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포의 섬

by 문효광

옛날, 세상의 끝에 가까운 안개 낀 섬에

날지 못하는 앵무새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한때 날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날 필요가 사라지자, 날개는 차츰 장식이 되었고

하늘은 그들의 역사에서 삭제되었다.

이 섬에는 적이 없었다.

도망칠 이유가 없었고,

두려움을 배울 기회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평화로웠다.

너무나 평화로워

비극이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비극에 적응해버렸다.

카카포는 나무를 오른다.

그리고 뛰어내린다.

그가 믿는 것은 조상들의 기억이다.

“우리는 날개가 있다.”

그러나 그가 얻는 것은

짧은 활강과

결국 피할 수 없는 낙하뿐이다.

이를 두고 인간들은 말한다.

“어리석은 새.”

그러나 그들은 묻지 않는다.

날 필요가 없는 세계에서

날개를 잃은 것이 과연 어리석은가를.

수컷 카카포는 땅을 파

깊은 그릇을 만든다.

그리고 그 안에 앉아

밤새도록 울린다.

둔중하고 낮은 소리.

안개를 흔드는 공명.

그 소리는 수 킬로미터를 여행하지만

정작 암컷의 마음까지는 닿지 못한다.

그는 또 울린다.

다음 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마치 인간이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 확신을 외치는 것처럼.

짝을 찾지 못한 수컷은

바위에 구애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에 몸을 부빈다.

때로는 섬을 방문한 인간의 머리 위에 올라

진지하게 사랑을 고백한다.

인간은 웃는다.

“지능이 낮다.”

그러나 그들은 모른다.

대상이 무엇이든

사랑하려는 충동이야말로

가장 지능적인 생존 전략이었음을.

이제 섬에는 인간이 있다.

그들은 카카포를 지키겠다고 말한다.

숫자를 세고,

유전자를 분석하고,

짝을 정해주고,

새끼를 대신 키운다.

한때 아무 간섭도 없던 섬은

이제 가장 치밀한 관리 아래 놓였다.

카카포는 보호된다.

그리고 보호됨으로써

완전히 스스로의 힘으로는

살 수 없게 되었다.

인간은 이를 두고

“보존”이라 부른다.

카카포는 아무 말이 없다.

다만 오늘 밤도

안개 속에서

낮은 소리를 울릴 뿐이다.

그 소리는 묻는다.

날 수 없게 된 것은

과연 누구인가.

작가의 이전글잡담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