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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 작가 Apr 07. 2019

검은 사슴 -한강

독서중독자의 책 이야기

★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리고 기다렸더니




1.   떠날 수 없는 기억과 언젠가는 돌아 올 것이라는 기다림.


  기억이란 떠나도 다시 돌아오는 연과 같다. 날려버린 연이 언젠가는 돌아온다는 의선의 고향은 마치 잊어버리고 불태워버리려해도 기어코 찾아오는 기억과 같다. [ 검은 사슴]은 기억에 관한 작품이다. 명운과 의선과 인영 그리고 장에게는 떠나지 못하는 기억이 있다. 의선에게는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와 자신이 버리고 간 오빠에 대한 기억 인영에게는 어느 날 죽은 언니와 그 언니를 놓치 못하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 더 이상 찾길 포기한 명아에 대한 기억 그리고 막장과 떠나 버린 아내에 대한 장의 기억. 이들 에게는 떠나도 다시 돌아와 꿈 속에 나타나는 기억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기억이란 하나의 고통이다. 잊어버리고 싶지만 잊을 수 없고 살다보니 잊어버렸다고 자부했지만 어느 날 꿈 속에 찾아오는 것이 기억이다. 

 그렇다면 왜 이들에게 기억은 고통처럼 다가오는 것일까? 그들의 기억속에는 부재가 존재한다.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에 그들이 기다리는 어떤 것은 결국 부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의선에게 아버지가 기억 속 부재라면 인영은 언니와 어머니가, 장은 아내, 명윤은 명아라고 할 수 있다. 

 의선을 찾아 황곡을 떠돌고 어둔리를 지나 연골에 도착했을 때 그리고 그 곳에서 의선의 흔적을 발견했을 때 의선이 겪어야 했던 부재와 그들이 겪어야 했던 부재들이 오버랩 된다. 

 이 부재는 기다림을 동반하지만 결국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슬픔이 현실에서 그들을 체념하게 만들고 삶과 죽음에 대해서 공허함을 느끼게 만든다. 의선이 옷을 벗어버린 것도 끊임없이 도망치다 결국 자신이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간 것도 어쩌면 기억 속에 부재가 그리고 절대 돌아오지 않을 아버지에 대한 사무침이 옷을 던져버리게 한 것은 아닐까 싶다.

 결국 살아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이야기하는 명윤의 말을 통해 작가는 기억과 부재 그리고 부재에 대한 간절한 기다림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하게 한다.




2. 언젠가는 돌아오리라. 눈이 몰아치는 그 곳에서 앉아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의선은 아버지를 기다린다. 인영은 언니를 그리워한다. 명윤은 명아가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은 아내를 떠올린다. 모든 인물들은 기억 속에 기다리는 존재가 있고 그 존재는 부재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기억이란 아주 희미하다. 작품 속에서 의선은 자주 잊어버린다. 인영과 명운의 기억은 아주 희미하게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그들은 기억을 하길 두려워한다. 그들의 기억속에는 기쁨과 희망보다는 아주 어둡고 깊은 슬픔이 자리잡기 때문에다.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는 거센 희망 속에 어쩌면 그 부재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은 기억을 희미하게 만들고 현실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조차도 잊어버리게 만든다. 떠나버린 아내를 생각하며 불에 타 버린 사진들을 보고서 장이 현실에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도 더 이상 명윤이 글을 쓰지 못하는 것도 기억 속 부재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살아 있으니 다행이다. 혹시나 깊은 어둠 속에 있을 줄 알았던 명아가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결국 삶이 이어진다면 결코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책: 검은 사슴

작가: 한강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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