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억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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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생일이었다. 하지만 특별한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제 군산을 여행한 뒤 밤에는 전주로 이동했고, 오늘 아침은 전주에서 떡갈비와 비빔밥을 먹었다. 그것만으로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긴 기분이었다.
그리고 저녁에 돌아와서 엄마가 끓여준 미역국과 총각김치와 스팸과 고슬고슬한 따스한 밥을 먹었다. 케이크도 먹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에도 먹었는데 또 먹을 필요가 없게 느껴졌다. 엄마가 내일 아침 일찍 케이크를 사 오겠다고 했지만, 나는 마음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잠깐 다니던 치과와 내가 기부하는 세이브 더칠드런과 네이버 홈화면과 카카오톡과 기타 내가 이용한 적 있는 모든 업체로부터 생일 문자가 날아왔다. 그래서 아 정말 생일이구나 실감을 했다. 학창 시절과 달리 친구와는 생일축하문자를 주고받지 않는다. 그런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독서모임에서 알게 된 한 분이 생일문자를 보내왔다. 이모티콘과 여러 나라 말로 꽤 마음을 간질였지만, 한편 조금 부담이 됐다. 이런 식으로 더 가까워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심하게 답장을 했다.
생일이라면 남자친구나 남편과 근사하게 생일파티를 하고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야 할 것만 같은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그냥 무덤덤할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데 어찌할까. 그저 소중한 시간에 영어 한 문장을 더 외우고 나를 가꾸는 데 시간을 더 쓰는 것으로 하루를 채울 뿐이다.
사실 누군가는 귀가 빠지고 배꼽이 생긴 생일에 엄마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직접 미역국을 끓여드린다는 데 나는 그러지 못해서 죄책감이 들었다. 이런 내 마음도 모르고 엄마는 부지런히 재료를 사 와서 저녁으로 미역국을 끓여주셨다. 그래서 엄마에게 매우 감사하고 따뜻한 마음이 든 순간이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존재만으로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오늘 읽은 경제학 책에서 ‘차액지대론’이라는 개념을 배웠다. 이를 연애에 빗대어 생각해 보니, 사람은 투자할 만큼 매력적인 상대에게서 보상을 느끼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서로 사랑이 깊어지는 관계는 서로에게 차액이 생기는 관계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될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생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오늘 하루를 조용히 지나온 나 자신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
https://youtu.be/Zs4ZohOuIMg?si=b2LNZJPmWBQKKog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