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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미영 Nov 05. 2019

모여라 꿈동산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VOL.2

영화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VOL.2’ 스틸컷./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안개 속의 바람인가 검은별 검은별 검은별 검은별~ 나타났다 잡히고 잡혔다가 사라지네~ 뒤를 쫓는 그림자는 명탐정 명탐정 바베크 바베크~ 정의는 이기지요 힘을 내요 바베크~ 세상을 조롱하는 검은별이라 해도 언젠가는 잡히고야 말 거야~.’    


1980년대 MBC에서 방영한 ‘모여라 꿈동산’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시리즈가 바로 ‘바베크 탐정과 검은별’이다. 인기 성우의 유려한 목소리 연기에 비해서, 합을 맞추는 인형탈을 쓴 배우(?)의 연기는 어색함이 뚝뚝 묻어났다. 그래도 바베크와 검은별에 대한 사랑으로 눈에 콩깍지가 씌었던 그 시절에는 손에 땀을 쥐어가며 보고 끝날 때는 아쉬움의 탄식을 내뱉곤 했다. 제임스 건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는 나를 ‘검은별’을 보던 그 어린이로 돌아가게끔 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2017)는 전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에 비해 헐거워진 서사로 인해 흠결이 보인다. 스타로드(크리스 프랫 분)와 가모라(조이 살다나 분), 로켓(브래들리 쿠퍼 분), 그루트(빈 디젤 분),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 분)는 여전히 으르렁대지만 한결 친밀해졌다. 극 중 드랙스의 대사처럼 그들은 이제 패밀리가 된 것이다. 그들만의 촘촘한 케미스트리가 시리즈의 재미를 키운다. 때때로 예측되는 유머지만 김빠진 콜라가 아니라 목 넘김이 좋은, 상쾌한 콜라라고나 할까. 특히 전편 말미에서 베이비가 된 그루트와 로켓은 웃음 능력치가 배가된다. 스크린에 둘이 등장할 때마다 객석은 잔잔한 미소부터 킬킬거리는 웃음소리로 들썩거렸다.      


스타로드의 친부 에고(커트 러셀 분)와 양부 욘두(마이클 루커 분)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다뤄진다. 사실 마초의 아우라를 풀풀 뿜으며 휘파람 화살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욘두는 뭔가 2프로 부족한 상남자다. 80년대 마초의 상징이었던 실베스터 스탤론이 같이 등장했을 때 더욱 도드라진다. 그러나 부족한 2프로는 욘두만의 매력인 감수성이다. 사실 부족한 이가 어디 욘두만이겠는가. 은하계를 지키는 영웅들이라기에는 결점과 허점투성이의 총집합이 아니던가. 그렇지만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들이다.       


참, 보통 영화관에 가면 어른들이 아이에게 주의를 주는데 나는 이번에도 열 살 딸에게 퉁을 들었다. “웃음소리 완전 커!” “아직도 울어?”       


[박미영 작가 miyoung1223@naver.com

영화 시나리오 ‘하루’ ‘빙우’ ‘허브’, 국악뮤지컬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 동화 ‘꿈꾸는 초록빛 지구’ 등을 집필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스토리텔링 강사와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마켓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고, 텐아시아에 영화 칼럼을 기고했다.]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312&aid=0000259659

*텐아시아에 실린 칼럼을 다듬어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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