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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산책 May 06. 2021

우리에게는 작별의 말이 없다

잘 헤어지는 방법도 배워야죠


 

세상에서 가장 싫은 일이 이사였다. 어렸을 때에는 이빨 빼는 것이 가장 싫고 두려운 일이었고, 더 이상 이빨을 빼지 않아도 되면서부터는 이사였다. 이사는 곧 전학이었다. 전학은 친구들을 동시에 통째로 잃는 일이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친구들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상실감과 긴장감이 몇 개월 내내 계속되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내 인생에서 이사는 계속되었고, 다른 나라를 오가는 국제 이사까지도 몇 번을 하게 되었다. 지금도 이사는 피하고 싶은 일 중 하나다. 내 경우, 이사와 작별에는 경험치라는 것이 무색했다.

 

해외에 오래 사니 사람들과 작별을 많이 하지 않냐는 질문을 받는다. 내가 떠나온 것도 여러 번이지만, 상하이 살이 십 년 차가 넘어가니 이 곳에서 작별을 한 사람들만 손으로 헤아릴 수 조차 없이 많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를 사귀는 동시에 작별도 경험하며 자랐다.


큰 아이가 초등학생 때였다. 미술학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그날 그림 주제가 친구였다.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이 내게 우리 아이의 그림을 보여주고 싶다고 나를 불렀다. 친구들과 재밌게 노는 그림을 그린 다른 친구들과 달리 우리 아이는 자기와 몇 명의 친구들이 각자 떨어져서 서 있는 그림을 그렸다. 선생님의 해석으로는 최근 친구들과 잦은 이별을 경험하다 보니 친구들과의 정서적인 유대감이 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적당한 마음의 거리는 갑작스러운 이별의 순간에도 덤덤한 척할 수 있으니까. 그건 어른도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또 적당한 마음의 거리라는 것이 생각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아이는 친구들에게 마음을 닫아가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아이들이 작별에 대해 점점 둔감해지는 걸 느끼면서 나는 작별의 시간을 제대로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좋은 추억을 만들어 온 친구와 헤어지게 되었을 때는 아쉬운 마음도 들고, 슬프기도 하면서 눈물도 흘릴 수 있는 것 아닌가. 다시 꼭 만나자는 편지를 쓰고 소중하게 간직했던 나만의 작은 보물 하나도 편지 봉투에 넣어 전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베프와 헤어져도 쿨하게 인사하는 아이들은 내 눈에는 뭔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친구들과의 작별이 슬프면서도 그 감정을 드러내 놓는 것을 쑥스러워하고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친구 송별 파티날 우리 아이들이 만든 환영 플랭카드



아이들 친구들이 상해를 떠날 때마다 나는 우리 집에서 송별 파티를 열어주기로 했다. 아이들과 같이 집 안에 송별 파티를 위한 장식도 하고, 친구가 좋아했던 음식도 준비했다. 즐거운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면서 우리는 잘 헤어지는 법을 배워나갔다.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몇 시간 동안 추억과 고마움과 아쉬움의 이야기와 다시 만날 미래의 계획을 나눴다. 우리들에게는 지금 잠시 헤어질 뿐 영원한 작별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잠시 머물다 떠난 상하이가 따뜻한 기억으로, 다시 한번쯤 오고 싶은 곳으로 남아있기를 바랐다. 새로운 곳에서 보내는 쓸쓸한 어느 날 저녁, 우리의 송별의 시간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길.




우리에게는 작별의 말이 없다

메리 톨마운틴

번역: 류시화

우리에게는 작별의 말이 없다

소코야, 하고 나는 불렀다

주름살 투성이 속

검은 연못 같은

그녀의 지혜로운 눈을 들여다보며

아타바스카어에서는

서로 헤어질 때 뭐라고 해요?

작별에 해당하는 말이 뭐예요?

바람에 그을린 그녀의 얼굴 위로

언뜻 마음의 잔물결이 지나갔다

'아, 없어.' 하고 말하며

그녀는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나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우리는 그냥 '틀라아' 하고 말하지

그것은 또 만나자는 뜻이야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아

너의 입이 너의 가슴에

작별의 말을 하는 적이 있니?

그녀는 초롱꽃이나 되는 것처럼

가만히 나를 만졌다

헤어지면 서로 잊게 된단다

그러면 보잘것없는 존재가 돼

그래서 우리는 그 말을 쓰지 않아

우리는 늘 네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단다

돌아오지 않으면

어딘가 다른 곳에서 만나게 될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우리에게는 작별의 말이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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