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선생님과 진료를 종료했다. 의사 선생님은 별말씀 안 하셨는데 내가 먼저 진료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예전에 의사 선생님께 내가 “언제까지 와요?”라고 물었을 때 의사 선생님은 “스스로 정하세요.”라고 했다. 나는 그때 거의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의사 선생님이 무슨 뜻으로 말씀하셨느지 전혀 의도를 모르겠어서다. 의사 선생님은 내게 자율권을 주신 거겠지만, 내 느낌으로는 책임을 피하는 것 같았다. 난 그게 무척 섭섭했다.
그런데 막상 진료를 그만두니깐, 조금은 막막하다. 5년 동안 의지했었던 누군가가 갑자기 사라지니깐, 내가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다. 너무 갑작스럽게 결정했나 후회가 되기도 하다. 햇살은 너무 좋고, 내 기분은 너무 멀쩡한데, 이제 환자로서 병원에 그만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말씀드렸다. 사실 몇 달 전부터 계속 고민해 왔다. 병원 진료는 20분이지만 왔다 갔다 하고 기다리는 시간을 더하면 2시간이 넘기 때문이다. 예전엔 병원 1층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미리 커피를 마시면서 기다리기도 했다. 사랑은 비효율적이라고 하던데 마치 내가 의사 선생님을 사랑하는 것 같았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2주 간격으로 오겠다고 했을 때도, 그럼 봐가면서 힘들면 다시 좁히고 괜찮으면 계속 2주 간격으로 와도 된다고 했다. 내가 진료를 종료한다고 했을 때도 그렇게 하고, 안 오면 제일 좋겠지만 힘들면 언제든지 다시 와도 된다고 하셨다. 그런 말씀이 너무 고마워서 나는 지금 너무 후회가 된다. 다시 네이버톡을 하고 간다고 말씀드릴까? 예약을 할까?
하지만, 나는 언제까지고 의사 선생님한테 기댈 수는 없다고 생각을 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대로 의사 선생님을 다시는 못 본다고 생각하니 막막하고 두렵다. 하지만 이 또한 둥지를 떠나는 아기새처럼 한 번쯤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라고 생각한다. 꼭 나 혼자 일어서봐야겠다. 나에게는 분명 힘이 있으니까.
https://youtu.be/Gnm0mhtB8M0?si=pzVlFAmuuIg1xaK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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