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양이 작가 Apr 14. 2019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독서중독자의 책 이야기

★ 왜 이해해야 하는 쪽은 정해져 있는가? 누군가가 상처에 익숙하다면 그것 역시 폭력이다.




1. 상처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 - 이해만큼 잔인한 것이 또 있을까.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딱지가 앉고 서서히 새 살이 돋아 사라진다. 그러나 그 자리에 상처가 있었다는 것과 내가 다쳤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내게 무해한 사람]은 상처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단순히 상처가 나고 그 자리에 새로운 살이 돋았다는 아름답고 상투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상처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 그리고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다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단편들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제목이 무해한 사람이다. 무해하다는 말, 나에게 해롭지 않다는 말 그리고 상처를 쥐 않는다는 말은 불가능하다. 단지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한다는 것이 더 현실성이 있다. 작품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상처를 받았다. 그러나 잔인하게도 상처를 받은 이에게 이해를 요구한다. 

 왜 이해해야 하는 쪽은 정해져 있는가?

 작품 속에 나오는 문구처럼 이상하게도 이해해야 하는 쪽은 정해져있다. 잔인하고 날카로운 도구로 찌른 자리에 피가 흘려도 우리는 그들에게 이해를 요구한다.  작품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상처를 받았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희생을 당하고 사회적인 관습이라는 이유로 폭력을 정당화하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해를 강요받는다. 죽어야 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상처는 결코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계단이 될 수 없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다. 상처와 고난과 시련은 우리를 강인하게 만들고 이별과 아픔과 버려짐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이자 우리를 성숙시킨다고 한다. 그러나 상처도 종류가 있다. 결코 성숙시키지 못하는 상처가 있고 강인하게 만들기보다 망가지게 하는 고난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비온 뒤에 싹이 돋아다는 것처럼 상처가 난 자리에 새로운 나무가 생길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가지고 상처를 합리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상처가 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상처를 이기라는 말이 아니다. 인정하는 것이다. 아프다는 것, 상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희생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 그것이 필요하다. 진희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조차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며 여자이기 때문에 도태되고 우울증이 아름답지 못한거처럼 보여지는 것은 얼마나 아픈 일인가.




2. 착한 사람 콤플렉스, 세상에 착한 사람은 없지만 착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날 하민이 이야기했다. 동생이 말하길 더 이상 착한 사람이 되지 말라고.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 말이 아주 중요하다. 무해하다는 것은 얼마나 잔인할까? 세상에 착한 삶은 없지만 착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미덕이라 여기며 아름다운 희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취일 뿐이다. 착해야 하는 사람들은 없다. 세상에 착한 사람이 없다면 착해야 할 사람들도 없으며 그들이 착해야 할 이유도 없다. 상처는 언젠가는 치유가 되고 내가 내 스스로 상처를 드러내어 극복해야 하는 일이지만 세상이 우리에게 착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것은 내 상처를 치유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인내와 기다림이 미덕이 될 수가 있을까? 지금의 시련을 견디라는 말과 내 안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라는 말이 위로가 될 수 있는가? 착한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 내게 무해하다는 말, 또는 내가 무해한 사람이라는 말 착한 사람 콤플렉스는 아주 잔인하다.

 하민이 가족에게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잔인한 일이다.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상처를 입고 또 입어도 괜찮다는 말이다. 우리는 얼마나 무해한 사람인가? 아니면 우리는 얼마나 무해한 사람이 되길 강요하고 있는가? 더 이상 착한 사람이 되지 않기로 결심한 오늘, 세상에 착한 사람이 될 수 밖에 없는 이들의 상처는 오늘도 치유되지 않아 방황하고 있는 그들은 여전히 무해한 사람이 되어버리고 있었다.






내게 무해한사람/최은영/문학동네

글쟁이의 블로그로 가기

매거진의 이전글 검은 사슴 -한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