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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산책 Aug 17. 2021

수많은 매력을 뒤엎는 상하이의 치명적인 단점

상하이 생활 12년 차의 ‘상하이 전격 해부 #4

상하이 생활 12년 차의 ‘상하이 전격 해부 #4




9.  없던 병도 만드는 악명 높은 습한 날씨 



상하이를 처음 와 본 것은 20년 전이다. 당시 직장 동료들과 여름휴가를 맞춰서 함께 패키지여행으로 왔다. 아무 연고와 정보도 없이 상하이를 선택한 것은 패키지여행 상품 중에서 가장 저렴했기 때문이었다. 여행 첫날부터 그 이유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상하이의 여름은 무덥고 습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상하이 사람들도 다른 곳으로 도망간다는 무시무시한 8월이었던 것이다. 악랄한 자외선과 불쾌지수 최고치를 부르는 습도에 관광이라니.  20대여서, 함께여서 가능했을 것이다.



무르익은 여름은 아침부터 30도에서 시작한다.  기온 34-35도는 예사롭다. 아무리 더워도 기온은  39도에서 멈춰있고, 39도가 되면 아무도  숫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상하이는 40 이상이 되면 법적으로 외근이 금지되고, 사무실 근로자들도 휴가를 내거나 근무수당을  받게 된다고 한다. 상하이에 10 넘게 살면서 공식 기온이 40도를 넘긴 것을  적이 없다. 대신, 체감온도는  실제 온도보다 10도가  높다.



무엇보다 여름만 되면 만성 피부질환이 도지는 나에게 상하이 여름은 최악이다. 여름 방학 동안 한국에 가 있으면 피부질환이 슬그머니 사그라들다가 상하이에만 오면 용케도 알아채고 다시 심해진다. 아마도 습한 날씨 때문인 것 같다. 이렇게 높은 습도는 없던 병도 만들고, 있던 병은 만성질환으로 만들고, 좋은 성격은 짜증 만랩으로 만든다. 습기 앞에 장사 없다.



봄, 가을 상하이는 술렁인다. 날이 그렇게도 좋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좋은 날은 잠시 스쳐 지나갈 뿐. 봄이 왔나 싶으면 어느새 여름이고, 지난한 여름 끝에 가을바람이 부나 싶으면 겨울이 와 있다. 상하이는 아무래도 두 계절의 도시이다.



지난 해 겨울 영상의 기온에서 첫눈 내리던 날. 하늘에서는 눈이었겠지민 내린 건 비. 사진 출처: 표아트


상하이의 겨울은 추워도 영상을 유지한다. 정말 추운 날도 영하 1-2도 정도이다. 하지만 체감온도는 또 그것보다 한참 낮다. 역시나 습도 높은 겨울바람 때문이다. 영상 1도의 기온인데도 춥다. 음습하니 기분 나쁘게 춥다. 오히려 한국의 건조한 겨울이 덜 춥게 느껴질 정도이다.

영상의 겨울은 눈 구경도 어렵다. 내려야 싸라기눈이 흩뿌릴 정도. 그렇게라도 눈 구경하는 날이면 상해 전체가 들썩이며 파티 분위기이다.

상하이 여행은 꼭 봄과 가을로 계획하시길 추천한다. 다른 계절에는 차마 뵐 면목이 없다.




10. 10년째 적응 안 되는 ‘깡총깡총’ 상하이 물가


사실 오래 살다 보면 날씨는 적응이 된다. 게다가 그동안 여름과 겨울방학 동안 부지런히 한국으로 피신을 가 있었다. 하지만 살수록 적응을 할 수 없는 것이 상하이 물가이다. 적응할만하면 어느새 깡총하고 저만치 올라가 있다.



상하이에 와서 한동안은 장만 보고 오면 우울했다. 계획 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눈길 가는 대로 장바구니에 집어넣는 스타일인데, 한국 마트 계산대 앞에만 서면 현타에 어질 했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금액이 찍혀있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인근의 로컬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걸어서 30분, 산책 삼아 슬슬 다녀올 수 있는 거리이다. 하지만 가득 찬 장바구니 끌며 들며 낑낑거리고 오는 길은 그 길대로 또 우울했다. 이 돈 아껴 얼마나 잘 산다고 이 고생을 하고 있나 싶었다. 중간에 스타벅스에라도 들러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면, 그리 아끼게 된 것도 아니었다. 지금은 정찰제 온오프라인 마트 허마셴생(盒马鲜生) 등장과 30분 내 배달 서비스로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 물론 여전히 로컬 시장이 가장 저렴하기는 하다.



