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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littlest things Feb 21. 2023

상우에게 쓰는 편지 -#1

2021.10.24.Sat


오늘은 우리가 플래너에게 계약금을 보냈고,

(602000원)

코엑스 웨딩박람회를 경험했고,

생어거스틴과 007 영화에 돈을 낭비했던 날이야.


잘 자라고 인사를 하고 통화를 마무리 했고

자려고 누웠는데 배가 너무 고파

그리고 소리도 크게 나.

그것도 그렇지만

그냥 오빠 생각에

마음이 조금은 무거워서 잠이 잘 오지를 않아.


이 무거운 마음의 깊고깊고 또 깊은 바닥은

너를 많이 사랑하고 있는 내 마음인건데

그걸 전달하고 있는 나의 모든것들이

너에게는 조금은 다르게 다가오나봐.


오늘 내가 그렇게 눈물이 났던 이유는.

답답하거나 억울해서도 아니고,

상처를 받아서 또는 기분이 상해서 그런것도 아니라.


그렇게 마음이 나로인해 받은 애정으로

가득가득 차지 못하고, 텅 비어있는 상태에서도

나와 다시 만나기로 결정하고,

나와 결혼하기로 결정하고,

거기에 앞으로도 나와 함께 하기로

마음을 굳게 먹고있는 오빠가

오늘 처음으로 보였기 때문이야.

그래서 신기하게 싸우는 도중에도

내 마음이 애정으로 채워지더라고.


나는 비로소 이 관계에서

애정과 사랑을 받아가고 있는데

오빠는 여전히 그러고 있지 못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팠어.

내가 차라리 오빠의 친구였다면

위로라도 해줄 수 있었을텐데,

나는 오빠 마음을 텅 비게한 당사자니까.


그런데 오빠는 내가

알겠어 속상했구나 미안해 사랑해

한마디만 하면 괜찮아 질거라고 하니까

그게 얼마나 간편하게 오빠의 마음을 채워줄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미안해라고 할 수가 없었어.

자존심 때문에 그런게 아니라,

오빠가 느끼는 오빠에 대한 내 애정이

그정도 밖에 되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글로 적다가 보니,

갑자기 뒷통수를 맞은 것 같네.

오빠가 속상했던 원인은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였었는데

그냥 서로의 속상한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해주고, 안아주면 해결되는 거였는데

 어떤 부분이 속상하냐는 1차원적인 질문은 전혀 이 문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질문이었네 .


.......아 근데.......................................

그래도 원인을 파악해서, 다시는 그런마음이 들지 않게 하는게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아니지, 아 ! , 그렇구나

오빠가 애정을 느끼는 통로는,

그런 속상한 마음이 쓰다듬어 질때 인거구나 !



무릎을 탁! 치고 자러가야겠다.

그리고 나는 널 매우 사랑하고 있구나.

무릎을 또 딱 ! 치고 자러가야겠다.


Love you , as alw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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