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분투기(2)

피해 학생 아빠의 간절한 부탁, 색안경 쓰고 보지 말아 주세요.

by 이동수

피해 학생 어머니는 연신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의 눈물 속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아이가 집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가해 학생들 만나는 것을 너무 두려워 이 자리에도 못 왔습니다. 어떻게 자기들보다 어린아이를 여러 명이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때릴 수 있는지... 아이가 얼마나 힘들고 무서웠을지... 엄마로서 너무 미안하고 화가 납니다.”

모임의 사회를 보는 학교폭력 담당 경찰관, 가해 학생 학부모, 가해 학생, 선생님들 모두 차마 고개를 들어 어머니를 바라보지 못했다. 처음에는 SNS로 다투다가 게임장, 노래방 등으로 데리고 다니며 놀다가, 말이 안 통하면 때리고 하기를 4시간 이상한 사건의 사과 모임이었다. 가해 학생 두 명의 학교 선생님으로 참석한 나는 너무 죄송하고 괴로웠다. 더욱이 그중 한 명은 가장 많이 때린 학생이었다.

“○○ 학생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나요?”

피해 어머니의 눈물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학교 폭력 담당 경찰관은 가해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물었다. 순간 나는 바짝 긴장하고 아이들을 봤다.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변명하고, 자신이 했던 행동들을 오락가락 말하던 아이가, 몇 번 주의를 주었음에도 혹시 피해 학생 학부모를 자극하지 않을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너무 담백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너무 담백해서 진정성이 부족해 보였지만... 모든 가해 학생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다짐하고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

“○○ 학생 어머니는 어떤 생각이 드세요?”

“너무 죄송합니다. 불과 몇 개월 전에 ○○이 오빠 문제로 제가 피해 학생 학부모로 이런 자리에 참석했는데... 그래서 지금 피해 학생 학부모님이 얼마나 마음 상하셨을지 잘 압니다. 그래서 더 죄송하고 괴롭습니다. 차마 용서해 주십사 하는 말도 못 하겠습니다. 제가 더 주의를 주고 살폈어야 하는데... 집안이 안정되지 못하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아 너무 괴롭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많이 때린 아이의 어머니 역시 눈물로 사죄하고 자책했다. 다른 어머니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분위기는 더 숙연해졌다. 특히, 몇 개월 전 오빠가 학교폭력을 당했는데 이번에는 딸이 가해 학생이 되었다는 말에 모두 침통해했다.

“이번 모임은 피해 학생 학부모님께서 여러분들의 사과와 다시는 안 그런다는 약속의 진정성을 직접 보시고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 넘길 것인지 학교장 자체 종결로 끝낼 것인지 판단하겠다고 하셔서 어렵게 마련한 자리입니다. 여러분들이 오늘 한 사과와 약속을 믿어도 되겠죠?”

“네.”

“피해 학생 부모님께서는 어떻게 할지 결정을 하신 후 학교 선생님께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아버님 혹시 하실 이야기 있으신지요?”

“정말 어렵게 이 자리에 왔습니다. 열세 살밖에 안 된 아이가 얼굴에 멍들어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여러분들 찾아가서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는 것을 아내가 간신히 말리기도 했습니다. 사실 아이 엄마는 이 자리를 반대했습니다. 제가 우겨서 온 겁니다. 왜냐면 누구나 한 번은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처벌보다는 진정한 반성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경위님, 아이들에게 한마디 해도 될까요?”

“그럼요. 아버님.”

“얘들아, 아저씨는 오늘 너희들 모습 보고 너희들을 용서하기로 했어. 아저씨가 잘못 본 지는 모르겠지만 아저씨 보기에 너희들의 사과와 약속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라 생각해. 아까 한 어머니께서 몇 개월 만에 피해자 부모에서 가해자 부모로 바뀌었다고 했는데... 아저씨도 그럴지 몰라. 왜냐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마음을 다 같이 갖지 않으면 내 아이 하나 잘해선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야. 다 같이 노력해야지 해결되지. 이번 일을 계기로 너희들도 서로 간에 존중하고 배려하는 친구들이 됐으면 해. 그래 줄 수 있니?”

“네.”

“그럼 아저씨 믿을게. 부탁한다.”

“그리고 감히 학교 선생님들께 한 말씀드려도 될까요?”

“네.”

“아이들 때문에 너무 힘드신 것 잘 압니다. 전처럼 선생님 말씀을 부모님 말씀으로 여기고 명심하고 행동하기는커녕 대놓고 무시하고 비난하는 것도 잘 압니다. 그래도 감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이 아이들 학교로 돌아가면 제발 색안경 쓰지 말고 봐주세요. 도움이 필요하고 교육이 필요한 아이이지 이 아이들 나쁜 아이들 아닙니다. 선생님들께서 색안경 끼고 보시면 이 아이들 누가 가르치나요? 그러니 이 아이들을 대할 때 색안경 쓰지 마시고 다른 아이들처럼 대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난 피해 학생 학부모의 뼈를 때리는 말씀에 큰 충격을 받았다. 조사 과정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 상처가 있는 아이들을 보듬고 존중하기보다는 결과만을 보고 아이들의 말을 끊고, 행동을 비난만 했던 내 모습이 한없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나에게 한 아이들의 반항적인 행동은 어쩜 자신을 지키는 최소한의 행동이었는지도 모르는 데도 말이다.

아버님의 뜻에 따라 별도의 시간 없이 바로 학교장 자체 종결을 위해 필요한 서류들에 사인을 했고 모임은 끝났다. 난 두 아이들을 데리고 아버님, 어머님에게 갔다. 그리고 아이들 학교 선생님으로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렸다. 그리고 아버님의 말씀대로 색안경 쓰지 않고 아이들을 지도하겠다고 약속드렸다. 어쩜 경험이라는 이유로 난 너무 오랫동안 색안경을 쓰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조금 더 아이들 이야기를 듣는 하루를 만들겠다고 피해 학생 학교를 나서며 다짐하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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