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양이 작가 Feb 23. 2020

레고로 만든 집 - 윤성희

독서중독자의 책 이야기

★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은 어디서 왔는기? 당신은 정말 존재하는가?




1.  가족과 사회로부터 무너진 개인의 소외 그리고 낯설음


   윤성희의 『 레고로 만든 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회로부터 또는 가족으로부터 숨어지낸다. IMF를 거치면서 경제의 붕괴는 가족의 붕괴로 이어졌고 가족의 붕괴는 개인의 소외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히키코모리라 불리는 은둔형 외툴이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고 반대로 타인과의 관계에 의한 지나친 불편함은 개인의 소외를 더욱 부추기게 만든다.

 개인의 소외는 보통 가정의 붕괴에서 이어진다. 가정의 붕괴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이며 이는 부모의 이혼이나 가정의 해체라는 형태로 붕괴가 된다. 또한 경제적인 이유는 개인이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결과를 야기한다. 즉 백수는 직장인보다 사회로부터 격리되기 쉽다는 말이다. 최근에는 사회 또는 가족의 해체로부터 오는 고립보다는 타인과의 관계에 의해 개인이 소외되는 경우도 많은데 윤성희의 소설 『레고로 만든 집』은 개인의 소외를 가져오는 다양한 이유들을 제시하고 이 것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결국 이러한 개인의 소외는 타인과의 관계를 어색하게 만들고 결국 기념일을 누군가에게 부탁해야 할 만큼 관계가 형식적으로 변하게 된다. 그렇나 의미에서 윤성희가 말하는 개인의 소외와 낯설음은 여전히 유호하다.

  [레고로 만든 집]에서는 경제에  의한 가정의 붕괴로 이어진다. 어머니가 사라지고 아버지와 오빠를 부양해야 하는 주인공에게 가정은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한다. 결국 거젓말로 자신을 포장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훔치는 기이한 행도으로 자신을 단정지을 수 밖에 없는 그러나 그 거짓말로 이루어진 자신의 모습으론 절대 타인과 관계를 지을 수 없다.

 [당신의 수첩에 적혀 있는 기념일]도 마찬가지다. 앞니가 없다는 의미없는 이유로 주인공은 철저하게 사람들로부터 소외단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소외는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사회적인 구조 또는 집단의 이기심과 규칙은 개인을 소심하게 만들고 결국 자기 자신을 스스로 고립시키게 만든다. 작품 속에서 나는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것을 거부하고 사람들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는 직업을 택하고 다른 사람의 기념일을 형식적으로만 챙기는 이들을 보면서 타인과의 관계가 얼마나 일방적이고 형식적인지 보여주는데 경기가 좋지 않음에도 이 일을 그만들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소외와 관계의 문제인 것이다.


2. 당신은 어디에서 왔는가 아니, 당신은 정말 존재하나?


 [서른 세개의 단추가 달린 코트]와 [ 이 방에 살던 여자는 누구였을까]는 당신은 정말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두 작품에 등장하는 은오는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네 명의 전화번호와 코트  그리고 니트가 전부다. 그러나 은오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은오와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같이 먹었지만 전화번호 하나 알지 못한다. 은오와 친하다는 이유로 그녀에게 퇴직금을 전달하라는 팀장의 말 역시 오랫동안 같이 일해온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닐 것이다. 통장도 없애고 사라진 은오는 형식적으로 관계를 맺는 현대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당신의 수첩에 적혀있는 기념일]도 마찬가지다.  고객의 기념일을 챙겨야 하는 보험 설계사, 시댁 식구의 기념일을 챙겨야 하는 주부, 애인의 기념일을 기억해야 하는 남자 이 모두가 형식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새해가 되면 다이어리를 산다. 다이어리를 사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기념일을 적는 것이다. 학창시절에 친구들의 기념일과 생일은 놀이처럼 즐겁게 챙기던 일을 떠올리면 어른이 되고 의도와 상관없이 맺어지는 타인과의 관계는 점점 건조해지고 메말라간다. 잊어버리면 안되지만 내가 기억해야 할 것은 아닌 일들은 절대로 살아있는 일이 될 수 없다.

 결국 타인과의 형식적인 관계는 내 자신을 낯설게 만들고 결국 나는 누구인지 내가 당신들에게 어떤 존재인지 가늠할 수 없는 지금, 나는 은오와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작가가 던지는 말처럼 당신은 어디에 있으며 존재하기는가.

 그리고 나는 어디에 있으며 나는 존재하기는 하는가.  이제는 간단해지고 간략해지고 집단에서 개인이 중심이 되면서 개인의 소외와 타인과의 관계는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영원히 유호한 문제로 남겨지게 될 지도 모르겠다.




레고로만든집/윤성희/민음사

글쟁이의블로그로가기


매거진의 이전글 인간 탐욕이 부른 비극 - 박경리의[가을에 온 여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