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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 작가 Feb 05. 2020

[서평] 어얼구나강의 오른쪽 -츠쯔젠

독서중독자의 책 이야기

*온 몸으로 살고 사랑하고 기다린다면 무엇이 두려울까

1. 삶은 고통과 슬픔과 기쁨과 희망과 절망이 흐르는 강물처럼 스며들었을 때 가치를 알 수 있다 하였는가

삶은 흐르는 강물과도 같다. 오랜 시간동안 바람과 빛이 섞여 한줄기로 흐르는 강물처럼 기쁨과 희망,절망과 고통이 섞여 삶 속에 녹아든다.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오랜시간을 한 곳에서 덤덤하게 자랄 줄 알았다가도 갑작스런 변화로 떠나야 하기도 하고 떠난 이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기다려야하는 것 그것이 삶의 시간이다.

이 곳, 중국의 어얼구나 강 오른쪽에는 삶의 모든 것을 경험한 여인이 있다. 문명화된 도시보다 산에서 살아가는 부족의 여인. 자연의 섭리 속에서 사랑을 하고 이별을 했던 여인. 이기적인 문명 때문에 땅을 떠나야하는 부족들 속에서 산을 지키던 여인. 이 여인에겐 삶이란 온 몸으로 사랑하고 기다려야 한다.

중국의 최후 수렵민족이라 불는 어원커족의 이야기는 단순히 문명에 의해 사라진 소수민족의 이야기가 아니다. 태어나서 아흔이 넘는 시간동안 그녀가 담담하게 하는 이야기들은 단순히 한 민족의 역사이기보다 그 이야기들 속에서 인간이 가지는 모든 고통과 슬픔과 기적들이 존재한다.

태어남의 기적, 소중한 이들의 죽음과 떠난 이들에 대한 기다림, 불이 나고 순록이 병들어 가도 다시 일어나고 다시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산다는 것은 온 몸으로 삶을 사랑하고 기다리는 일이다.

점점 산을 떠나 도시로 가게 되는 어원커족의 여인은 비록 홀로 남았지만 다시 되돌아온 순록을 통해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으로 삶을 받아들인다

문명화된 역사 속에 그들을 침략한 일본인도 러시아인도 중국정부도 그리고 벌목하는 이들도 어원커족 여인의 처절한 삶을 꺽지는 못 한다

그들에게 산은 생명이고 순록은 기다림이며 끊임없이 슬프고 웃고 노래하는 삶은 그들이 온 몸으로 받아들여 사랑하게 되는 모든 것이다

단순히 한 소수민족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한 여인이 오랫동안 들려주는 거대한 가족사를 통해 인간이 삶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삶이란 모든 것이 녹아있어 온 몸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언젠가는 돌아오는 순록처럼 기다려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2 거대한 물줄기가 작은 물줄기를 잘라도 물은 흐른다

어원커족은 오랫동안 어얼구나강의 왼쪽에서 살았다. 그러나 소련에 의해 오른쪽으로 밀려났고 일본에 의해 남자들이 끌려가 생존의 위기를 겪었으며 문명에 의해 도시로 또는 다른 땅으로 강제 이주당한다.

벌목으로 삶의 터전을 잃었고 주변의 친구들이 사라지는 모습은 이들뿐만 아니라 소수민족들이 겪는 모든 모습이다 또한 문명이란 이름아래 사라진 수많은 이들의 이름일 것이다

하지만 어원커족의 마지막 추장의 여인은 남았고 순록은 돌아왔으며 다른 이들도 언젠간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큰 줄기가 작은 줄기를 막아도 물은 흐르고 틈 사이로 또 다른 작은 줄기가 생기듯 문명이 다른 문명을 자를 수 없을 것이다

삶이란 끊어진다고 끊어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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