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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ligitis Aug 21. 2016

아세안의 심장

젊음으로 넘치는 자카르타

아트 스테이지 자카르타가 열리는 간다리아 시티 쇼핑몰 © Lisay G.

 자카르타까지는 7시간이 소요되는 먼 비행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동서로 길게 뻗어있기에 3개의 다른 시간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열대기후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강타한 폭염 탓에 서울보다 덜 더웠습니다. 24시간 에어컨이 풀로 가동되고 태양을 마주하고 길 위를 걸을 일은 없었고, 건기가 시작되는 8월이라 타이밍도 좋았습니다. 인도네시아처럼 문화적 다양성을 품은 곳이 또 있을까요. 1602년부터 1945년까지 네덜란드의 식민지배를 받았고 2차 대전 중에 일본의 통치를 받았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아세안 대부분이 식민지배에 대해서 유감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은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일본 등과 동등한 위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국립대학을 방문했을 때에도 교수들부터 학생들까지 서구 열강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해 어리둥절했습니다. 유럽풍 건축물 보존이 잘 되어 있으면서 그들의 문화와 음식도 발전시켰습니다.

쇼핑몰 벽을 닦는 인부, 실루엣이 마치 추상화를 그리는 화가와 같다 © Lisay G.

 자카르타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편견을 한 방에 날려 주었습니다. 고층빌딩과 초대형 쇼핑몰이 즐비한 것은 물론이고 평일 낮에도 교통체증이 굉장했습니다.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스타트업 고젝 (Go-Jek)의 연두색 오토바이 행렬을 매일 목도했고, 외국인들은 요금이 비싸지만 안전한 블루버드 택시를 이용했습니다. 쇼핑몰이나 호텔로 들어가는 입구의 보안 수준은 한국에 비해서도 삼엄했습니다. 자동차 트렁크를 일일이 열어보는 것은 물론이고 손가방도 X-ray 검색대를 통과해야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올해 1월 자카르타 도심 스타벅스에서 벌어졌던 테러 때문입니다. 무슬림이 80% 이상이다 보니 히잡 (Hijab)을 두른 여성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데, 부르카 (burka)나 니카브 (Niqab) 등 전신을 천으로 두른 사람들과 마주하더라도 피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공식석상에서 반드시 종교를 밝혀야 하는데 없다고 하면 공산주의자로 간주되기에 주의를 요합니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건너편 이스티크랄 모스크 사원을 돌아보기 위해 입장해서 '크리스천'이라고 밝혔더니 안내하시는 분이 당황하시던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자카르타에서 열린 포켓몬 고는 신세계였습니다. 게임을 즐기는 편이 아닌데 포켓몬 고는 전혀 새로운 룰이었습니다. 지역의 중요한 조형물이나 건물에 지도가 맵핑되어 포케 스탑을 찾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인도네시아 독립과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 (Soekarno, 1901-1970)의 동상이 있는 곳이라든가, 그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국제공항, 현지 마케팅이 들어간 듯 유명 레스토랑이나 카페 등 명소가 게임 데이터로 링크된 것이 놀라웠습니다. 잠자는 시간과 공식 스케줄을 제외한 자투리 시간에 포켓몬을 잡았는데, 배터리가 부족할 정도로 괴물들이 몰려왔습니다. 한국에서는 정식 론칭이 되지 않아 귀국하면서 게임은 먹통이 되어 아쉬웠지만 유럽, 북미, 동남아 출장을 가면 포켓몬을 다시 만날 수 있기에 인큐베이터 가득 알들을 넣었습니다. 여름휴가, 아트 스테이지 자카르타, 아세안 콘퍼런스 등 일정을 묶어 움직이는 것은 익숙한 일이 되었습니다. 첫 이틀은 현지 주재원 후배와 함께 숨겨진 명소를 관광하고, 그 다음 이틀은 인도네시아 대표 컬렉터들과 아트페어에 참석하고, 마지막은 아세안 10개국 대사들이 참석하는 콘퍼런스 일정이었습니다. 워낙 다른 행사이다 보니 퀄리티를 비교할 수 없지만 자카르타를 300% 즐기고 돌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발리 (Bali), 족자카르타 (Yogjakarta), 반둥 (Bandung), 빠당 (Padang) 등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온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네트워킹을 하고 내년을 기약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DJOURNAL 커피숍의 롱 블랙 © Lisay G.

인도네시아 하면 커피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커피 향에 홀려서 다들 시작하지만 맛을 제대로 즐기는 전문가는 많지 않겠지만, 왠지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는지 여러 추출방식을 배우고 공부했던 때가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2위의 커피 생산국답게 다양한 종류를 생산하고 있어 자부심 또한 대단합니다. 풍성한 향을 가진 커피로 알려진 루왁커피 (Luwak coffee)는 사향고양이가 커피 열매를 먹고 소화시키지 못하고 배설한 커피콩을 씻어 모아 볶은 커피로 수마트라 섬에서 주로 생산됩니다. 희소성에 가격이 비싸지만 다채로운 맛과 향이 훌륭했습니다. 자바 (Java)에서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은 커피를 생산해냅니다. 이외에도 파푸아, 만델링 아체가요 등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닌 커피를 생산합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기독교 문화와 포도주처럼 커피는 이슬람 문화와 긴밀한 연관이 있습니다. 금식을 하는 라마단 기간에도 허용되는 커피는 강력한 각성효과가 있어, 하루에 다섯 번씩 기도를 올리는 이슬람 문화가 꽃핀 곳에는 언제나 커피 향이 가득하고 커피를 마시는 그들만의 예법이 있습니다.

이스티크랄 모스크 사원 내부를 맨발로 걷는 외국인 투어에 참여하였다 © Lisay G.

미국 다음으로 페이스북 사용자수가 많은 나라, 2억 5천만에 육박하는 인구의 평균 연령이 29.9세로 젊은 층이 압도적인 나라, 스마트폰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나라, 수많은 민족들로 구성되어 700개의 언어가 존재하는 나라. 인도네시아는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나라가 아닌가 싶습니다. 고젝은 나디엠 마까림 (Nadiem Makarim, b.1984)이 하버드경영대학원을 다니던 2010년 설립한 스타트업입니다. 초기에는 우버 (Uber, f. 2009)의 동남아 버전이라는 폄하도 있었지만 한국에도 푸드플라이 (f.2011), 싱가포르에도 Grab (f.2012) 등 비슷하지만 현지화된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켰습니다. 성경에서 말하듯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기에, 해외의 성공사례를 분석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스타트업에는 국경이 없기에 잘 맞는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인도네시아 역시 다양성이 넘치는 곳입니다. 얼마나 인도네시아 음식 문화가 다양한지 호텔에 묵는 동안 하루도 똑같은 조식이 나온 적이 없어서 한 입씩 맛 보아도 매일 아침 배가 터질 지경이었습니다. 사실 지난 석 달간 아세안 (ASEAN) 국가의 문화와 종교, 역사와 신화, 음식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스터디를 했습니다. 연초에 계획된 일도 아닌데 운명처럼 발견하게 되고 열혈로 끝까지 마치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계획과 신의 계획은 타이밍과 규모에 있어 차이를 보이는데, 인간은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여 큰 그림을 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당장 알 수는 없지만 먼 훗날 이유를 알게 됩니다. 뜨거웠던 그 해 여름이 벌써 그리워지네요. © Lisay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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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 편의 멋진 게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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