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대원 Jul 08. 2023

#_글쓰기 사칙연산

기본기를 익히면 글쓰기가 쉬워집니다

수학을 하려면 먼저 산수(算數)부터 할 줄 알아야 하듯이. 문득 글쓰기에도 기초공식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글쓰기 사칙연산"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어떤 일이든 기본기부터 제대로 익히면 이후 과정이 수월해지기 마련입니다.

쓰기가 막막하거나 내 글에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빼야 하는지가 궁금하실 때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하나 적용해 가며 조금씩 나아지는 내 글을 보며 "쓰는 즐거움"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1. 더하기


 1) 마음을 더하다

 : 글쓰기의 기본은 글에 마음을 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에 대한 진심이 빠진 글은 공허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를 향한 진심이 아닐까요? 친한 친구들끼리 서로 입으로는 욕을 하지만, 사실은 깊이 신뢰하고 있다는 진심이 전해지기도 하는 것처럼 우리가 쓸 수 있는 건 그저 문자일 뿐이지만, 분명 그 단어와 문장 사이에 진심은 녹아든다고 믿습니다.


 2) 일상을 더하다

  : 생각만 나열된 글은 추상적이거나 모호해질 수 있습니다. 내 생각의 배경이 되는 일상을 더하면 한결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 됩니다. 평소에 일상을 잘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훨씬 다양한 글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결국 가장 좋은 재료는 내 삶 속에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3) 사례를 더하다

  : 꼭 내 이야기만 적을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읽은 책이나 본 영상에서 알게 된 이야기를 사례로 더하면 훨씬 풍성한 글이 됩니다. 저는 글이 막히면 무조건 책부터 읽는 편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영감을 받거나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좋은 문장까지 발견했다면 그걸 읽기만 하고 끝내는 건 너무 아쉽습니다. 책에도 표시해 두고, 내 노트에도 메모해 둡니다. 더 빨리 글로 적고 싶다면, 평소 글을 쓰고 있는 노트나 파일을 열어 나중에 다시 알아보기 쉬운 위치에 내 생각과 함께 메모해 두면 금상첨화입니다.


 4) 성실을 더하다

  : 매일 꾸준히 쓰다 보면 글실력이 좋아집니다. 하루에 20분씩 글 쓰는 거 사소해 보일 겁니다. 그렇게 한 달이면 10시간이 됩니다. 1년이면 120시간입니다. 하루 4시간씩 한 달을 써야 채워지는 시간입니다. 설령 그렇게 한 번에 오래 쓴다고 좋은 글이 나오지도 않습니다. 조금씩 자주 쓸 때 더 많은 영감과 더 많은 글감을 만나게 되실 겁니다. 뛰어난 작가들은 한결같이 "꾸준히 쓰라"는 조언을 합니다. 어쩌면 우리의 글쓰기에 가장 필요한 건 그 어떤 기술도 아닌 성실함 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 빼기


1) 욕심을 빼다

 : 글을 쓸 때 빼야 할 가장 첫 번째는 '욕심'입니다. 잘 쓰려는 욕심을 빼면 글이 훨씬 더 잘 써지는 걸 체험하게 될 겁니다. 물론 처음에는 내 글에 욕심이 가득 담겨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테스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혹시 더 '잘'쓰고 싶어서 글을 못쓰고 있다면 "욕심"부리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 보세요. 지금 내 수준에서 쓸 수 없는 글을 쓰려다 보니 막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글 하나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됩니다. 누군가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대화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저 사람한테 '정말 멋지고 좋은 말만 해줄 거야'라고 생각하면 아마 한마디도 하기 힘들 거예요. 그저 진심으로 상대방의 마음(혹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을 편안하게 해주는 게 최선 아닐까요? ^^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내가 편하게 쓸 수 있는 글부터 시작해 보세요.


2) 사족을 빼다

  : 초고를 쓸 때는 이것저것 떠오르는 생각이나 이야기를 다 적었더라도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보면서 내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상관없는 내용은 빼는 게 좋습니다. 원칙은 이렇습니다. '애매하면 뺀다.' 넣을지 말지 고민되는 내용은 우선 빼고 다시 읽어보세요. 큰 지장 없으면 빼는 게 대체로 낫습니다.


