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델리 May 09. 2019

키토제닉 다이어트 2개월 차

두 펭귄의 ‘지방을 태우는 몸’ 실험 (2/25 ~ 3/31)


키토제닉 다이어트

2개월 차 실험보고서



상태 보고서


체중변화

체중변화는 지지부진했다. 처음보다 3-4kg 정도 감량된 후 계속 몇 백 그램 정도 차이라서 크게 의미가 있진 않은 것 같다. 그나마 조금 긍정적인 변화는 근육량이 조금 늘었다는 것인데, 그것도 아주 미미한 차이라서 1달 동안 큰 변화가 있었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키토제닉 다이어트에 완전히 적응한 상태였다면 아마 정체기를 의심해봤겠지만, 두 펭귄 모두 아직 정체기 같은 게 올 타이밍도 아닌 것 같다. 아직 케톤 바디가 아니라서 그런 거겠지.


왼쪽이 아델리펭귄 / 오른쪽이 황제펭귄


기분변화

아델리펭귄의 경우 점점 야근하는 횟수가 늘어서 저녁을 먹기가 늘 애매했다. 점심 및 저녁 도시락을 다 들고 다닐 수가 없어서, 점심은 도시락을 먹고 저녁은 대안책으로 돈가스 같은 걸 먹었는데, 돈가스도 탄수화물이 상당한지라 죄책감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황제펭귄의 경우 견딜 수 없이 라면이 먹고 싶은 충동이 미친 듯이 이는 날들이 있었다. 몇 번을 참다가 먹을 때 2 봉지씩 먹었는데, 그렇게 먹은 다음 날에는 약간 브레인 포그 Brain Fog 가 끼는 것 같다고 했다.


신체변화

아델리펭귄은 이번 달에도 역시 아침에 일어나는 걸 힘들어했다. 식단 조절을 하는 목적이 황제펭귄의 경우 뱃살 감소 및 집중력 향상이라면, 아델리펭귄은 장 건강 개선(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고생 중)과 피로도 개선(제발 아침에 일찍 일어나 보고 싶다)이라서 아침에 몸이 무거워 일어나지 못하는 것에 예민하다. 어쨌거나 이번 달에도 둘 다 큰 변화는 없었다.


운동

이번 달은 수영을 거의 가지 못했고, 예약해서 가는 필라테스만 일주일에 1회씩 다녀왔다. 운동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는데... 생각만 하고 있다.


측정 결과

3월을 시작하는 주말에 둘이 큰 맘먹고 36시간 단식에 돌입했다. 토요일 자정부터 시작해서 토요일 하루 종일 단식하고 일요일 12시까지 계속했다.

*여기서 단식은 완전 단식은 아니고, 우리 상태를 고려해서 방탄 커피를 마시는 단식으로 진행했다. 엄격한 단식자가 보기에는 단식이 아니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


그때의 케톤 수치는 아래와 같다.


3월 2일 토요일

09:25 아델리펭귄 0.2 mmol/L / 황제펭귄 0.3 mmol/L

11:30 아델리펭귄 드립 커피 / 황제펭귄 방탄 커피 섭취

16:00 아데리펭귄 0.2 mmol/L / 황제펭귄 0.4 mmol/L

17:45 두 펭귄 모두 가염버터 10g 및 비타민 섭취

23:00 아델리펭귄 1.0 mmol/L / 황제펭귄 0.8 mmol/L


3월 3일 일요일

09:00 아델리펭귄 0.9 mmol/L / 황제펭귄 0.7 mmol/L

12:00 원래는 측정하려 했으나 두 펭귄 모두 뭘 입에 넣어버려서 측정 못함


단식 이후로는 케톤 수치를 재는 일은 자연스럽게 멀어졌는데, 월말에 가서는 일주일 중 측정한 날 보다 측정하지 않은 날이 더 많아졌다.



식단 보고서


위에서 말한 대로 3월 초에 짧게 했던 단식 이후로는 케톤을 측정하는 일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는데, 이유는 바로 주말마다 치팅을 했기 때문이다. 보통 일요일에 도시락을 싸서 주중 점심 식사를 해결하고 주중에는 집에서 저녁을 간단하게 해 먹었다. 그러다가 금요일 저녁쯤이 되면 치팅 모드로 빠졌다. 처음에는 피치 못할 약속이 있어서 먹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약속이 끝난 후에도 계속 먹었다는 거다.


"이번 주는 어차피 망한 거, 그동안 먹고 싶었던 걸 왕창 먹고 다음 주엔 먹지 말자"라고 약속하며 먹고 또 먹었다. 그렇게 치팅에 익숙해지다 보니 금요일 저녁만 되면 먹고 싶은 것들이 생각나서 시켜먹게 되고, 그렇게 먹다 보니 주말 내내 치팅하게 되었다. 나중에 가서는 평소에 별로 끌리지 않았던 음식에도 자꾸 손이 갔다. 제한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먹고 싶어 지는 게 아닐까? 확고하게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 식이조절은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일까.


치팅을 하고 나면 때로 두통이 오거나 머리가 흐려지는 브레인 포그가 오는 경우가 많아서 다음 주 내내 또 기분이 좋지 않았다. 확실히 키토제닉 다이어트를 유지할 때는 집중력도 좋아지고 몸 상태도 확실히 나아진다. 그런데도 왜 치팅을 끊어내지 못할까. 왜 자꾸만 눈 앞에 음식에 무너져 버리는 걸까.



총평


이번 달부터는 Fat Secret 에서 멀어지고, 케톤 수치 측정에서도 멀어졌다. 작심 3일이라고 했던가. 우리에게는 작심 1달이었던 것 같다. 하면 할수록 배울 것은 점점 늘어나고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늘어난다. 다른 다이어트처럼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한 몇 주만, 혹은 몇 달만 바짝 해서 끝내는 게 아니라 앞으로 평생 가져가야 할 식이조절이라서 더 유지하기가 어렵고 유혹에 약해지는 것 같다. 초반에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습관화시키지 않으면, 치팅의 기회가 포착될 때마다 하염없이 무너져 내린다.


맨날 삼겹살이나 구워 먹는 다이어트가 유지가 될 리가 없잖아! 요리법도 더 연구하고 내 몸에 대한 공부도 더해야 유지할 수 있다. 우리에겐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다음 달이 있지만, 그렇게 미루기만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것도 알고 있다. 우리의 몸과 영양, 또 식이조절에 대한 심리적 영향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 한 달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키토제닉 다이어트 5주 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