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Code Pink 14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Diligitis Nov 11. 2019

명품 시계의 효용 가치

애플 워치 앱 개발기

시계의 원형은 태양의 그림자를 따라 만들어졌습니다 © Lisay G.

 몇 년 전부터 어른부터 아이들까지 코딩 열풍이 불었습니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 저도 배웠습니다, 코딩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면서 말이지요. 디지털 문맹을 벗어나 보니 흥미롭습니다. 공학도는 프로그래밍이라고 부르고 인문학도는 한 편의 시를 쓰는 것이라 표현하기도 합니다. 일반인을 위한 입문서를 탈고하면서 음미해보니 코딩은 디자인의 반대되는 개념이더군요. 코딩과 디자인을 두루 하지만 사용하는 뇌의 영역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코딩 (code -ing)은 말 그대로 기호화입니다. 자연어는 늘어지고 과장이 있기에 컴퓨터와 소통하는 일종의 문법입니다. 반면 디자인 (de-sign)은 브랜드와 철학을 한눈에 인지할 수 있게 풀어내는 것입니다. 프로세스가 다릅니다. 양축을 왔다 갔다 하면서 저는 오늘도 방황합니다. 줄 세우기를 좋아하지만 무엇이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더불어 살아가고 또 인류가 생존하는데 모두 필요한 기술이니까요.   


 30여 년 전 명품, 외제차, 고급 아파트 등이 사회경제적 신분과 동일시되었던 시대가 있습니다. 소유가 곧 나를 증명했기에 사람들은 소비지향적 삶을 살았지요. 월급을 모아 재테크 수단으로 물건을 샀습니다. 하지만 밀레니엄이 시작되면서 소유의 공허함을 깨닫고 공유경제로 도약이 이뤄집니다. 명품은 특별한 날에 대여해 합리적으로 사용하고 차량은 공유하고 아파트나 사무실도 월 단위로 임대합니다. 인생은 짧고 소중한 것은 많기에 한 번 입을 옷이나 다 읽은 책이나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을 쌓아둔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지요. 디지털과 아날로그 세상은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아날로그 세상에서는 진품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다 가짜이지만 디지털 세상에서는 오리지널과 복제품의 퀄리티가 동일합니다. 애플 워치가 브랜드 콜라보를 했을 때 사람들은 웃었지요. 럭셔리 마니아는 소유할 수 있는 신제품이 나온 것에 대한 행복한 미소였고, 디지털 혁명가들은 조소였습니다.


 가죽공예 원데이 클래스에서 H사 브랜드 스티치와 동일한 재료와 수공으로 더블 투어 시계줄을 만들어 제 이름을 각인하고, 워치 페이스는 오픈소스로 완성했습니다. 굳이 몇 천 달러를 주고 H사 애플 워치를 구입한 동생과 만나 시계를 비교했지만, 여섯 글자를 제외하고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과거 개발자는 기술자로 평가절하되었지만 지금은 혁명가 혹은 아티스트로 부릅니다. 요즘 아날로그시계를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더군요. 태엽을 감거나 가죽 시계줄을 교환하던 때가 엊그제 같습니다. 요즘에는 인공위성으로 정시를 맞춰주는 스마트폰을 시계 대용으로 사용합니다. 명품 시계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시간보다는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목적일 것입니다. 신혼부부들조차 고가의 예물이나 폐물 대신 기억에 남을 세계여행을 한다거나 창업을 하는 분위기입니다. 기분전환도 할 겸 애플 워치 앱 개발을 하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타트업 기업가들은 돈만 버는 것을 목표로 않습니다. 미래에 투자하고 이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입니다. 한국에 재벌은 있지만 진정한 기업가(entrepreneur)는 얼마나 될까요. 아이들과 <쇼미 더 머니> 준비로 한참 바빴던 추석 연휴였습니다. 위워크 네트워크에 아이폰용 좋알람 개발자를 찾는다는 소식이 올라왔습니다. 안드로이드 앱은 출시되었는데 아이폰 개발자를 구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천계영 작가님의 팬이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좋아하면 울리는> 구독자로서 담당자에게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주니어 개발자이지만 아이폰 앱 세 개를 출시했고 스타트업 대표라 소개했습니다. 부담을 가질까 봐 20년 차 디자이너라는 말은 비밀에 부쳤습니다. <너의 이름은>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메신저에 영감을 받아 메모장 Allergy Fly을 출시한 바 있습니다. 초보라 뭐든 쉽지 않지만 영화의 감동을 떠올리며 개발에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대행사가 예산이 없는지 연락이 없습니다. 그래서 클라이언트 없이 만들어 보았습니다. 메신저는 코딩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필수이기에 배운 것을 복습하는 셈 치고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제가 리드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봐 데드라인을 정했습니다. 인간은 목표가 있어야 매진하기에 디자인, 경제, 경영학을 전공한 분들과 코딩 스터디그룹을 만들었습니다. 교육자가 되는 것에는 일찍이 흥미가 없기에 지식을 팔아 돈을 벌지는 않습니다. 세상의 불편한 것들을 찾아 개선하고 미래를 위해 꿈을 꾸고 일하는 스타트업끼리 힘이 되기로 했습니다.


 오랫동안 해외에서 일하다 보니 뉴스에 오르내리는 경제총수 부인들을 모실 기회가 몇 차례 있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을 즈음해 한 사모님이 출장 차 베이징에 오셨다가 가품 시계를 파는 시장에 데려가 달라고 하셔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진품을 사도 부족함이 없으신데 왜 가품을 찾으시냐고 조심스레 여쭈었더니 분실이나 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사회적 지위로 추측컨대 당신이 소유한 것은 그 누구도 가품이라 의심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진품을 구입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명품은 사람의 품격 그 자체임을 증명하는 셈입니다. 진품을 입어도 가품으로 의심받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가품을 둘러도 진품으로 여겨지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영화에 등장하는 야쿠자, 마피아, 조폭 등이 사치품의 주된 고객이었던 것 같습니다. 타인에게 보이는 것이 중요한 사람들이니까. 내가 먹지 못하는 신포도가 아니라 사모님을 만난 이후로 명품 브랜드에 대한 일체의 욕망이 사라졌습니다. 저는 유행과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이지,  레거시의 추종자나 소비자이기는 거부합니다. 앞으로 사업을 키워 세상에 저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는 것만 남았을 뿐이지요. 문득 명품 시계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해집니다. © Lisay G.


이전 13화 마르쉘 뒤샹과의 조우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Code Pink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