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힐리 [엘리자베스가 사라졌다]
독서중독자의 책 이야기
★ 실종된 엘리자베스는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요? 기억 속 숨겨진 이야기들은 무엇있었을까요.
1. 모드는 왜 엘리자베스를 찾으려고 했을까?
' 내 친구 엘리자베스가 실종. 집에는 없음.'
모드는 치매에 걸린 노인이다. 방금까지 있었던 일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가 찾는 사람은 그녀의 친구 엘리자베스다. 엘리자베스를 찾으려는 모드의 행동은 집요하다. 수도 없이 피터에게 전화를 걸고 엘리자베스가 살던 집에 찾아가고 신문에 광고를 내면서 엘리자베스를 찾으려고 한다. 그녀는 왜 이토록 엘리자베스를 찾으려 하는 것일까?
이 작품에서 재미있는 것은 주인공이 치매에 걸린 노인이라는 것이다. 애초부터 그녀의 기억은 순간적이다. 그 전의 기억들 역시 애매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녀가 이야기하는 엘리자베스의 실종은 정말 진실인지 알 수가 없다. 사실 모드가 엘리자베스의 실종에 집착하는 것은 어릴 적 사라진 수키 언니에 대한 기억 때문일 수도 있다. 어느 날 수키 언니는 사라졌다. 그리고 모드의 기억은 언니의 실종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이 작품에서 우리가 봐야할 것은 기억이다. 우리는 살면서 기억에 의존하며 산다. 때로는 기억이 날조되기도 하고 기억에 의해 배신당하기도 한다. 기억에 대한 영화나 작품은 수도 없지 많지만 대부분 기억이 정말 믿을 만한 것인지에 대해 시작하고 있다. 이 작품 또한 마찬가지이다. 주인공이 치매 노인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모드의 기억은 허상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모드는 끊어지는 기억들을 메모하면서 수키 언니에 대한 기억과 엘리자베스에 대한 기억을 재생하려고 노력한다.
재미있는 것은 모드의 기억 속에 엘리자베스와 수키는 서로 얽혀져 있다는 것이다. 시작은 엘리자베스의 실종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언니에 대한 기억으로 이어진다. 사실 엘리자베스를 찾는 과정으로 보이기 때문에 독자들은 엘리자베스가 어떻게 된 것인지 어디에 있는 것인지에 대한 초점으로 가지만 결국 모드가 찾는 것은 수키 언니이며 모드가 의심하는 피터란 결국 형부에 대한 기억과 얽혀 있다.
그렇다면 모드는 왜 엘리자베스를 찾으려고 하고 수키 언니를 잊지 못하는 것일까? 단순히 친구이고 언니이기 떄문은 아닐 것이다. 우선 수키 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수키 언니는 실종되었고 형부를 의심하고 더글라스를 의심하지만 어떤 점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모드가 수키 언니 옷을 입고 형부를 만난다는 것이다. 수키 언니는 모드에게 아름답고 동경의 대상이다. 언니이기 이전에 너무나 사랑하는 존재인데 그 존재가 사라지면서 형부가 자신에게서 언니의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언니를 찾아야 한다는 욕망과 언니가 없어진 지금 형부에게 또 다른 감정을 느끼는 자신의 감정과 결국 언니를 찾지 못한 죄책감이 얽혀서 엘리자베스에게로 이어지게 된다. 언니를 찾지 못했던 기억들로 인해 엘리자베스만큼은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2. 치매 노인이라는 설정 기억의 단편들과 현실에 대한 이야기
주인공은 치매 노인이다. 치매 노인이기 때문에 기억들은 자주 끊긴다. 방금 온 곳도 기억을 하지 못하는 치매 노인의 말은 신빙성이 없다. 하지만 누구라도 노인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었으면 수키 언니의 시체를 더 빨리 찾았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치매 노인과 함께 등장하는 것이 미친 여자이다. 딸의 죽음으로 미쳐버린 여자는 수키와 모드를 좋아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미친 여자의 말을 제대로 듣는 이는 아무도 없다. 만약 누가 그 여자의 말을 제대로 들었다면 수키 언니를 빨리 찾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작품에서 모드는 자신을 일컫는 모든 동사들과 표현들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 치매 노인, 잃어버린 기억과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 이 모든 것들이 모드를 지칭하는 일이며 결국 지금 노인을 바라보는 모든 표현들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 미친여자처럼 현재의 치매노인인 모드는 같은 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무도 믿지 않고 웃어넘겨 버리는 치매노인의 말과 기억들은 사실 진실을 향해 있을지도 모르겠다.
엘리자베스가 사라졌다/ 엠마힐리/북폴리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