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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담쟁이 Feb 06. 2016

복구불가

고장난 외장하드와 나




한때
너는 나를 담는 큰 그릇

내가 창조했으나
출람지예

나를 뛰어넘는
하나의 세계
나의 모든 것

빈집만 남기고 네가 사라진 날
덩그러니 남은 폐허 앞에서

나 또한
복구불가

그 자리에 무너져내린
망쳐버린
데이터



                        이정렬 '외장하드 복구불가'



한파 때문이었을까요? 수백 개가 넘는 파일이 저장되어 있는 이 물건의 모든 기능이 정지해 버렸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 무너지고 말았지요.

전문가를 자칭하는 직장 내의 내노라하는 사람들도 부정적인 답변만을 내놓을 뿐. 좀 더 큰 병원으로 가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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