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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산책 Aug 09. 2021

‘인생 좀 살아본’ 상하이의 다양한 얼굴

상하이 생활 12년 차의 ‘상하이 전격 해부’ #2


2010년, 남편이 상하이 사무소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1년 반 정도 되는 짧은 북경 생활을 부랴부랴 정리하고 상하이로 이사한 후 가장 놀랐던 것은 물가였다. 상하이는 세계에서 물가 높은 도시로 유명하다. 집 값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다른 도시에서 이사 오는 사람들의 기를 팍 죽이고(그것도 돈으로) 시작했다. 상하이는 도도하면서 돈은 많고 쉽게 곁 안 내주는 까칠한 친구 같다. 그런 상하이를 다들 겪고 나면 좋아한다는 사실. 그 매력은 무엇일까. 상하이 이곳저곳을 어지간히 쑤시고 다닌 상하이 생활 12년 차의 (주관적인) 내공으로 정리해 보았다.



상하이가 좋냐고 물으신다면

상하이 생활 12년 차의 ‘상하이 전격 해부’ #1

https://brunch.co.kr/@littlepool/31



1편에 이어서


5. 중국 생활은 휴대폰 하나로 오케이



중국의 인터넷 속도는 여전히 한국보다 느리지만, IT산업의 발전 속도는 놀라울 정도이다. 휴대폰 하나만 있다면 중국 오지에 가서도 맛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배달앱을 통해 모든 것이 배달이 되고, 타오바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모든 것을 구매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음식 배달과 온라인 장보기 배달 시간도 30분 전후로 단축되었다. 배송료는 비싸야 한화로 2천 원 정도이다. 손가락의 건강과 휴대폰 속 잔고만 넉넉하다면 소파에서 뒹굴뒹굴하면서 온 세상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몇 년 전부터는 현금과 은행카드도 들고 다니지 않는다. 휴대폰 속 즈푸바오 앱이나 위챗머니를 통해 모든 금전거래가 가능하다. 이 습관으로 잠시 한국에 갈 때마다 집 앞 편의점 가면서 지갑은 두고 휴대폰만 들고나갔다가 돌아온 적이 몇 번 있다. 점점 스마트 해지는 위챗머니는 분할 청구 기능이 추가되어 정말 편리하다. 한 사람이 식사값을 우선 계산하고 그 값을 위챗 그룹방에 분할 청구 항목으로 올리면 위챗이 사람 수에 따라 1/n을 해서 각자에게 청구한다.


처음 상하이에 왔을 때는 거리에서 택시를 잡는 것이 꽤 어려운 일이었다. 멀리서 오는 택시를 알아보기 위해 시력도 좋아야 하고, 내가 잡은 택시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행동도 민첩해야 한다. 이제는 차량 앱을 통해 미리 이용할 차량을 부를 수 있다. 세상 편하다. 굳이 중국어로 대화를 하지 않아도 모든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대신 휴대폰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




6. 늘 설레는 관광객 모드로



상하이를 방문할 때 꼭 들러야 하는 곳이 바로 황푸강변이다. 강을 사이에 두고 한 편에는 푸동 신도시의 마천루가 콧대 높게 당당히 펼쳐져 있고, 다른 한 편에는 여기가 미국인지 유럽인지 싶은 19세기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 쭉 늘어서 있다. 632m의 121층으로 된 상하이 타워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높고, 세계에서도 두 번째로 높다. 무엇보다 투명한 외벽으로 자연광을 받아들여 인공조명을 최대한 자제했고, 빗물을 모아 건물의 냉난방 시스템에 재활용하고, 바람의 통로를 최적화해 실내 자연 냉방을 유도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지구 상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초고층 빌딩이라고 한다. 그 점이 제일 마음에 든다.


오른쪽이 상하이 타워다. 너 그런 개념있는 애였니? 못 알아봐서 미안해



와이탄에만 가면 관광객보다 더 과하게 관광객 모드가 된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각기 다른 시대와 문화가 공존하는 그곳은 몸도 마음도 붕 뜨게 하는 매력이 있다. 화려하고 우아해 보이는 와이탄은 실은 치욕적인 역사의 잔재이다. 청나라가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지고 상하이를 개방하면서 미국과 유럽이 앞다투어 진출했다. 상하이 관문이었던 와이탄은 서구 세력들의 공동 조계지가 되었던 것이다. 이런 역사를 알게 되면 와이탄의 야경은 처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연 많은 한물간 노가수의 애잔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런 이유로 나의 인생야경은 ‘인생 좀 살아본’ 와이탄의 야경이다.




명품샵들이 즐비한 와이탄 거리에서 사이사이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세상이 나온다.

연륜이 느껴지는 상하이 서민들의 낡은 집들이 즐비하고, 집집마다 밖에 걸려있는 빨래들이 눈길을 끈다. 명품샵 바로 옆 골목에서 온 가족 속옷이 널려있는 베란다들을 마주하게 될 줄이야(중국인들이 빨간 속옷을 즐겨 입는다는 것은 사실이었던 것이다). 상하이 최고 금싸라기 땅에서 80-90년대스러운 풍경은 꼭 상하이의 쌩얼 같다. 외출할 때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최고 명품들을 걸치다가, 집에 들어오면 고무줄 다 늘어난 고쟁이만 몇십 년 동안 고집하는 사람 같다고나 할까.





이렇게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으니 상하이는 질릴 틈이 없다. 나의 일상이 너무 일상스러울 때, 색다른 텐션이 필요할 때, 와이탄으로 향한다. 차로 30분, 관광객으로 변신하기에 딱 알맞은 시간이다.



7. 몸무게 8kg은 가뿐히 찌우는 미식 천국



상하이는 미식의 천국이다. 중국에는 지역에 따라 유명한 요리가 있고, 상하이도 후차이(沪蔡)라고하는 상하이 전통 음식이 있다. 간장으로 주로 간을 하고 담백하고 단 맛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상하이는 육즙 만두 샤오롱바오(小笼包)와 상하이 털게(大闸蟹)의 본거지이다. 한국에서도 이미 유명한 딘타이펑(鼎泰丰)은 샤오롱바오를 고급스럽게 업그레이드 시킨 곳으로 나도 종종 애용하는 곳이다. 한국에서 손님이 오시면 꼭 모시고 가는 식당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상하이에는 전 세계 음식이 다 있고, 심지어 다 맛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도 많고, 브런치 식당, 수제버거 집, 수제 맥주 펍 등도 현지에서 먹는 맛과 분위기 그대로이다. 봄, 가을마다 상하이 레스토랑 위크 기간이 되면 고급 레스토랑의 메뉴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상하이에 와서 몸무게가 늘었다는 말은 흔하게 듣게 된다. 기본이 8kg이다.



3부로 이어집니다.

#3부 예고, 이 모든 장점을 한 번에 무너뜨리는 치명적 단점들 공개!


#8킬로는저말고제친구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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