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보다 더 화내는 변호사 어떠세요
휴... 오늘은 처음으로 상대방 대리인 분께 욱! 한 날이었다.
나는 원래 대리인끼리는 서로 젠틀하게 예의를 갖춰야 하고,
대리인끼리 깎아내리거나 싸우는 건 매우 불필요할 뿐더러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1인이었다.
나도, 상대방도 어차피 다 의뢰인 대리하는 입장에서
의뢰인의 입장을 깔끔하게 각자 전달하고, 법원을 각자 알아서 설득하기만 하면 되지
대리인끼리 화내거나 감정 상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막말로 "자기 일도 아닌데"
당사자보다 더 침을 튀기며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그저 상대방 대리인일 뿐인 나에게 비판/비난조의 언어를 사용하는 상대방을 보면
나는 절대로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다짐하곤 했다.
그러던 내가..
내가....!
오늘 처음으로 상대방 대리인에게 욱하고 썽을 내고야 말았다.
물론, 실체적 진실은 가사 조사를 하고 재산 명시 신청을 해봐야 알겠지만,
상대방은 아이 아빠이면서 아이에게 양육비를 조금이라도 적게 주기 위해
멀쩡히 다니고 있는 직장도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었고,
나의 의뢰인은 아이가 태어난 이후 아이의 생활비와 교육비를 모두
자신의 급여에서 스스로 충당하고 있는 워킹맘이었다.
그래도 아이 아빠인지라,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최대한 조정으로 합의를 하자고
몇번이나 합의안을 보내고 제안하였으나,
상대방 측은 몇번을 묵묵 부답하더니
조정기일에 이르러서야 전혀 새로운 조건을 들고 나오기에 이르렀다.
아이 엄마가 요청하는 양육비를 어떻게든 축소하려는 것도 어이 없는데,
전혀 얘기가 되지 않았던 금전적인 부분까지 새롭게 요구하고 드니
순간적으로 화가 확 올라오면서
나도 모르게 의뢰인과 아직 초등학교도 가지 않은 어린 아이에게
내가 너무나 이입이 되고야 말았다.
분명 상대방 대리인도 사정이 있으셨을텐데,
자신의 의뢰인이 사실을 숨기고 말했을 수도 있을텐데,
저분이라고 파렴치한 분은 아닐텐데,
내가 좀 심했다-라는 생각이 가득 드는 저녁이다.
다음부턴 어떤 사건에서도,
예의를 갖춰야지,
상대방 대리인을 존중해야지,
사건에 대한 이입과 상대방 대리인에 대한 인식은 분리해야지
명심 또 명심한다.
다급하고 분노 가득한 의뢰인을 늘 대신하여 싸우는
세상 모든 변호사님들에게 건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