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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 작가 May 03. 2019

아가미 - 구병모

독서중독자의 책 이야기

★ 슬프고 아픈 세상 속에서 오늘도 내일도 살고 싶었던 버려진  이들의 이야가




 구병모의 책은 아주 독특하다. [파과]에서는 할머니 킬러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더니 [아가미]에서는 물고기인간을 만들었다.  [아가미]에서 나온 인어는 디즈니 만화에 나오는 인어공주와는 다르다. 예쁘지도 않고 멋진 왕자님도 없으며 언제든지 머리카락을 자를 준비가 되어 있는 형제들과 아버지도 없다. 작품 속에 나오는 인어는 버려진 조재이다. 

 작품 [아가미]에 나온 인물들은 모두 버려진 존재이다. 강하는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고 이녕은 사랑한 남자에게서 버림을 받았다. 곤에게 도움을 받은 여자는 세상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곤은 아버지가 마지막까지 지키려했다는 점에서 버림받았다고 할 수 없지만 자신의 존재자체로부터 세상과 함꼐 할 수 없다는 것으로 본다면 결국 세상으로부터 버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들에게 물이란 삶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또한 자유롭게 헤엄을 치는 물고기처럼 오늘도 내일도 살고 싶은 이들의 희망이기도 하다. 

 구병모의 캐릭터는 독특하지만 분명 이유는 존재한다. 버려진 존재이지만 아가미와 비늘이 있다는 점에서 곤은 특별하다. 이 특별함 떄문에 사람을 구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자신을 드러낼 수 없기도 한다. 강하에게 있어 곤은 아픈 가시와도 같다. 지켜주고 싶고 살리고 싶으면서도 자신이 가지지 못하는 부분 즉 답답할 때 언제든지 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 때문에 질투심을 가지기도 한다. 

 물은 보편적으로 생명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다.  생명이 살아가는 원천인 동시에 끝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리 앞에서 언제든지 뛰어내릴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처럼 물은 생명을 끝낼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사실 주인공이 아가미를 지닌 것도 물 속에서 헤엄을 칠 수 있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진다. 물이 죽음이라면 곤은 죽음 속에서 생명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곤이 자신에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줬다며 고맙다고 하는 여자의 말처럼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은 버려진 이들에게 세상은 바닥이 없는 물 속이라고 본다면 곤이 가진 아가미는 결국 세상에서 숨 쉬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이들에게 삶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의미하기도 한다.

 강하는 곤에게 보통 사람들처럼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했다. 이녕은 곤이 예쁘다고 했고 자신을 살려준 곤에게 죽은 강하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어했다. 자신의 존재자체가 저주나 마찬가지였다면 이 저주 자체를 풀어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곤의 존재는 아주 중요하다. 단지 버려진 이들에 대한 슬픔이 아니다. 아버지는 더 이상 희망이 없음을 깨닫고 곤을 데리고 세상을 떠나려 했지만 삶에 대한 희망은 곤에게 아가미라는 형태로 발현이 됐고 그것은 거친 세상 속에서 오늘도 내일도 살고 싶다는 희망, 남들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희망에 대한 발현인 것이다.  강하도 이녕도 버려진 존재,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지만 다른 이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숨어서 지내야 했던 곤이지만 곤에게 새로운 신분을 주고 싶어했던 강하도 곤에게서 잊어버리고 있던 그리움을 느꼈던 이녕도 묵묵하게 자신을 숨기면서 강하와 노인을 위했던 곤도 모두들 살고 싶어했었고 자유롭게 날아오르고 싶어했을지도 모른다.





아가미/구병모/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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