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 영화를 보고 나의 육아를 돌아보다
오랜만에 강렬하게 빠져든 영화를 봤다. 최근 몇 년간 본 영화 중 최고였다. 나의 육아방식에 큰 울림을 줬기 때문인데, 기억나는 장면 두 가지로 이를 설명하려 한다.
엘파바는 초능력자다. 그녀의 초록색 피부 때문에 사람들은 조롱하고 기피한다. 마법학교에 간 첫날에 엘파바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사람들이 모인 광장에서 초능력으로 광장을 부서뜨린다. 사람들은 웅성웅성 수군대며 쳐다본다. 이 장면을 보며 한참 미운 네 살의 첫째가 떠올랐다. 첫째는 요즘 화가 나면 길에서 드러눕고 소리를 자주 친다. 겉으로는 화도 내보고 살살 달래 보지만 속으로는 아이의 감정보다 내 체면 때문에 그녀를 비난하고 정죄한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진상타임을 시전 하면 마치 내 딸이 광장을 초토화시키는 위키드처럼 보인다. 웅성웅성 소곤소곤 거리는 사람들의 눈빛에 주눅 드는 엘파바를 보면서, 혹시 첫째도 저렇게 느끼지 않을까 싶어 마음 한편이 헛헛했다.
엘파바를 뺀 모든 친구들이 파티에서 춤추고 있을 때, 왕따였던 엘파바는 우스꽝스러운 복장으로 파티에 입장한다. 사람들은 비켜서서 수군대고 비웃기 시작한다. 침울한 표정의 엘파바는 묘상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더 킥킥댄다. 그때 왕따를 주도했던 룸메이트 길리안이 그녀의 묘상 한 춤에 동참한다. 그 순간 엘파바의 눈에는 눈물이 맺힌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있는 그대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 장면을 보며 내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또 첫째 때문이다.
첫쨰는 돌방행동을(소리치기, 드러눕기, 물건 던지기 등) 많이 하는 편이다. 또래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불편해하는 것을 자주 느낀다. 그때마다 혼을 내서라도 고쳐줘야겠다 싶어 매서운 말을 한가득 쏟아붓는다(사교적이고 애교 많은 동생 때문에 더 비교받는 것도 있다) 길리안의 춤과 엘파바의 눈물을 보면서 첫째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깊게 생각해봤다. 겉모습만 보고 수군대는 군중일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길리안일까.
돌이켜보면 난 첫째에게 늘 '위키드'라는 딱지를 붙여놓고 대했다. 그 기저에는 두려움이 있는데, 관계에 예민한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저렇게 행동하면 모두에게 미움받을 텐데 하는 우려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그건 나의 두려움이지 아이와는 관계없는 감정이다. 첫째의 행동 이면에 어떤 마음과 감정이 있는지 살펴주지 않고 내 감정에만 매몰된 것이다. 수근수근대는 군중일 뿐만 아니라 핀잔주고 소리치는 못난 아빠다. '위키드' 딱지는 내 이마에 붙여야 했다.
첫째에게 길리안 같은 존재가 있을까. 부모도 그 역할을 못해주면 첫째는 누구에게서 위로와 지지를 받을 수 있나. 갑자기 첫째의 외로움이 사무치게 느껴졌다. 미안해서 눈물이 났다. 이 장면 이후 영화를 보는 동안 한 가지만 대뇌였다.
PS : 당일 귀가 후 첫째를 사랑스럽게 안아줬지만 10분 만에 혼낸 건 안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