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델리 Nov 14. 2015

울면서 달리기

너도 떠나 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20


울면서 달리기

Mt. Cook, Canterbury

New Zealand


      

여행을 하다 보면 유독 날씨에 민감해진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맑은 날씨를 선호한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날씨에 대해 걱정을 하고, 여행지에서는 아침에 일어나 일단 창문으로 가서 날씨부터 확인한다.


날씨가 좋으면 그날의 여정도 완벽해질 거라고.

너무도 쉽게 그런 믿음에 빠진다.



하지만 뉴질랜드에 있으면 있을수록, 날씨 따위에 신경 쓰지 않게 되는 것 같다. 뉴질랜드가 날 낙관적으로 만든 걸까 싶다가도, 이내 진실을 깨닫는다.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또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아름다운 풍경 때문이라는 걸.

      


길은 달려도 달려도 계속 이어지고, 차창을 가득 채우는 있는 그대로의 풍경화. 그 안의 모든 것이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이름 모를 풀과 꽃이 가득한 들판, 끝없이 이어지는 산등성이와 푸른 호수.


뉴질랜드의 가장 지루하고 평범한 풍경 조차도, 그 반짝이는 아름다움에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다 종종 가슴이 내려앉으며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중에서도 마운트 쿡 국립공원을 떠나며 바라봤던 푸카키 호수는 절로 차오르는 눈물의 절정이었다. 영롱한 우윳빛 호수에 꼭 같은 색의 구름이 그대로 비친 그 절경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까.



여행을 하는 내내 자연을 달리며,

단 하루도 눈물이 마른 적이 없었다.


뉴질랜드의 길 위에서,

나는 늘 울면서 달렸다.



이전 19화 깊은 밤을 닮은 남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