3) 접속사 빼기

 : 그리고, 그래서, 그런데, 하지만, 그럼에도 등등 글을 쓰다 보면 습관적으로 접속사를 남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감히 빼보세요. 의외로 글이 더 간결해지면서 힘이 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꼭 들어가야 하는 부분까지 뺄 필요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문장에서 접속사를 빼고 나면 필요해서 남은 접속사들에게 더 힘이 실리는 걸 느끼실 겁니다.



3. 곱하기


1) 철학을 곱하다

  : 비슷한 내용의 글도 작가가 살아온 삶의 철학에 따라 전혀 다르게 와닿게 마련입니다. 철학은 그때그때 더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긴 시간 동안 더해진 자기만의 철학이 곱해지는 겁니다. 삶의 깊이, 생각의 깊이, 고민의 깊이에 따라 글의 밀도는 몇 배 더 높아지고, 글의 맛은 몇 배 더 깊어질 겁니다.


2) 인내를 곱하다

  : 글쓰기는 인고의 시간을 버텨내는 과정입니다. 좋은 글이 그냥 뚝 떨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오래 인내하고 숙성된 생각은 묵직해집니다. 오랫동안 벼려온 통찰은 날카로워집니다. 글에 인내를 곱하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3) 핵심메시지를 곱하다

  : 한 권의 책에는 하나의 핵심메시지가 있게 마련입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에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있겠죠? 사례가 다르고, 문장이 다르지만, 결국에는 하나를 향해 나아가는 글이라면 책 전체에 분명한 정체성과 힘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글 곳곳에 내가 전하려는 핵심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곱해 보세요. 예컨대 챕터가 시작할 때 그 글의 핵심을 관통하는 격언을 넣거나, 소제목을 센스 있게 지어서 사람들이 더 글을 읽고 싶게 만드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부겠지요.



4. 나누기


1) 가치를 나누다

  : 글을 통해 나누어야 하는 것은 단연 "가치"입니다. 가치는 어디에나 있지만, 내가 경험한 이야기, 내가 느낀 감정, 내가 했던 생각들이 한데 모여 나만이 전달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글쓰기의 출발점은 이 가치를 나누기 위함이 아닐까요?


2) 문단을 나누다

  : 말을 할 때도 너무 쉴 새 없이 말하면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둘 다 지치기 쉬운 것처럼 글도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생각의 여백을 줘야 합니다. 그게 바로 문단입니다. 특히 요즘에는 짧은 글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너무 긴 문단은 독자들에게 무언의 압박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여유 있게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간격을 만들어 주는 것이 독자를 위한 배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3) 글을 나누다

  : 글을 쓰다 보면 하나의 글에 2가지 이상의 결이 다른 생각들이 뒤섞여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생각들이 연결되어 더 큰 결론으로 가기 위한 내용이라면 무방하지만, 따로따로 하나의 글로 적는 게 더 좋은 경우라면 나누는 게 좋습니다. 글 하나에 너무 많은 생각을 담기보다는 생각을 나누어서 다른 글로 적어보길 바랍니다. 단, 처음 적을 때는 여러 생각이 들어가거나 말거나 생각의 흐름대로 쭉쭉 적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 적고 나서 다시 읽으면서 나누면 되니까요.


4) 문장을 나누다

 : 문단을 나누는 것과 비슷하게 하나의 문장도 쓰다 보면 지나치게 길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장이 길어지면 문법에 맞지 않는 비문이 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독자들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그럴 때는 문장을 2개에서 3개로 나누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쉼표로 구분해 가면 길게 늘어지는 문장이라면 쉼표구간을 마침표로 끝내고 새로운 문장이 이어지는 형태로 바꿔보세요.



세계적인 소설가 스티븐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글쓰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 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글은 그것을 쓰는 사람에게도 그것을 읽는 사람에게도 자유를 선물해 줍니다. 그의 말처럼 결국 글을 쓰는 목적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일 것입니다. 부디 글쓰기가 얼마나 즐겁고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지 당신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