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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 작가 Mar 01. 2019

인간의 본성이란 -월리엄 골딩 [파리대왕 ]

독서중독자의 책 이야기

★  두려움과 불안감 속에 인간은 내면화된 문명화를 얼마나 지킬 수 있는가.




1.  책 속에 등장하는 괴물의 정체와 아이들의 모습이 나타내는 의미


 작품 속에 소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모험 소설의 특징은 어른들의 부재이다.  어른들이 부재는 어린이들이 위험에 노출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오로지 위기를 어린이들 스스로 헤처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 보물섬이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같은 소설들은 결국 어른들의 힘이 아닌 어린 아이의 힘으로 작품을 이끌고 나가는데 그것은 어른이 가지는의미와 아이가 가지는 의미가 대조 비교되어 풍자되어 표현되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 이러한 작품들 속에서 비판되는 대상은 바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구조 또는 사회적 계급과 그것이 가져온 편견일 것이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당시 미국 전반을 흔들었던 흑인에 대한 인권과 사기꾼과 같은 어른들의 어두움 모습이 주인공인 소년과 대비되어 나오다. 그러나 월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은 오히려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점점 타락해가면서 인간이 가지는 본성을 비난했다는 점에서 다른 모험 소설과는 차이가 난다.
 우선 이 작품에는 어른이 없다. 그리고 어린 아이들만 있다. 가장 나이가 많은 랠프가 12살이라고 본다면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주인광과 비교해도 한참 어린 아이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무인도라는 고립된 상황과 이 곳에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어른들이 없다는 상황은 어린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어도 비행기를 조종하던 어른의 흔적조차 없는 상황에서 왜 작가는 철저하게 어른을 사라지게 했을까? 어린이는 사람의 태초의 모습과 닮았다. 아직 아무런 교육도 받지 않고 어떤 색깔도 칠해지지 않은 무의 상태 그것이 어린이다. 실제로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경악하기도 하면서 신기하기도 할 텐데 이는 아직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옳고 그름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며 인간이 가진 본성 또는 인간으로 구분지어질 수 있는 이성과 감성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태서 아이들은 단순히 모험 소설처럼 어린아이의 모습으로만 생각하기보다 인간의 태초의 모습, 벌거벗은 인간의 모습으로 상징화하여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처음에 무인도에 갇혔을 때 소라를 통해 모임을 가진다. 여기서 소라는 아이들을 단합시키는 도구이자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민주적이고 성스러운 도구이다. 또한 아이들은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대장을 선출하지만 눈에 보이는 겉모습으로 선출하고 지혜롭고 올바른 판단을 하는 돼지는 외면한다. 즉 단순하고 이기적인 모습의 인간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을 괴롭힌 것은 어른의 부재나 구조에 대한 희박성이 아니라 마음의 공포에서 만들어낸 괴물의 정체이다. 사실 이 괴몰 역시 비행기가 추락할 때 죽은 조종사의 시체였지만 어둠이라는 공포와 어른이 없는 섬이 가지는 고립성과 불안감이 뭉쳐저 만들어낸 존재인 것이며 이 것은 아이들의 눈을 흐리게 만든다. 아이들 중 유일하게 현상을 제대로 보는 사람이 돼지와 사이먼이지만 괴물에 대한 불안감이 아이들 눈을 흐리게 만들어 이 두 사람의 의견을 묵살해버린다. 두 사람이 소외된다는 것이 곧 비극이다.
 이 소설에서 인물을 나눈다면 잭과 잭의 부하, 랠프와 돼재 그리고 사이먼 마지막으로 꼬마들이다. 잭과 잭의 부하는 랠프와 대조되는 인물이다. 잭은 오로지 본능으로만 움직이며 자신의 힘을 괄시하고 다른 이들의 복종을 원한다. 랠프의 경우 힘이 있고 리더쉽이 있지만 지헤로움은 없다. 반대로 사이먼은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돼지는 지혜롭다. 그러나 돼지와 사이먼에게는 힘이 없다. 꼬마들의 경우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이며 무서우면 울고 잠이 오면 자는 태어나기 직전의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괴물과 불안감은 이 꼬마들로부터 출발한다. 인간의 가장 약한 면이 꼬마들이라면 이 약한 모습에서 그릇된 방향으로 출발한 모습이 잭의 모습을 통해 나타난 것이다. 
  재미있게도 보통 극한의 상황에서 현명하고 지혜로운 돼지같은 인물이 대장으로 선정되는 것이 정상이지만 이 작품에서 돼지는 무시당하는 존재이다. 돼지가 이성과 지혜로움 그리고 문명화된 인간의 모습을 상징한다면 잭과 랠프는 그런 법칙보다 힘으로 권력을 잡는 인간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랠프는 잭보다 이성적이기 때문에 돼지의 말을 듣고 사이먼의 죽음에 죄책감을 가지지만 결국 잭이 잡은 고기를 먹는 행동을 통해 여전히 어리고 지혜롭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돼지는 왜 무시를 당할까? 돼지는 여기서 지식인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성적이고 법과 도덕과 규칙을 중요시 하는 인물이다. 앞에서 소라는 성스러운 상징을 지닌다고 했다. 소라는 아이들을 모을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이다. 또한 의견을 낼 수 있는 도구이자 인간의 민주적인 절차와 규칙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잭이 그것을 깨트리고 돼지를 죽여 그 의미를 말살시켜 버린다. 
 고립된 환경에서 결국 아이들의 타락과 분열은 인간의 내면화된 문명화가 얼마나 아슬아슬한지를 보여주며 돼지의 죽음과 랠프의 몰락을 통해 인간의 본성이 가지는 결함의 근원이 주는 결과가 어떠한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2. 돼지가 가지는 의미 - 인간의 본성이 가지는 결함

