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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델리 Sep 09. 2024

엄마는 아프다

너도 떠나 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42


엄마는 아프다

Sydney, New South Wales

Australia



세상 엄마들이란 사람들은 다 그런가 보다.

아무리 자기가 아프고 힘들더라도,

세상이 다 부서져 내리는 것처럼 고달파도,

그저 자식보호 — 자식이 걱정할까 봐

입을 꾹 닫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웃는다.


그동안 전화기 너머로 들어왔던

익숙한 목소리 속에는

한점 근심도,

실낱같은 걱정도,

그늘진 생활도 섞여있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 넘도록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우리 집이 사라질 위기에 있었음을.


나는 내 행복을 우선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꽤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삶을 그리는 데는

꽤 큰 부분을 날려버렸다고 생각한다.


외국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가족들의 힘든 상황을

그저 “내가 함께 있는다고 해서

무슨 큰 도움이 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에 기대 강 건너 불구경하듯

구경만 한 게 아닐까. 양심이 콕콕 쑤셨다.


그리고 2주 전에 엄마와 긴 통화를 나누고 나서

나의 죄책감은,

부풀 대로 부푼 커다란 풍선 같던 나의 죄책감은,

마침내 그 바늘 같은 말들에

커다란 굉음과 함께 터져버렸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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