상하이의 물가는 아시아에서 가장 물가 높은 도쿄와 비등하다고 한다. 서울과 비교했을 때는 전반적인 생활비는 상하이가 좀 더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집 값이 월등하게 높아서 결국엔 체감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외국인으로서 체감하는 상하이 물가는 서울의 강남 물가보다 더 높다. 아무래도 학비와 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교육비 등이 서울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가끔씩 유명 레스토랑이나 일식집, 갈빗집에서 외식도 해야 하고, 집 근처 생맥주 집이나 이자까야에서 힐링 시간도 가져야 하고, 연휴나 휴가 동안 여행도 다녀오면 지출 규모가 훌쩍 커진다. 상하이는 중국 도시 중 물가가 가장 높은 곳이지만, 외국인이 살기에는 그보다 더 많은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



올해 초, 같은 아파트에 살던 지인이 칭다오(青岛)로 이사를 갔다. 그녀는 상하이 아파트 한 달 월세 수준으로 그곳에 일 년치 연세를 내고 집을 구했다. 그 외에도 모든 물가가 상하이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싸다고 했다. 지갑의 여유가 마음의 여유도 만들고, 삶의 질이 훨씬 높아졌다고 한다. 상하이를 떠나 중국 다른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상하이에 살 때 참 좋긴 했는데 모든 것이 너무 비쌌다고, 거기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고.



얼마 전, 웨이하이(威海)에 며칠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곳은 택시 기본요금이 8위안(한화 천 5백 원 정도)이었다. 상하이는 16위안(한화 3천 원 정도)이다. 한국 마트가 보여 들어갔더니 한국 빼빼로가 5원(한화로 9백 원)이었다. 아이가 알려준다. 며칠 전에 상하이에서 같은 것을 12원(2천2백 원)에 샀다고. 이 외에도 싱싱하고 양 많은 해산물 요리를 상하이 절반 가격에 먹을 수 있었다. 돈을 쓰면서 돈을 아끼고 있는 느낌적인 느낌! 둘째 아이도 빼빼로 가격의 충격으로 상하이 물가에 대해 내내 투덜거렸다. 상하이에서는 괜히 돈을 버리고 있는 느낌이라고. 웨이하이 와서 살면 좋겠다고.




11. ‘헉’하는 중산층 스케일, 상. 대. 적. 빈곤감을 수시로 느끼게 되는 곳



한국과 중산층의 수준도 다르다. 상하이에서 내가 만난 중산층 정도의 중국 지인들은 방학마다 아이와 미국과 캐나다, 호주로 가서 영어도 공부하고, 여행도 한다.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면 미국이나 영국으로 아예 유학을 보낸 경우도 꽤 있다. 큰 아이 학교 친구들도 이 시국에 미국과 캐나다로 떠나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까지 갈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벼르고 별러 가족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다녀오는데, 상하이 지인들은 방학은 물론 틈만 나면 해외여행을 다녀온다. 아빠가 시간이 안 되면 엄마와 아이들끼리만도 훌쩍 쉽게 다녀온다. 학부모들과 교류하면서 처음 받은 충격이었다.  



아이 학교 학부모로 만나 친해져 가끔씩 같이 식사를 하는 중국인 친구들이 있다. 우리 집과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한 동갑 친구는 차 없는 나를 늘 데리러 왔다. 어느 날은 우리 나이에 좀 생뚱맞은 못 보던 차를 가지고 왔다. (너무나도 예쁜) 빨간색 아우디 스포츠카였다. 원래 그 친구의 차는 남색 벤츠였다. 벤츠가 혼자 타고 다니기에 좀 커서 가벼운 걸로 한 대 더 뽑았다고 했다. 이 후로 그 친구는 빨간색 아우디 스포츠카로 나를 데리러 왔다. 그 차가 우리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순간이 좋았다. 아주 천천히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며 그 차에 올라타는 순간을 즐겼다. 밖에 있는 사람들이 운전자가 나 같은 아줌마라는 사실을 눈치 못 채길 바라며.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아무도 그 차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상하이에서 이런 외제차는 흔하디 흔하다.



