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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석희 Nov 12. 2015

불안장애

사람은 누구나 불안하다

"내 밑천이 드러나면 어쩌지.

내 능력 밖의 복을 탐하다 잘못되지 않을까."



정형돈 씨가 했다는 저 말이 가끔 술김에 지인들에게만 하는 내 얘기와 아예 똑같아서...

9년 전 데뷔한 후로 지금까지 유난히 운이 잘 따랐다.

어쩌면 내 능력에 과분한 커다란 운.

잘나서라기보다 운이 좋아 입에 풀칠하며 산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데뷔하고 지금까지 내내 갖고 있는 생각이라

프리랜서는 원래 그런 거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해도

가끔은 정형돈 씨처럼 세상이 온통 두려울 때가 있다.


사기꾼인 게 들통나 온 세상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꿈을,

혹은 그와 비슷한 꿈을 요새도 가끔 꾼다.

밑천이 드러나 절벽 끝에서 추락하는 꿈.

그런 날은 하루 종일 불안해서 지금껏 작업해 온 작품들을 번역 파일 폴더를 하나하나 뒤져본다.

스크루지가 허겁지겁 금고를 확인하고 안심하듯이.

그래도 불안감이 가시진 않는다.


이럴 땐 아내가 옆에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 옆에 잘 기대어 있으면 어떻게든 버텨질 것 같은 작은 안도감.

아무래도 아내에게 생각보다 큰 빚을 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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