 제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위워크 문화 중 하나인 미트 프리 (meat-free) 정책으로 샐러드나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샌드위치, 해산물 포케 등을 먹습니다.

위워크 디자이너 클럽은 층고가 높아 아이디어가 샘솟습니다  © Lisay G.

쉬엄쉬엄 살아야지

 한 달만에 랩탑을 열어보니 낯설기 그지없습니다. 업데이트를 기다리는 애플리케이션과 프로그램 업데이트 알람을 보니 피로가 밀려옵니다. 예전에는 멀티태스킹을 잘했는데 이제는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합니다. 형광등이 깜빡이듯 기억이 가물가물 머릿속에서 맴도는데 답답합니다. 손가락을 움직이면 뇌가 활성화된다고 임신했을 때 십자수나 뜨개질을 하듯 재활을 위한 이벤트를 찾아보았습니다. 요즘 핫하다는 마크라메, 드림캐쳐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도 도전했습니다. 실을 꼬아 다양한 매듭을 만들고 구슬이나 깃털을 달면 완성되는 공예 장식품인데 신기하게도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만든 것과 아랍인들이 낙타를 덮을 레이스를 만들던 공예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손을 꼬물꼬물 움직인 덕분인지 감을 잃지 않고 세 번째 체스 앱이 무사히 출시되었습니다. 그동안 앱스토어 정책이 바뀌어서 소소한 리젝을 당하기는 했지만 괜찮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인간이 어디 있던가요.   

아이폰을 위한 초파리 앱 삼총사 © Lisay G.

다시 크리에이티브로

잘 짜인 코드는 한 편에 시와 같습니다. 마치 시를 음미하듯 한 구절 기호, 띄어쓰기에도 의미부여를 해봅니다. 귀차니즘에 길들여진 저는 같은 코드를 길게 반복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초보 개발자가 DB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것을 예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는데, 그림을 어떻게 그릴지 분명해졌습니다. 이제 AI 네이티브 세대들이 태어나 자라고 있습니다. 그들이 살아갈 세상은 우리가 경험했던 세상과 다를 것입니다. 아직은 사람이 운전을 하지만 앞으로는 사람이 운전하는 교통수단은 점차 사라지고 자동운전이 아니면 불법인 날이 옵니다.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세상이 머지않았습니다. 유전자 치료도 막을 수 없는 거대한 변화입니다. 지금은 자연적으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앞으로는 유전자 맞춤 (Designer baby)으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지금은 손수 코딩을 하지만 양자컴퓨팅이 상용화되면 자연어를 AI가 자동으로 변환해 주는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요. 노동은 종말을 고하고 창의성으로 평가받는 세상이 도래하기를 기대해봅니다. © Lisay G.   












이전 13화 웹, 어디까지 가봤니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인생은 한 편의 멋진 게임일 뿐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