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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산책 Oct 20. 2021

중국인에게 중국어 책을 읽어주는 날도 오네요

국제부 학교의 각양각색 클럽 이야기



중국학교들과 국제학교들은 9월에 새 학년이 시작된다. 일 년 중 9월이 가장 정신없고 바쁠 때가 아닌가 싶다. 새 학년에 맞게 선택 과목들과 클럽을 신청하고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큰 아이는 앞으로의 전공과 적성에 맞게 클럽도 신중하게 가입을 해야 하는 때가 왔다. 거의 한 달 동안 본인이 만든 클럽을 등록하고 홍보하느라 바쁘면서도, 또 다른 클럽의 테스트와 면접도 보러 다녔다. 클럽 하나 가입하는 것도 간단하지가 않다. 인기가 있거나 어떤 자격을 요하는 클럽들은 경쟁이 꽤 치열하다. 요즘 고등학생들 클럽은 대학 가기 전에 준비해야 할 스펙이고, 전공 적합성이나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라고도 하니.  



아이들 학교에는 50여 개 이상의 클럽이 있다. 그중 학교 주도 하의 국제대회 수상을 목적으로 하는 학술 클럽이 가장 많을 것이다. 모든 과목마다 다 있는 것 같고, 수학이나 과학 분야 클럽은 여러 개나 있다!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고, 그 클럽의 리더들은 대대로 미국의 아이비리그에 진학한다는 전설의 클럽들도 있다. 모의유엔과 영문잡지 TIME 편집부, 학생자치활동회 등이 그렇다. 학교 행사 때마다 무대에 서는 오케스트라단이나 관현악단, 아카펠라팀, K-POP댄스팀도 프로팀 못지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 농구팀은 상하이 시 대회에서까지 우승하는 유명한 팀인데, 그런 이유에서인지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농구선수 야오밍의 딸도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키가 너무 커서 어디에서든지 눈에 띌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쟁쟁한 클럽들은 엄친아들의 것. 우리 아이들의 클럽들은 좀 더 소박하고 친근하다고나 할까. 말하자면, 테스트 같은 거 필요 없이 활동을 원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문이 활짝 열려있는^^;;

두 아이 모두 친구들 따라 우르르 인기 클럽 면접을 보러 다닌 적도 있었다. 여차 저차 합격이 되어 활동을 한 경우도 결국에는 적성에 안 맞고 스트레스를 받아 중도에 그만두었다. 클럽 활동에서까지 스트레스받으며 할 일 있나. 빵빵한 스펙을 보장한다고 해도 그 시간이 자신에게 흥미롭지 않다면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우리집 DNA이다(아깝지 않죠... 암요... 아깝지 않고 말고요... 재미가 없다는데요... 재미가...).



새 학년을 맞아 두 아이는 여러 개의 봉사활동 클럽에 가입을 했다. 중학생인 둘째 아이는 중국 산간 낙후 지역 아이들을 위한 후원 캠페인 팜플렛을 영어로 번역해서 외국으로 보내는 클럽에 가입했다. 이 클럽은 작년 영어 과목 선생님이 둘째 아이에게 같이 하자고 제안을 했다고 한다. 간혹 교사들이 직접 클럽을 만들기도 하고, 본인이 학생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그런 곳일수록 선생님과 함께 클럽을 키워나가는 재미와 보람이 있을 것 같다.



또 한 곳은 같은 학교 초등부 1학년부터 3학년 학생들에게 중국어 동화책을 읽어주는 ‘이야기 친구’라는 클럽이다. 매주 한 번, 점심시간에 초등학생들 교실에 찾아가서 영어 책이나 중국어 책을 읽어주는데, 아이는 중국어 책 그룹을 선택했다고 한다. 늘 자신의 중국어가 중국 친구들보다 못하다고 속상해하면서 중국어 동화책 그룹을 신청한 것도 의외였다. 초등학생들을 집중시키는 것도 꽤 어려운 일일 텐데. 아이들이 질문은 또 얼마나 많을까. 진땀 빼면서 책을 읽어주고 있을 둘째 아이 모습이 상상될 때면 피식피식 웃음이 나온다.



큰 아이도 중국어 책을 읽어주는 클럽에 들어갔다. 두 아이 모두 우연히도 같은 성격의 클럽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큰 아이는 농민공 자녀를 위한 초등학교에 가서 5학년들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한다. 농민공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한 농민들을 말한다. 주로 도시의 건설현장들을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기 때문에 한 지역에 머물지 않는다. 중국은 그 도시의 호구户口(한국의 호적)가 있어야만 그 곳에서 공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도시 호구를 갖고 있지 않는 농민공 자녀들은 학교를 다닐 수가 없다. 그런 농민공 자녀들을 위해 각 시에서는 별도의 학교를 지어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이 학교는 지역 사회 봉사 활동으로 이 학교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지원 활동을 하고 있었다.

최근에 집 주변 도로 하수시설 공사로 동네가 시끌시끌하다. 공사 현장에는 밤낮없이 농민공들이 열일 중이다. 아이에게 저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아저씨들의 아이들, 손주들이 네가 봉사하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알려줬다. 농민공을 보는 아이의 눈빛이 몇 초 더 진득하게 머무는 것이 느껴졌다.



큰 아이는 정확한 표준 중국어 발음을 구사한다. 한국인인 걸 알면 다들 놀라지만, 사실 표현력도 많이 부족할 테고, 조금 대화를 하다 보면 밑천도 드러날 것이다. 게다가 앞에 나서서 발표하는 것도 끔찍하게 싫어한다. 막상 하면 잘 하지만, 그 앞에 설 때까지 긴장감이 커서 가급적 피하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람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고, 가르치는 것에도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결정하기까지 혼자 고민했을 시간이 짐작되는지라 더욱 기특했다.

본인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행여 같은 팀에 민폐가 될세라 PPT 자료에도 공을 많이 들이는 게 보인다. 첫 책으로 ‘창가의 토토’를 읽어주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아이도 한국어 책으로 재밌게 읽었던 책이라 부담이 덜 하지 싶어 그나마 다행이다.  


농민공 자녀를 위한 학교에서 봉사활동 하는 모습




농민공 자녀를 위한 학교에서 하는 봉사활동은 나 역시 하고 싶을 정도로 궁금한 것이 많다. 금요일 오후 활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이 뒤를 졸졸 쫒아다니며 귀동냥을 하며 대리만족을 하는 중이다. 중국어로 책을 읽어줄 수도 있다니, 그것도 중국 아이들에게. 그것을 활용해 봉사활동도 할 수도 있다니. 이 엄마보다 많이 업그레이드 된 아이들이 신기하고 부러워 그날의 활동에 대해 묻고 또 묻게 된다.



중국 생활에 적응하느라 눈물 콧물 쏟던 시간들도 있었는데(아, 눈물은 아직도 쏟네요). 살다 보니 우리 아이들이 중국 아이들에게 중국어 책 봉사를 하는 날도 왔다. 아이들이 중국어에 자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시간 또한 배우는 과정이고 도전이라는 것을 안다. 국제대회 수상한 것보다, 잘 나가는 클럽의 리더가 된 것보다 더 대견하다. 그래서 아이들을 자꾸 귀찮게 할 것 같다.

오늘 활동은 어땠어? 무슨 특별한 일은 있었어? 아이들이 잘 듣는 것 같았어? 재밌니? 엄마도 궁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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