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군인의 그림자, 리더의 책임

3장. 초소는 사라졌고, 기록은 남았다

by lisiantak

인왕산 능선을 따라

과거 군인들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다.

그들은 이름 없이, 얼굴 없이,

다만 자리를 지키는 임무만을 안고

그 초소에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기억만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 시절,

산은 한 걸음마다 경계였고,

바위는 위치 좌표였고,

침묵은 명령이었다.

누가 묻지 않았고,

대답할 일도 없었다.

기억을 남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책임을 다하는 방식이던 시간.

지금 그 자리는

누구나 오를 수 있고,

누구나 숨 쉴 수 있는 산책로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산을 오를 때

그 경계 위에 남은 군인의 그림자를 잊지 말아야 한다.

정치는 가끔

그 자리를 지킨 자들의 이름을 묻지 않는다.

그러나 리더는 달라야 한다.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의 무게까지

함께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리더다.

책임은 명령이 아니라,

기억하는 일이다.

과거를 끌어오는 일이 아니라,

과거 위에 무엇을 얹을지를 고민하는 태도다.

인왕산은 그런 사람을 기다린다.

그 자리를 잠깐 지나간 사람이 아니라,

그 자리를 지켜온 이들의 무게까지

자신의 판단에 담을 수 있는 사람.

그게 리더다.

그게 책임이다.

초소는 사라졌지만,

그곳에 있었던 이들의 무게는

바위와 바람 속에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는 그 자리를 그냥 지나칠 수 있다.

하지만 리더라면 멈춰야 한다.

그 그림자에 대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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