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대처방법은?
대학원 연수중에 전화가 왔다.
“선생님, 지용(가명)이 신발이 칼로 찢어져 있어요.”
대화를 주고받고 전화를 끊으니 사진 2장이 문자로 날아왔다. 방학하기 전인 12월에 그런 것 같다며 우리반 전학생 성훈(가명)이를 의심하는 어머니. 이전 학교에서 왕따당한 경험으로 지용이를 질투해 그런 것이 분명하다고 의문을 제기하신다.
칼로 찢어진 것 같기도 하고 어딘가에 긁힌 것 같기도 한 신발 한 짝... 학교에 CCTV가 있으면 보고 싶다던 지용이 어머니. 어떡해야하지 고민하다 교무부장님께 여쭈고 교장선생님께도 알린다. 학교에 CCTV가 있지만 신발장 앞에는 없는데 이 일을 어쩌나.
나름 머리를 굴려 상담의 기본을 떠올려봤다. 그리고 최대한 공감하고 들어주어야지 생각하고 전화를 드렸다. 충분히 공감하고 들어준 후 내 의견도 말해야겠다싶어 어떤 증거도 없이 의심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특정 누군가를 의심하고 추궁하는 건 그 상대방도 기분 나쁜 일이니 개학하고 한번 살펴보겠다라고 말씀드리려는 순간, 어머니는 노발대발 하시더니 아버지를 바꿔주신다. 아버지 또한 노발대발하시며 그게 어떤 신발인데, 20만원짜리 신발인데 학교에서 그런거 아니면 누가 그랬겠냐며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신다.
순간 가슴이 철렁하고 당황스럽고 화가 나고 나도 기분이 말이 아니다. 아버지는 그리고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으셨다.
잠시 멍해있다가 다시 학교에 전화를 드리고 곰곰이 생각에 빠진다. 내가 공감하고 들어드린다고 했지만, 실상은 내 의견 말하는 거에 치우치지 않았나, 오히려 더 화를 돋우지는 않았나...
그러다 이 글을 발견했다.
http://m.blog.daum.net/_blog/_m/articleView.do?blogid=0O1P4&articleno=317
2010년에 신규교사면 나와 거의 비슷한 경력이신 거 같다. 읽어보니 좋은 생각이란 든다. 내가 가슴속에 품었던 생각을 조금 더 세련되게 아이들에게 표현하신 선생님...
어머니가 흥분하신 상황에서는 좀 더 깊숙이 들어드리는 법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네네... 저라도 많이 속상할 것 같아요...” “정말 화가 나시죠?”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하길 원하시나요?”
물론 한 편 다짜고짜 그간 1년간의 관계를 허물고 심한 말을 퍼부은 학부모님께도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나 교육전문가로서 조금더 신중하고 사려깊은 대처가 필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개학하면 아이들을 불러놓고 이야기해야겠다. 범인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군가가 그랬는지도 모를 상황에서, 다른 반 학생일수도 있고, 어쩌면 실수로 긁혔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특정 누군가를 겨냥하여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미워하는 상황을 만들기보다 아량으로 이해하고 내 실수를 인정하거나 상대방을 포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물론 이런 일이 반복해서 되풀이되면 다르겠지만, 어쩌다 생긴 한 번의 일로 서로를 적으로 돌리는 일은 만들지 말자고 말이다. 그렇다면 만약 진짜 범인이 있다고해도 따뜻한 마음에 뉘우치지는 않을런지... 이제 겨우 초등학교 5학년 사이에서 낙인을 찍는 일이 필요할지 깊이 생각해볼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