 이 작품은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인간의 본성에는 근본적인 결함이 있는데 이는 돼지를 통해 알 수 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처음에 잘 이어가던 아이들의 행동이 두 가지 사건 때문에 어긋나기 시작했다. 하나는 봉화의 물이 꺼져 구조의 기회가 날아 간 것이며 또 하나는 아이들이 보았다던 괴물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한 것인데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봉화의 불이 꺼지면서 지나가는 배의 구조를 놓친 이유는 사냥 때문에 봉화를 지키는 아이들을 데리고 간 잭의 행동 때문이었는데 잭은 각자의 역할이 주어지기전부터 사냥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 대장 자리를 빼앗기고 그가 아이들에게 자신을 내세울 수 있는 방법은 멧돼지를 사냥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고기를 주어야 한다는 인도적인 가치가 아닌 자신의 힘을 괄시할 수 있는 도구로 사냥을 선택한 것이다. 그것이 결국 봉화의 불을 꺼지게 하고 랠프와 갈등을 조장하며 나중에는 돼지와 사이먼의 죽음으로 상황을 끌고 간다. 
  봉화의 불이 꺼진 것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 평화롭게 이어가던 상황에서 새로운 갈등을 유발시킨다는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결함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해준다. 봉화의 불은 구조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무인도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봉화의 불을 피우는 것이다. 돼지와 랠프가 봉화의 불에 대해 집착한 것은 구조에 대한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잭은 그 불을 꺼버린다. 잭은 지배에 대한 인간의 욕망 그리고 권력과 사냥에 대한 본성만으로 행동한다. 그에게 불과 구조는 중요하지 않다. 사냥을 통해 대장이 되고 그들을 지배하고 존경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인간의 본성은 문명을 파괴시키고 이성을 마비시키며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을 잊어버리게 만든다. 
  괴물의 존재 역시 마찬가지이다. 돼지와 사이먼은 괴물의 존재에 대해 부정한다. 사이먼 역시 괴물은 꼬마들이 만들어낸 두려움의 허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힘이 강한 잭에 의해 묵살당한다. 어둠이 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며 어른은 없고 마냥 놀고 있지만 그 생활은 알게 모르게 두려움이 스며든다. 지나가는 바람이 괴물로 보이고 죽은 어른의 시체가 뱀으로 보이는 현상은 결국 내면의 두려움이 만들어낸 허상이다. 이 허상이 그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눈을 흐리게 만들었으며 잭을 폭주하게 만들었다. 이성과 냉철함과 지혜를 표상하는 돼지의 말을 아무도 듣지 않았던 것 역시 인간의 본성이 가지는 결함이다. 랠프는 돼지의 지혜를 인정한다. 돼지의 말을 듣는 것이 옳다는 것도 인정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이들을 챙기고 사이먼의 죽음에 죄책감을 가지는 등 인간으로서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잡고 있지만 그 역시 인간의 본성대로 돼지의 지혜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결국 인간의 본성 보이지 않는 두려움과 허상 극한 상황에서 이성을 마비시킴으로 파멸을 가져오는 거이다. 인간의 처음과 닮은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본성이란 얼마나 결함투성이며 얼마나 무서운가를 작품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책 제목: 파리 대왕

작가: 월리엄 골딩

출판사: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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