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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 작가 Oct 05. 2019

황정은 - 디디의 우산

★  비오는 날 dd의 우산이 그리워지는 날이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했던 것일까.



1. 탈출과 도망 사이의 거리는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서울의 광화문 광장은 재미있는 공간이다. 만약 누가 한국 사람들의 관심과 걱정과 희망에 대해 알고 싶다면 나는 광화문 광장으로 가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서울의 광화문 광장은 한국의 모든 이야이가 넘실대는 장소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최근에 역사적으로 기록이 될 만한 일을 광화문 광장에서 경험했다.

 역사를 살펴보면 프랑스 혁명을 볼 수 있고 4.19 혁명을 볼 수 있고 광주 운동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역사 책 또는 수업 시간에만 들을 수 있는 이 사실을 우리는 얼마 전에 겪었다.  전세계적으로 생방송 되었던 사건, 축제와 평화의 만남 그리고 탄핵 이후로 우리는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이제는 그 기억도 사라진다.

  작품 속에는 두 가지 사건과 두 가지 시선과 두 가지 기억이 이어진다. D의 개인적인 시선과 나의 시선은 전혀 다르지만 공통적이 있다면 탈출했다고 믿었는데 어쩌면 도망친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탈출과 도망의 거리는 어떻게 정의 될 수 있는가. 

 운동권 선배들을 만나고 그 당시의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는 투철한 정의감으로 했던 일들이 시간이 지나고 단절이 되면서 자신들은 그 허무함을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운동권은 정부의 무차별적인 폭력과 그 앞에서 무너질 수 밖에 없어고 국가의 권력으로 이루어진 왜곡은 더욱 그들을 고립시키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고립에서 탈출한 연세대 학생들(작품 속에서 나는 연세대 학생이다)은 잊어버리고 싶어하고 서수린은 자신의 허영이 잘 살고 있던 친구, 선배, 후배들의 인생을 망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에 휩싸인다. 그리고 나 역시 그 곳을 탈출한 것이 아니라 도망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큰 사건을 겪고 평범하게 삶을 살아오면서 이제는 가까워질 수 없는 아버지의 관계 그리고 눈에 보이는 성소주자들과 여성 인권 문제 등을 보면서 자신은 완성할 수 없는 소설처럼 도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가을 하게 된다.

 dd와 번개를 봤던 기억이 없다는 것. 어느 순간 존재하지 않는 dd의 모습이 하찮은 존재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자연스럽게 느껴졌단 사물이 낯설게 느껴지고 그래서 D 역시 탈출이 아닌 도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당시 맡았던 최류탄 냄새, 뉴스에서 보았던 사건들, 그리고 지금도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면서 탈출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도망치고 있는 것인가?




 2.  비가 올 때는 우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산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dd의 우산은 d와 dd를 연결시켜준 물건이다. d가 dd에게 연락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dd에게 찾아갈 구실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가 올 때는 우산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우산을 쓸 이유가 있다. 

 작품 속에 나와 서수린을 비롯한 모든 인물들은 우산이 필요한 인물이다. 여기서 인물들은 각각 상징적이다. d는 지극히 일상적인 인물 즉 우리들을 말한다면 서수린과 나는 한 때 운동권이었고 정치에 관심이 있고 사회적인 문제 또는 비열한 사람들에게 분노를 가지는 존재이지만 결국 그 때 이후로 더이상 앞으로 가지 못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나는 아버지와 거리감을 좁힐 수 없는 것이 아버지는 보수적이고 극단적이고 편파적인 인물을 나타내며 그렇기에 나라는 존재와는 갈등을 일으킬수 밖에 없다. 

 d가 일하는 상가의 상인들은 한국의 자본주의와 경제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동시에 전성기와 몰락을 함께 겪은 인물이지만 d와 상인들, 나 서수린 모두 역사적인 사건 앞에서 휘둘리고 희생당하는 인물들이다. 군대에 의해 권력에 의해 가치도 신념도 몰락하고 모두가 사라져가는 가게들을 멍하니 바라보지만 재생이라는 프로그램 앞에 여전히 주변인물도 되지 못하는 기술자 여소녀도 똑같지 않나. 지극히 정치적이면서도 단지 정치적인 모습을 작가는 보여주고 있지 않다. 인문학 서적처럼 또는 역사적인 이야기처럼 나열되는 인물들은 혁명이라고 불리는 사건들 속에 단절되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으며 그럼에도 작가는 우리에게 우산이 필요하며 탈출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디디의 우산/황정은/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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