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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산책 Aug 08. 2021

상하이가 좋냐고 물으신다면

상하이 12년 차의 상하이 전격 해부 #1


2010년, 남편이 상하이 사무소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1년 반 정도 되는 짧은 북경 생활을 부랴부랴 정리하고 상하이로 이사한 후 가장 놀랐던 것은 물가였다. 상하이는 세계에서 물가 높은 도시로 유명하다. 집 값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다른 도시에서 이사 오는 사람들의 기를 팍 죽이고(그것도 돈으로) 시작했다. 상하이는 도도하면서 돈은 많고 쉽게 곁 안 내주는 까칠한 친구 같다. 그런 상하이를 다들 겪고 나면 좋아한다는 사실. 그 매력은 무엇일까. 상하이 이곳저곳을 어지간히 쑤시고 다닌 상하이 생활 12년 차의 (주관적인) 내공으로 정리해 보았다.



1. ‘상하이’는 트렌드이다.


상하이는 그냥 상하이다. 중국이라고 통칭하기엔 상하이는 대놓고 자본주의를 쫒는 소비 경제의 도시이고, 흥청거리는 자유의 도시이다. 외국계, 다국적 기업이 몰려있고, 알리바바, 위챗, 화웨이 등도 상주하고 있다. 세계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들이 중국에서 유일하게 상하이에 지점을 내고, 한국에 없는 명품 브랜드 샵들도 상하이에는 있다. 프랑스의 LVMH(루이뷔통 모에 헤네시) 그룹이 자신의 이름으로 외국에 처음으로 지은 건물도 우리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처음 지었을 때의 고급스러움이 어느샌가 사라지고 이제는 동네 쇼핑몰 정도의 느낌이지만. Costco가 중국 진출로 선택한 도시도 수도 베이징이 아닌 상하이다. 푸동에 초고층 빌딩들이 들어서는 것을 보면 미래 도시의 모습이 이렇겠구나 싶다.


58층에서 내려다 본 상하이 전경
와이탄 야경




2. 알라쓰상하이니 (‘나는 상하이 사람입니다’의 상하이 방언)


상하이 사람들은 자신들을 중국인이라고 하지 않고 상하이런(上海人)이라고 한다. 그만큼 상하이 출신이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베이징 사람들도 베이징런(北京人)이라고 한다. 상하이와 베이징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하는 질문처럼 늘 비교당한다. 중국인이 쓴 ‘베이징런 상하이런’ 이라는 책도 있을 정도이다.


상하이 사람들은 두 명만 있어도 상하이 방언을 쓰며 외지인들에게 대놓고 소외감을 준다. 중국어를 좀 할 줄 안다 해도 상하이 방언은 알아들을 수가 없을 정도로 완전 다른 언어 같다. 비즈니스에서도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동네 주민들끼리도 그들만의 유대감은 쉽게 볼 수 있다. 상하이가 가지고 있는 네임 밸류의 힘이다.




3.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대로 살 수 있는 곳


위의 첫 번째 특징으로 인해 상하이에는 외국인들이 많다. 한국인들도 많다(현재 3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세계 각국의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곳이 상하이다. 원한다면 홍췐루(虹泉路)지역 코리안 타운에 거주하면서 중국어 한마디 쓰지 않고 한국 마트와 한국 식당을 이용하며 살 수 있다. 서울 명동과 비교해 더 한국 같은 곳이다. 특히 한인 교민 단체나 모임도 다양하고 각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요즘 한국 관광길이 막힌 중국인들이 코리안 타운에서라도 기분을 내려고 찾아오다 보니 주말에는 중국인들로 북적인다.


지난 해 8월, 코리안 타운에서 열렸던 한국문화축제에 한국 학생들의 장구 공연이 중국인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역시 중국이다 보니 로컬 동네에서 중국인처럼 살 수도 있다. 이 경우 집세와 전반적인 생활비가 덜 든다. 로컬 동네 시장의 야채와 과일 가격을 알고 나면 한국 마트에서 장을 볼 수가 없다. 무엇보다 중국어와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알짜배기 상하이 생활을 할 수 있다. 상하이 생활에 필요한 쏠쏠한 도움을 주는 중국인 이웃을 만나게 될 확률도 높다.


미국이나 유럽의 서양인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서 영어를 주 언어로 사용하며 중국인 것을 잠시 잊고 살 수도 있다. 그들이 즐겨 찾는 식당을 가고, 파티 문화도 즐길 수 있다.


여기는 유럽이 아니므니다. 와이탄 건물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앙증맞다



내가 사는 동네는 구베이(古北)라는 곳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던 지역이었다. 많은 일본인들이 귀국한 후부터는 한국인과 중국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이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일본 식당과 이자까야들이 즐비하고, 여러 브랜드의 일본 마트들과 일본 백화점도 있다. 일본도 안 가본 내가 일식과 이자까야에 빠삭하게 된 데에는 다 동네 탓인 것이다.




4. 무시무시한 교육열, 일단 따라만 가자


몇 년 전, 미국에 사는 시누이를 통해 뉴욕타임즈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은 도시로 상하이를 1위로 선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꼭 뉴욕타임즈의 명성에 기대지 않아도 상하이 부모들의 교육열은 ‘미쳤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물론 이것은 중국의 전반적인 현상이고, 한국에서 아이들 교육을 안 시켜본 나로서는 한국과 비교해볼 수도 없다). 굳이 좋은 점이라면 교육열 높은 곳에서 어찌어찌 따라가기만 해도 어느 정도의 학업 성취는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중국은 사교육 시장에 대한 사상 최대 강력한 규제 조치를 내놓았다. 특히 보습학원의 여름방학 특강 금지와 개인 과외 집중 단속 규정을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는 알지 않는가. 사교육 시장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단속이 심하면 심할수록 사교육 비용은 더 비싸질 거라는 것을.


상하이에서 외국 국적 학생들이 다니는 국제학교와 로컬학교 국제부가 40여 개 있고, 로컬 공립학교, 로컬 사립학교, 한국학교 등이 있다. 교육 환경, 학비, 주 사용 언어, 이후 지원 대학 등을 고려해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은 편이다. 그러나 상하이의 국제학교 일 년 학비는  20만-30만 위안(한화로 3천5백만 원에서 5천5백만 원 정도)이다. 회사의 학비 지원 없이 오롯이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엄두 안 나는 액수이다. 슬프게도 세계에 있는 국제학교 중에서 상하이의 국제학교 학비가 가장 비싼 걸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국제학교에는 국적만 외국인 중국 학생들은 늘 넘쳐난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로컬학교의 국제부도 외국 학생들만 입학이 허용되는 곳인데도 85% 이상이 국적만 외국인 중국 학생들이다. 그리고 학교의 성적 우수 탑 그룹은 중국 학생들이 넘사벽 클래스로 싹쓸이하고 있다. 물론 매해 뛰어난 한국 학생들도 있지만 말이다.


#상하이는내가갈게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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