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부디 그 삽을 뜨지 마오
아니, 이 여자가 만나자마자 영어 타령이람.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가 초등학교 2학년 딸 영어 공부 때문에 흰머리가 늘어난다고 하소연이다. 아니, 검은콩을 드세요 여사님. 운동도 좀 하시고.
그런데 여사님의 고민과 한탄을 들어보니 꽤 진지하다. 영어 학원에 다니는 딸은 입이 안 트이고, 자기도 손 놓았던 영어를 다시 좀 하고 싶단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30년 간 나름 영어는 열심히 했다. 항상 그놈의 '나름'이 문제라 아직도 영어를 잘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영어 쓰며 학교도 다니고 일도 했다. 그런 나를 향해 정신없이 쏴대는 영어 관련 질문에 답변을 해주는 데 전투적으로 임하다 보니 깨달은 바가 있었다.
나 영어에 대해 할 말 좀 많네?
친구와 만나고 집에 돌아온 이후 조금 진지하게 나의 영어 (삽질) 인생을 돌이켜 봤는데, 정말 눈물겹다, 눈물겨워.
누구는 뭐 6개월 만에도 된다던데 나는 10년이 넘게 걸렸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방법은 다 시도해 보고, 망하고, 샛길로 새고, 또 망하고, 또 샛길로 샜다. 통했던 방법보다는 안 통했던 방법이 훨씬 많았고, 성취의 감정보다는 좌절의 감정을 훨씬 많이 느꼈다.
그토록 많은 방법을 시도해 보면서 천문학적인 시간을 낭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나 자신에게 감탄하며, 내가 했던 일(짓)들을 적어 내려갔다. 어쩌면 내가 한 삽질의 경험이 현재 삽질 중인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여기에 하나씩 올려보기로 했다.
영어 공부를 한답시고 자행해 온 온갖 다채로운 삽질에 관한 얘기를.
(삽질 순서는 뒤죽박죽으로 올릴 것이다).
(원래 인생이 좀 뒤죽박죽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