아이들이 학교 중국 친구들 집에 초대받아 다녀오는 날이면, 늘 우리집과 비교를 한다. 사실 비교 대상이 되지도 않지만 말이다. 먼저, 친구네 차 중에 한대인 스타크래프트 밴을 기사 아저씨가 몰고 와 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픽업해간다. 아이들은 넓고 안락한 차 안에서 영화를 보면서 간다. 우리집은 그저 평범한 아파트이지만, 중국 친구들은 기본 4층으로 된 별장 같은 저택에서 사는 친구들이 많다. 집 내부도 삐까뻔쩍한 장식들로 가득하다. 물욕이 별로 없는 큰 아이는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지만, 둘째 아이는 많이 부러워한다. 특히 제일 부러워하는 점은 친구들 집에서 술래잡기를 하면 찾을 수가 없어서 좋다나. 그만큼 집이 넓다는 말.



큰 아이의 친한 친구들 중에 쌍둥이가 있다. 지금은 독일로 유학을 가 있지만. 어느 날 큰 아이가 그 쌍둥이네 아빠가 쇼핑몰을 지어 오픈했다고 주말에 그 쇼핑몰에 가서 놀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 하루 쌍둥이 아빠의 말 한마디로 쇼핑몰 안에 있는 영화관과 게임장을 모두 무료로 이용하고 왔다. 어느 날, 학교에서 쌍둥이들이 우연히 자기 할아버지 회사 이야기를 했더니 주변에 있던 중국 친구들이 다 깜짝 놀라더라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다 아는 유명한 기업이라는 것이다. 큰 애는 그 회사 이름이 뭔지 기억도 안 나지만 다른 친구들이 놀라는 반응에 더 놀라고 왔다. 보기에 그렇게까지 부자인 줄 몰랐다면서. 나 역시 쌍둥이 엄마를 몇 번 만나 식사도 한 사이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기에는 그녀의 외양도 나눈 대화도 너무나도 평범했다. 쌍둥이 둘은 생긴 것도 같은 일란성쌍둥이인데 옷도 늘 디자인과 색깔까지 똑같은 것을 입었다. 내 눈에 그리 예쁘지도 않은 똑같은 옷을 왜 두 벌씩 사면서 낭비를 하나 했었다. 내가 재벌의 씀씀이를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아이들 주변에는 호텔을 빌려 생일 파티를 하는 아이들, 한정판 운동화를 사기 위해 학기 중에도 뉴욕을 다녀오는 아이들, 가족 전용기를 타고 여행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 상하이에 사는 (아마 중국에 사는) 한국 교민들 대부분은 주위의 중국인들 부의 수준에 많이 놀란다. 중국인들, 상하이 사람들의 부와 소비의 수준에 ‘헉’하고, 기도 죽다가, 의아하기도 하고, 결국에는 나와는 전혀 다른 일로 무감해지게 된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이방인이다. 편입할 수 없는 큰 장벽은 도처에 있다.


하늘 위의 붕어빵 구름




상하이는 관광객 모드일 때 매력이 많은 곳이다. 여행 패키지 상품에서 가장 저렴한 상품으로 취급되기에는 그 보다 훨씬 많은 가치와 숨은 매력이 있는 곳이다. 단, 돈에 따라 희비가 크게 좌우되는 곳이기도 하다. 부자에게는 천국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버텨야 하는 곳이다. 그래도 봄 가을 천국 같은 날씨와 상하이의 개성 있는 거리의 풍광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남은 시간 동안 관광객 모드로 최대한 즐기고, 떠날 때는 뒤도 안 돌아보고 후다닥 떠날 것이다.



 육아 인생 화양연화를 상하이에서 보냈다. 한때 상하이 육아 동지였고 지금은 인생 친구들인 한경, 미향, 미경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그래도상하이는내겐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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