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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ligitis May 22. 2016

현재를 즐겨라

염화미소의 깨달음

낙산대불 발아래에 늘어선 관광객들 © Lisay G.

 대부분 종교에는 신 (神)이 있지만 불교는 신이 없습니다. 어차피 신학은 철학이 아니기에 그냥 받아들이기로 하면 마음에 평화가 옵니다. 모순투성이의 세상에 숨이 트이는 기분이랄까요. 수양으로 내 안에 있는 부처를 만나는데 백팔번뇌를 잠잠하게 만들면 열반 (nirvana)에 듭니다. 불교는 사상과 수행 방법에 따라서 대승불교 (大乘佛教)와 상좌불교 (上座佛教)로 나뉩니다. 티베트나 몽골에서는 밀종 (密宗)이 지배적입니다. 북경 수도박물관에 갔다가 마주 보고 걸터앉은 남녀 불상을 보고 놀란적이 있습니다. 밀종은 '비밀스러운 가르침'으로 밀교 (蜜教), 금강승 (金刚乘)의 의미로 한국과 일본에서는 사용되고 있습니다. 종교시설에서는 무언가를 태웁니다. 초나 향을 태운다는 것은 희생이며 빛과 향기로 빈 공간을 채운다는 의미입니다. 혹자는 죽은 자와 산자를 연결하는 것이라 해석하기도 하는데 소유에 대한 욕망을 버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친구들은 불교신자가 많습니다. 2011년 봄, 제가 세례를 받고 크리스천이라고 커밍아웃을 하자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습니다. 예전처럼 술을 마셔도 되는지 시험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어디를 가든지 성령이 함께 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까요. 엮이면 안 되는 사람이 접근하면 이상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멀쩡하던 휴대폰 배터리가 폭발해 전화연락이 어려워 지거나 중요한 PT를 앞두고 랩탑 메인보드가 망가져 계약이 파기되는 기이한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사건이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닙니다. 사건이라도 벌어지지 않으면 아둔한 인간은 눈치챌 길이 없기에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애써 노력한 일이 안되어도 좋은 쪽으로 생각합니다.

피처럼 붉게 녹아 흐르던 촛농 © Lisay G.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 번은 절, 성당, 교회에 갈 일이 있습니다. 석가탄신일이라든가 크리스마스, 디왈리 등 각 종교마다 축일도 있고 친구 혹은 가족을 따라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2011년 출장 중 낙산대불 (乐山大佛)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11월의 쓰촨 (四川)에는 여름의 뜨거움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중국 교수 친구의 배려로 쓰촨 지역 세 개 대학 순회 특강 스케줄이 잡혀서 베이징에서 청두 (成都)로 이동했습니다. 쓰촨 성의 성도 (省都)이기도 한 청두에 위치한 쓰촨대학교는 외국인 방문학자 (visiting scholar) 들이 거치는 코스이기도 합니다. 차로 몇 시간 거리에 있는 충칭 (重庆)에 위치한 사천 미술대학 (四川美术学院)은 독특한 화풍으로 세계적인 현대미술가를 대거 배출한 바 있습니다.

세계 최대의 낙산대불에 무성한 풀들 © Lisay G.

 어메이샨 (峨眉山)을 오르다가 보면 러샨 (乐山)이 있는데 바로 이 곳에 유네스코 세계 복합유산으로 지정된 세계 최대의 석불 낙산대불 (乐山大佛)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당나라 현종 때에 부처의 힘으로 홍수를 막아보려고 승려  하이통 (海通)이 링윈샨 (淩雲山) 절벽에 석상을 조각했다고 전해집니다. 승려는 대불이 완성되기 전 입적하였고 절도사로 있던 위고 (韋皋)가 건설을 이어받습니다. 강에는 공사로 떨어져 나간 토사가 쌓이면서 자연스레 강바닥이 얕아져 기원대로 수해는 대폭 감소했습니다. 완성까지 무려 90년이 걸렸고 13층의 목조건축이 대불을 지지하고 법의에는 금박을 피부에는 주홍색을 칠했습니다. 빗물을 방출하는 배수구도 있었고 명대에는 경전을 넣기 위해 흉부에 구멍을 뚫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목조 누각은 소실되고 대불도 부식이 진행되어 지금은 사진처럼 색이 바래고 잡초로 무성하게 덮였습니다. 높이 71m, 머리 직경은 14m 코는 5m가 넘고 석불의 발 위에는 100여 명의 사람들이 앉을 수 있습니다. 전체 모습을 보려면 강 건너편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을 타야 합니다.

루이스 세라 (Lluis cera)의 홍콩 아트페어 신작을 위해서 중국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이미지를 요청하였는데, 마침 제 특강이 기사로 실렸던 지역 신문이 보이길래 스캔해 보내주었습니다. 그리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작품이 완성되었다고 친구가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이듬해 저는 홍콩 출장이 있었고 친구는 스케줄이 바빠서 홍콩까지 오지 못했습니다. 제가 나오는 작품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뿌듯합니다. 신문지와 지폐로 접은 종이학 같지만 대리석이라 개인 소장은 부담스러워 홍콩 현지 컬렉터를 찾아야 했습니다.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은 뜻이 맞으면 수월하게 성사됩니다. 입금하지 않으면 꼼짝도 않는 상업작가도 있지만 대부분 전업작가는 영감이 충만하면 작업을 합니다. 작품으로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라 비전을 품고 미래를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초록은 동색'이요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이 있지요. 결국은 비슷한 성향과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게 됩니다.

러샨 사범대학 아티스트 토크 특강 © Lisay G.

 중국에서는 '대학 (大学)'은 university 종합대학을, '학원 (学院)'은 college 단과대학을 칭합니다. 저는 사천 대학 (四川大学)과 사천 미술대학 (四川美术学院), 러샨사범대학 (乐山师范学院) 특강을 마치고 천군만마를 얻은 듯 기뻤습니다. 기업 특강으로 작품을 소개할 기회는 있지만 좋은 학생들을 만날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한류 덕분인지 당시 만났던 학생들과는 아직도 연락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한류와 K-pop으로 한글을 배우고, 한국에 취직을 하거나 유학이 꿈인 90년대 출생한 학생들을 알게 된 것은 가장 큰 소득이었습니다. 남들처럼 취직을 했다면 안락한 삶을 누렸겠지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최소한의 삶을 살지만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는 것은 예술가로서 큰 축복입니다. 옛날에는 하나만 잘하면 되었지만 요즘은 전방위적이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갑니다. © Lisay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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